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와해’ 삼성 임원 항소심서 1심 판결보다 중형 구형 받아
‘노조와해’ 삼성 임원 항소심서 1심 판결보다 중형 구형 받아
  • 김태일 기자
  • 승인 2020.06.15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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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 전 의장 4년, 박상범 전 대표 5년 등...검찰 “반헌법적·조직적 범죄, 엄중 처벌 필요”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삼성전자 사옥 모습 / 연합뉴스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삼성전자 사옥 모습./ 연합뉴스

[서울이코노미뉴스 김태일 기자] 삼성전자서비스 노조를 조직적으로 와해하려 한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삼성 전·현직 임직원들에게 검찰이 항소심에서 1심 판결보다 훨씬 무거운 실형을 구형했다.

삼성에 대한 검찰의 이러한 강경 자세는 경영권 승계 등과 관련해 불법을 저지른 혐의를 받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처벌 수위를 짐작케 한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검찰은 15일 서울고등법원 형사3부(배준현·표현덕·김규동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삼성 노조와해 의혹’ 사건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이상훈 전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사장)에게 1심 때와 같이 징역 4년을 구형했다. 1심 선고량은 징역 1년6개월이었다.

이 전 의장은 과거 삼성그룹의 ‘컨트롤타워’ 미래전략실에서 노조와해 전략을 기획하고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박상범 전 삼성전자서비스 대표에게는 징역 5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강경훈 삼성전자 부사장, 목장균 삼성전자 전무, 최평석 전 삼성전자서비스 전무에 대해서는 징역 4년씩을, 삼성전자 경영지원실 인사팀장을 역임한 원기찬 삼성카드 사장, 박용기 삼성전자 부사장, 정금용 삼성물산 대표에겐 각각 징역 3년을 구형했다.

나머지 삼성그룹 전·현직 임직원에 대해서는 가담 정도에 따라 징역 10개월에서 2년 6개월을 구형했다. ‘기획 폐업’에 협조한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 대표 7명은 각각 징역 6개월~1년을 구형받았다.

당 사건 관련 피고인 32명(법인 포함) 가운데 가장 무거운 형은 전직 정보경찰 김모 씨에게 구형됐다. 삼성 노사문제에 개입하고 뇌물을 받아챙긴 혐의를 받는 인물이다. 김씨에게는 징역 7년과 벌금 1억5000만원이 구형됐다. 김씨에게 뇌물을 건넨 삼성 측 자문위원에게는 징역 3년이 구형됐다.

검찰은 양벌규정에 따라 함께 기소된 삼성전자와 삼성전자서비스 법인에는 각각 벌금 2000만원과 1억원을 구형했다.

검찰은 이번 사건을 “삼성이라는 우리나라 대표 기업에서 벌어진 일로, 국내 기업문화와 집단적 노사관계에 대한 사회적 인식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반헌법적이고 조직적인 노조와해 범죄가 재발하지 않도록 피고인들에 대한 엄중한 사법 판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앞서 이 전 의장을 비롯한 삼성전자 임직원들은 지난 2013년 자회사인 삼성전자서비스에 노조가 설립되자 일명 ‘그린화 작업’인 노조와해 전략을 그룹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시행한 혐의(노동조합법 위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노조와해 등 대부분의 혐의를 유죄로 판단하고 이 전 의장, 박 전 대표, 강 부사장에게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최 전 전무, 목 전무도 각각 징역 1년 2개월, 1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연합뉴스

이재용 부회장에 칼끝 겨누는 검찰...수사심의위에서 양쪽 대격돌 전망

이번 삼성 임원들에 대한 무더기 기소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기소 여부에 영향을 미칠지도 주목된다. 이 부회장은 노조와해 혐의로는 기소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 부회장의 직속 부서였던 옛 미래전략실 관련자들이 잇따라 관련 조사를 받거나 기소 및 실형 선고되면서 검찰이 이 부회장 기소를 위한 ‘판’을 까는 것이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노조와해 사건 외에 검찰에 불려간 과거 삼성 수뇌부와 계열사 전·현직 고위 임원들만 해도 100여 명에 달하고, 소환 횟수도 약 1000회에 이른다. 삼성 관계사에 대한 압수수색 역시 언론에 공개된 것만 17곳에서 7차례 이루어졌다. 이번 노조와해 사건 항소심에서의 대규모 실형 구형으로 삼성을 향한 검찰의 칼끝이 더욱 날카로워졌다는 게 중론이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부의심의위원회(부의위)는 지난 11일 오후 회의를 열고 약 3시간 40분의 논의 끝에 이 부회장 사건을 대검찰청 검찰수사심의위원회(수사심의위)에 넘기기로 의결했다. 12일에는 윤석열 검찰총장이 수사심의위 소집을 결정했다.

이에 따라 수사심의위는 이르면 이달 안에, 늦어도 다음 달에 회의를 갖고 사건의 기소 여부를 판단할 것으로 전망된다.

수사심의위 위원은 법조계, 학계, 언론계, 시민단체 등 검찰 외부 인사 150~250명 중 사건을 심의할 15명을 무작위로 선발해 구성한다. 이후 실무 일정 조율 등을 거쳐 회의를 열게 된다.

부의위에서 30쪽 분량의 의견서 제출만 가능했던 것과 달리 수사심의위에선 양쪽 모두에게 30분 간의 의견 개진 시간이 주어진다. 피의자 혐의에 대한 구체적 논의뿐 아니라 심의위 위원들과의 질의·응답 시간도 이에 포함된다. 수사심의위가 ‘법정 밖의 법정공방’으로 불리는 이유다.

수사심의위가 내리는 기소 여부 판단은 권고적 효력만 있다. 다만 ‘불기소’ 권고가 나올 경우 이 부회장은 검찰의 기소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 이 때문에 이 부회장 측은 적용된 다수 혐의들 중 일부라도 불기소 의견을 받는 데 전력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기소’ 권고가 내려질 경우 재판 과정에서 검찰이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된다. 검찰은 최근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한 법원의 판단을 적극 활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9일 서울중앙지법 원정숙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도 “기본적 사실관계는 소명됐고 검찰이 그동안의 수사로 이미 상당 정도의 증거를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 사건의 중요성에 비춰볼 때 피의자들의 책임 유무 및 그 정도는 재판 과정에서 충분한 공방과 심리를 거쳐 결정하는 게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비록 구속영장은 기각됐지만, 법원의 이러한 판단은 역설적으로 수사심의위에서 “이 부회장을 법정에 세워야 한다”는 주장에 힘을 실어주게 됐다.

한편 검찰이 이번 삼성 임직원들에게 대거 실형을 구형하며 삼성을 향한 수사 및 재판 절차에 박차를 가하는 가운데, 수사심의위 의견에 관계없이 이 부회장을 재판에 넘길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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