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이재용 영장 청구…삼성 ‘시간 끌기’ 노림수는 결국 ‘악수’
검찰, 이재용 영장 청구…삼성 ‘시간 끌기’ 노림수는 결국 ‘악수’
  • 김준희 기자
  • 승인 2020.06.04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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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수사심의위’ 신청 이틀 만에 초강경 대응…“법원 기각 가능성 있어”
검찰, “불법승계 작업의 최종수혜자”…‘미전실’ 최지성·김종중도 함께 영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해 10월 25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파기환송심 첫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연합뉴스

[서울이코노미뉴스 김준희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사장이 또다시 구속·재수감을 목전에 둔 ‘최악의 위기 상황’을 맞았다.

검찰은 4일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의혹과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해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전격적으로 청구했다. 

이 부회장이 기소의 타당성을 따져보겠다며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신청한 지 이틀 만에 기소 수준을 넘어 구속영장이라는 초강수로 맞대응한 것이다. 

이 부회장 쪽이 검찰수사심의위원회를 신청한 것은 여론에 호소하면서 ‘시간 끌기’를 해보겠다는 의도 해석됐다. 하지만 검찰이 숨 돌릴 틈 없는 ‘속도전’으로 강력하게 반격함에 따라, 삼성 쪽 노림수는 결과적으로는 검찰 수사팀을 자극하는 ‘악수’가 되고 말았다.

삼성으로서는 이제 구속영장을 기각시키는데 총력전을 펼칠 수밖에 없게 됐다. 혐의 가운데 상당 부분이 사실과 다르며, 1년8개월간 이어진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해 왔다는 점 등을 들어 선처를 호소할 것으로 보인다. 법원이 삼성쪽 주장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는 이날 이 부회장과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 김종중 전 미래전략실 전략팀장 등 3명에 대해 자본시장법 위반(부정거래 및 시세조종 행위),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 전 팀장은 위증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이 부회장이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의 ‘최종수혜자’이자, 합병 과정에서 벌어진 각종 불법행위의 ‘최종 지시자’로 판단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일들이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관련이 있다고 보고 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2015년 5월 이사회를 거쳐 제일모직 주식 1주와 삼성물산 약 3주를 바꾸는 조건으로 합병을 결의했다. 이 부회장은 제일모직 지분 23.2%를 보유했지만 삼성물산 주식은 없었다.

이 부회장은 제일모직에 유리하게 합병비율이 산정됨에 따라 지주회사 격인 통합 삼성물산 지분을 안정적으로 확보해 그룹 지배력을 강화했다. 

삼성은 합병비율을 제일모직 1대 삼성물산 0.35로 맞추기 위해 삼성물산 주가를 떨어뜨리고 제일모직 가치는 부풀렸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삼성물산은 2015년 상반기 신규주택을 300여 가구만 공급했으나 주주총회에서 합병이 결의된 이후 서울에 1만994가구를 공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2조원의 규모인 카타르 복합화력발전소 기초공사 수주 사실을 합병 결의 이후인 2015년 7월 말 공개했다.

검찰, 회계법인의 보고서 조작 관련 진술, 주가 시세 조종 계획 문건 등 확보

검찰은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의 ‘최종수혜자’이자, ‘최종 지시자’로 보고 있다./연합뉴스

검찰은 삼성물산에 불리한 합병을 정당화하기 위해 삼성의 요구로 안진 회계법인이 조작된 ‘합병비율 검토보고서’를 작성했다는 진술, 이사회의 합병 결의 뒤 두 회사의 주가를 동시에 띄우기 위해 미래전략실이 시세조종을 계획한 문건 등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 간 합병’이라는 중대한 의사 결정이 이 부회장 개인의 이익을 위해 부정한 방법으로 성사됐다면, 자본시장법에서 금지하는 ‘부정거래’에 해당한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삼성바이오의 분식 회계 역시 경영권 승계 작업과 무관치 않다고 검찰은 보고 있다.

삼성바이오는 당초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미국 합작사 바이오젠의 콜옵션(주식을 미리 정한 가격에 살 수 있는 권리)을 회계에 반영하지 않았다. 

그러나 2015년 합병 이후 콜옵션을 1조8000억원의 부채로 잡으면서 회계처리 기준을 변경하는 방식으로 4조5000억원의 장부상 이익을 올렸다.

검찰은 삼성바이오가 콜옵션을 반영하면 자본잠식 상태에 빠지는 데다 합병비율의 적절상 문제가 다시 제기될 것을 우려해 회계처리 기준을 부당하게 변경했다고 보고 있다.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이 부회장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으로 3조원 정도의 부당이득을 취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함께 구속영장이 청구된 김 전 사장은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제일모직의 제안으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이 추진됐고 이 부회장의 승계와 무관하다는 취지로 증언했는데, 검찰은 해당 증언이 거짓이라고 보고 김 전 사장에 대해 위증 혐의를 추가 적용했다.

이 부회장 측, “구속영장 청구는 정당한 권리를 무력화하는 것…강한 유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달 6일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빚어진 의혹 등과 관련해 고개를 숙여 사과하고 있다./연합뉴스

이 부회장 측은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에 대해 ‘강한 유감’을 나타내며 반발했다.

이 부회장 등의 변호인단은 입장문에서 “수사가 사실상 종결된 시점에 검찰이 구성하고 있는 혐의를 수긍할 수 없어 국민의 시각에서 심의해 달라고 대검찰청 수사심의위원회 심의신청을 접수한 것”이라면서 “심의절차가 개시된 상황에서의 구속영장 청구는 정당한 권리를 무력화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변호인단은 "이 사건 수사는 1년 8개월 동안 50여차례 압수수색, 110여명에 대한 430여회 소환 조사 등 강도 높게 진행됐다"면서 "이 전 부회장 및 삼성그룹은 성실하게 수사에 협조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수사심의위 검토와 결정에 따라 처분했더라면 국민들도 검찰의 결정을 더 신뢰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검찰은 이 부회장 측이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신청한 것과 관련해 해당 사건을 수사심의위원회에 넘길지를 정하기 위해 검찰시민위원회 소집 등에 관한 절차를 진행 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검찰수사심의원회는 대검찰청에 설치돼 검찰 수사의 절차와 결과에 대해 심의하는 기구로, 수사 계속 여부와 공소제기 처분 여부, 구속영장 청구와 재청구 여부, 공소제기와 불기소 처분된 사건의 수사 적정성 등을 심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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