KB국민銀 알뜰폰 '리브M 영업'에 내몰린 직원들..."업무 과중" 반발
KB국민銀 알뜰폰 '리브M 영업'에 내몰린 직원들..."업무 과중" 반발
  • 김태일 기자
  • 승인 2020.06.04 11:41
  • 댓글 0
  • 트위터
  • 페이스북
  • 카카오스토리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민은행 측 “연내 100만 가입자 달성 가능”...노조 측 “목표 비현실적, 코로나19 속 직원들 '피로 누적'”
서울 시내 한 KB국민은행 영업점 모습
KB국민은행 

[서울이코노미뉴스 김태일 기자] KB국민은행(KB국민)이 추진하는 사업 확대가 영업 직원들의 업무 가중으로 연결되면서 논란 속에 파문이 일고 있다. KB국민이 지난해 4월 야심차게 내놓은 이동통신서비스 리브M(Liiv M) 사업 채널을 모바일에서 현장 영업점으로까지 넓힌다는 소식에 노조와 일부 행원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리브M은 KB국민이 MVNO(가상이동통신망사업자)로서 판매하는 이동통신서비스 상품이다. KB국민이 제공하는 유심칩만 기존에 사용하던 모바일폰에 갈아 끼우면 해당 상품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리브M은 금융위원회가 지난해 4월 금융규제 샌드박스 사업의 일환으로 승인을 내주면서 본격화됐다. 다만 이종산업인 통신업이 금융업의 고유 업무에 영향을 주면 안 된다는 조건을 달았다. 해당 상품을 팔겠다고 금융 업무에 차질을 빚을 정도로 직원들을 압박하는 등 주객전도의 행태를 보이면 안 된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를 어기고 있다는 게 노조 측 주장이다. 전국금융산업노조 KB국민은행지부 류제강 위원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KB국민은행이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하면서 직원들에게 이른바 ‘폰팔이’나 ‘끼워팔기’ 영업을 시키고 있다”며 “성과에 반영하겠다는 등의 지침을 통한 직원 압박을 멈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KB국민은 “리브M 가입 자체가 시간이나 품을 크게 들이는 서비스가 아니다”라면서 “모든 직원이 과도한 업무 압박을 느끼는 것은 아니라고 알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별도 안내 직원을 두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직 모든 지점에 전단 직원이 배치돼 있지는 않지만, 차츰 늘려나가겠다고도 밝혔다.

MVNO는 주파수를 보유하지 않고 SKT·KT·LGU+ 등 기존 이동통신망사업자(MNO)로부터 통신망을 임대해 이동통신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다. 우리나라의 경우 CJ헬로, SK텔링크, KT엠모바일, 에스원 등이 있다. 이들이 제공하는 모바일 기기가 ‘알뜰폰’으로 잘 알려져 있다.

리브M(Liiv M) 광고 / KB국민은행 누리집 갈무리
리브M(Liiv M) 광고 / KB국민은행 누리집 갈무리

노조 “직원들, 리브M 영업 압박 받아...근무환경 악화 및 직원들의 피로 누적으로 본 업무 차질”

KB국민이 협업하는 통신사는 LGU+다. LGU+의 통신망을 빌려와 리브M 구매 고객에게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 영업을 시작했다. 지난 5월 초 기준 리브M 가입자는 약 6만명이며, 양원용 MVNO 단장을 필두로 사업을 추진하는 KB국민은 연내 달성 목표를 100만명으로 설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노조는 비현실적인 수치이며, 가능하다고 해도 근무환경 악화와 직원들의 과도한 피로 누적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노조 측은 이 사업을 세 가지 측면에서 비판한다. 우선 리브M 영업 실적을 ‘핵심성과지표(KPI)’에 반영하겠다는 KB국민의 지침이다. KPI는 은행원의 실적 평가를 위한 일종의 채점표다. 승진이나 성과급의 기준이 되기 때문에 직원 입장에서는 신경 쓸 수밖에 없다.

리브M을 얼마나 많이 팔았냐가 승진·성과급의 중요 요소가 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KB국민은 지난 4월 초 이를 추진하려 했지만, 노조가 즉시 금융위와 KB국민에 항의했다. 이에 따라 현재는 보류 상태다.

다음은 ‘지역영업그룹 대표 평가’에 리브M 영업실적을 반영하겠다는 은행 측 입장이다. 이렇게 되면 지역영업그룹은 자연히 관할 영업점에 성과 압박을 주게 된다. 지점 간 경쟁을 유발할 뿐만 아니라 직원들에게도 압력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다만 지역영업그룹 대표는 자신의 평가 기준을 리브M을 비롯해 오픈 뱅킹, 마이데이터, 손으로출금 등 몇몇 항목 중에서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일방적인 압박은 아니라는 게 KB국민 측 설명이다.

마지막은 KB국민이 ‘대량문자발송시스템’을 만들어 담당 직원 이름을 포함해 지점 전화번호로 리브M 상품 관련 문자를 불특정 고객에게 보낸다는 점이다. 결국 창구 상담·판매를 유도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해당 직원 및 지점의 업무는 늘어나게 된다는 것이다. 더구나 현재 사그라질 기미를 보이지 않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직원들의 피로가 누적된 상황에서 추가적 영업 압박은 본 업무에 차질을 빚게 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리브M 정통 금융상품 아니라 통신업과 복합상품...직원 이해도 떨어지고 불완전판매 발생 위험성

이뿐만 아니다. 리브M은 정통 금융상품이 아니다. 통신업과 복합된 상품이기 때문에 영업 직원 역시 이해도가 떨어진다. 따라서 불완전판매 등의 문제가 발생할 위험성도 있다. 노조에서 제기한 세 가지 비판점 가운데 KPI 반영은 무산됐지만, 나머지 두 정책은 현재 실행 중이다.

KB국민이 추진하는 이 사업의 목적도 계속 바뀌었다. 처음에는 모바일 이용자의 통신 소비 패턴을 분석해 개개인에 최적화된 금융상품을 개발하겠다며 시작했다. 이른바 빅데이터를 이용해 맞춤형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하지만 사실상 실패했다는 것이 노조 주장이다.

그러자 은행 측은 별도 공인인증이나 앱 설치 없이 금융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며 사업 목적을 변경했다. KB국민의 유심칩만 모바일폰에 끼우면 손쉬운 모바일 금융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역시 설득력이 떨어진다. 공인인증서 없이 생체인증 등으로 금융 서비스 인증이 가능해졌고, 오픈뱅킹이 활발히 쓰이는 와중에 이같은 특성은 별다른 유인점이 없다는 것이다.

은행 측은 이번에는 금융우수고객에게 저렴한 통신 요금을 서비스하겠다며 나서고 있다. 가령 VIP 등을 대상으로 낮은 가격에 KB국민이 제공하는 통신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금융기관에서 통신 상품을 마치 사은품처럼 제공하는 것에 대한 의문은 차치하더라도 이를 위해 각 지점 직원들을 압박하는 행태가 이해되지 않는다는 게 노조 측 입장이다. 아울러 알뜰폰 등 시중에 다른 값싼 통신 서비스가 있기 때문에 사업성 자체에도 의문이 든다는 것이다.

반면 KB국민은 “해당 사업은 모바일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자나 금융을 처음 접하는 미성년자의 리브M 가입을 도와주기 위한 방편에 불과하다”며 “무작정 가입자를 대폭 늘리기 위해 현장 직원들에게 판매 실적 압박을 하기 위한 의도는 당초 계획에 포함돼 있지 않다”고 밝혔다.

통신3사와 중소 알뜰폰 업계도 반발..."거대 금융자본에 밀려 영세 알뜰폰 사업자들만 피해"

KB국민은 리브M 사업을 그대로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지난 1월 MVNO 사업단을 신설하고 양원용 전 강동5지역본부장을 단장 자리에 앉혔다. 양 단장은 통신업에서 수익을 창출할 생각은 없고, 다만 고객 확보가 기본 목표라고 밝혔다.

MVNO 사업을 이끄는 양 단장은 지난 2003년에도 LG텔레콤과 협업해 출시한 모바일 뱅크 서비스 ‘뱅크온’이 3개월 만에 가입자 100만명을 넘었다며 이번 사업 역시 자신했다. 이번에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노조 측은 “그때와 지금은 상황이 다르고, 현 사업 실행을 위한 근거가 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노조에 따르면 당시 해당 사업을 위해 판매 직원들이 각 지점에 배치됐다. 이들은 해당 업무를 위해 새로 채용됐다. 별도 창구도 만들어졌다. 영업은 모바일 뱅킹 가입을 위해 방문한 고객에게 LG 모바일 기기를 연계해 판매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하지만 100만 가입자 달성이 무색하게 해당 사업은 결국 큰 성과를 내지 못하고 종결됐다. ‘100만 가입자’ 달성이라는 이름뿐인 성과만 남았다. ‘금융과 통신의 결합’이 당초 목표였던 탓에 수익성은 주요 고려 대상이 아니었고, 소비자 입장에서도 장기적 이용 동기가 없었기 때문이다. 노조는 이번 리브M 사업도 같은 실패의 길을 걸을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이에 대해 KB국민 관계자는 “은행 차원에서 공식적인 목표 가입자를 공언한 적은 없다”며 “양원용 단장이 한 언론 인터뷰에서 100만이라는 숫자를 언급한 것은 사실이나, 은행 내부적으로도 100만 가입자를 목표로 설정하고 있지 않다”고 해명했다.

이어 해당 관계자는 “양 단장이 말한 100만 달성 목표는 상징적인 수치일 뿐”이라며 “현장 직원들에게 판매 할당을 하거나 특정 목표 가입자 달성을 강요할 계획은 없다”고 해명했다.

한편 국민은행의 이동통신서비스 리브M(Liiv M) 사업은 통신3사와 중소 알뜰폰 업계로부터도 반발과 저항을 사고 있다. 통신업계에서는 규제완화 혜택을 받고 있는 리브엠에 대한 견제의 목소리가 크다.

전기통신사업법상 매출액 800억원 이상인 알뜰폰 사업자는 신상품 출시 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신고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리브엠은 매출 800억원 미만으로 신규 요금제를 정부에 신고하지 않아도 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민은행이 자본력을 바탕으로 파격적인 요금혜택을 제공하며 시장을 잠식하고 있지만 통신과 금융 어느 쪽에서도 규제를 받고 있지 않다”며 “현재의 가입자 이동 상황을 볼 때 결국 영세 알뜰폰 사업자들만 피해를 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중소 알뜰폰 사업자들은 대기업 자본력을 바탕으로 한 리브엠의 공세에 불만을 제기한다. 월 4만원대의 요금을 2만원대에 제공하려면 1년 기준으로 가입자당 약 26만원 수준의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중소 사업자들은 이 같은 손실을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주)서울이코미디어
  • 등록번호 : 서울 아 03055
  • 등록일자 : 2014-03-21
  • 제호 : 서울이코노미뉴스
  • 부회장 : 김명서
  • 대표·편집국장 : 박선화
  • 발행인·편집인 : 박미연
  • 주소 :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은행로 58, 1107호(여의도동, 삼도빌딩)
  • 발행일자 : 2014-04-16
  • 대표전화 : 02-3775-4176
  • 팩스 : 02-3775-4177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미연
  • 서울이코노미뉴스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서울이코노미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seouleconews@naver.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