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업계 '카피' 경쟁…원조 밀어내는 ‘미투상품’
식품업계 '카피' 경쟁…원조 밀어내는 ‘미투상품’
  • 이선영 기자
  • 승인 2020.06.15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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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복제보단 원조에 손이 가” vs. “후발주자라도 맛만 좋다면”
지난 3월 오뚜기가 진짬뽕과 진짜장을 조합한 짜장 라면인 '진진짜라'를 출시했다. (왼쪽) 한 달 후 농심은 영화 '기생충'의 인기를 등에 업고 짜파게티와 너구리를 조합한 용기 버전 '짜파구리'를 출시했다. (오른쪽)

[서울이코노미뉴스 이선영 기자] 영화 ‘기생충’에 등장한 ‘짜파구리’가 지난 4월 실제 제품으로 출시됐다. 짜파구리는 농심 ‘짜파게티’와 ‘너구리’를 합친 이색 레시피로 아카데미 수상을 받은 ‘기생충’에 등장해 세계인의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짜파구리가 출시되기 전부터 나온 제품이 있다. 오뚜기 진짬뽕과 진짜장을 결합한 '진진짜라'가 짜파구리보다 먼저 나와 불티나게 팔리고 있었다.

진진짜라가 원조상품임에도 ‘기생충’의 마케팅 효과로 짜파구리의 인지도가 더 우세한 상황이다.

간편가정식(HMR) 시장에서도 미투상품이 원조상품을 밀어낸 상황이 벌어졌다. 

CJ제일제당의 비비고죽은 지난해 5%도 채 안되는 시장점유율을 기록했지만 용기죽에서 파우치죽 형태로 변화를 주며 지난4월 가정간편식(HMR) 죽 시장에서 시장점유율 39.4%를 기록했다. 이에 1992년 출시된 동원F&B 양반죽은 39.1%로 2위 사업자로 내려앉았다.

동원F&B 양반죽(왼쪽)과 CJ제일제당의 비비고죽(오른쪽)

주류업계에서도 경쟁이 치열한건 마찬가지다. ‘과일소주’로 불리는 과일리큐르도 미투상품이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롯데주류가 출시한 ‘순하리 처음처럼 유자맛’이 인기를 끌자 무학의 ‘좋은데이 컬러시리즈’, 하이트진로의 ‘자몽에이슬’ 등이 뒤이어 출시됐다.

끊임없는 미투 관행에 업계에서는 소송전과 비방전이 발생하지만, 원조업체가 소송에서 승소하기는 쉽지 않다. 식품업계에선 미투 관행이 마케팅의 일환으로 치부되기 때문이다.

미투상품을 둘러싼 법적 다툼에서 법원은 대부분 특허권이나 상표권 위반이 아니라는 판결을 내린다. 제품의 맛이나 포장 용기, 디자인 등이 유사하더라도 완전히 동일하지 않다면 승소하기 어렵다.

지난 2015년 3월 롯데주류에서 출시한 '순하리 처음처럼'
지난 2015년 6월 하이트 진로가 출시한 '자몽에이슬'
2015년 6월 하이트 진로가 출시한 '자몽에이슬'

90년대 초부터 제과업계 라이벌인 롯데제과와 오리온은 초코파이, 마가렛트, 자일리톨껌, 후라보노 등의 상표권과 디자인을 놓고 소송전을 이어왔지만 유의미한 결과는 없었다. 이례적으로는 2017년 빙그레가 바나나맛우유를 표절한 바나나맛젤리를 상대로 승소한 바 있다. 바나나맛우유의 경우 1974년 출시돼 40년 넘게 한결같은 외관을 지킨 점이 인정받은 것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미투 제품이 쏟아지면 시장 파이를 키우는 효과가 있지만, 자칫 무분별한 제품의 등장으로 품질 하락을 야기할 수 있다"면서 "미투 관행이 장기화할 경우 결국 소비자들에게 외면받을 수 있단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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