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코노미뉴스 신현아 기자] 금융감독원이 외환파생상품 키코(KIKO) 배상 자율조정 문제를 다룰 은행협의체를 가동한다.
최근 일부 은행들이 키코 사태와 관련한 금감원의 분쟁조정 결과를 수용치 않으면서 피해배상이 무산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그 불씨가 되살아날 듯한 모양새다.
10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감원은 오는 12일 KB국민·기업·농협·SC제일·HSBC은행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열고 키코 추가 구제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들 은행은 문제의 키코 상품을 판매했지만 지난해 12월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 조정대상에 오르지 않았던 은행들이다.
금감원은 간담회 자리에서 이들 은행의 추가 협의체 참여 의사를 확인하고 은행연합회 등과 협의체 구성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미 은행협의체에 참여하기로 한 판매사는 신한·하나·우리·대구·씨티은행 등이다. 이중 우리은행을 뺀 나머지 4곳은 피해기업 배상을 거부했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해 12월 신한·우리·산업·하나·대구·씨티은행 등 6개 은행에게 일성하이스코와 남화통상, 원글로벌미디어, 재영솔루텍 등 4개 기업에 대한 책임을 물어 손실액의 15~41%를 배상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신한은행 150억원, 우리은행 42억원, 산업은행 28억원, 하나은행 18억원, 대구은행 11억원, 씨티은행 6억원 등이다. 그러나 우리은행을 제외한 5개 은행은 배상을 거부했다. 금감원 분쟁조정안은 법적인 강제력이 없어 은행이 불수용하면 그대로 끝나버리게 된다.
불수용 사유는 불수용 사유는 ▲법적 소멸시효 경과 ▲배임소지 ▲나머지 피해 기업에 대한 추가배상 부담 ▲채무탕감 과다 등이었다.
신한·하나·대구은행은 배상은 거부했지만 은행협의체에는 참여해 금감원이 자율조정 합의를 권고한 기업 문제를 논의한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해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는 전날인 9일 공동성명을 통해 키코 배상을 불수용한 은행을 규탄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들은 “키코 피해기업은 고용창출과 경제 활성화에 큰 기여를 하고 있는 중소기업이 대부분인데도 해결 가능성이 불투명하다”면서 “그런데도 거대 금융회사의 소비자 기망 행위는 끊이지 않고 있고, 키코 분쟁 해결 과정에서 금융소비자보호 원칙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을 보면 씁쓸함이 더 크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키코 사건은 금융사기 상품을 판매한 은행의 사기행위임에도 불구하고 금융당국, 검찰, 법원 모두가 사기를 당한 피해자들의 편이 아니라 가해자인 은행 편이 되어 잘못된 결과를 낳았다”면서 “다시 한 번 정부 및 금융당국의 책임 있는 역할을 강력하게 촉구하고 키코 가해 은행들은 즉각 배상에 나설 것을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추가 구제대상 기업은 키코 사태 당시였던 2010년 6월 말 기준 732곳 중 오버헤지가 발생한 206개 기업이다. 이중 이미 소송을 제기했거나 해산한 기업 61곳을 제외하면 나머지 기업은 나머지 145곳 정도로 추산된다. 향후 협의체에서 최종 결정된다.
금감원은 은행들이 협의체 등을 통해 추가 구제대상 기업에 대한 자율배상 절차를 진행하면 분조위 결정과 배상비율 산정기준 등을 설명해 협의체를 지원하겠다는 구상이다.
금감원 측은 “다수 은행들이 협의체를 통한 자율적인 키코 피해기업 구제에 참여할 것이라고 공표한 만큼, 피해기업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결과가 도출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