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 제재, 美 기업에 ‘부메랑’ 충격...트럼프 결국 꼬리 내렸다
화웨이 제재, 美 기업에 ‘부메랑’ 충격...트럼프 결국 꼬리 내렸다
  • 김태일 기자
  • 승인 2020.06.17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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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G 시장 및 기술표준 논의 주도권 뺏기지 않겠다는 의도...미 기업들 ‘환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연합뉴스

[서울이코노미뉴스 김태일 기자] 화웨이를 시장에서 몰아내려고 연이은 고강도 제재 조치를 단행해온 미국 정부가 제재 강도를 낮추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인공지능(AI)·빅데이터·자율주행 등 4차 산업혁명의 기반이 되는 5G 기술 분야에서 상당한 지분을 차지하고 있는 화웨이와의 협력 창구가 봉쇄돼 자국 기업들의 불이익이 지속적으로 발생한 데 따른 조처다.

강공 일변도로 나가던 트럼프 행정부가 사실상 ‘백기’를 들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15일(현지시각) 로이터통신은 미국 정부가 5G 네트워크 국제표준 설정에 자국 기업이 참여할 수 있도록 화웨이와의 협력을 허용할 방침이라고 보도했다. 미 상무부는 이런 내용의 규정 변경에 서명을 마쳤고, 빠르면 16일 연방관보에 공표할 계획이라고도 전했다.

미 정보기술(IT) 업체가 화웨이가 주도하는 기술표준 국제기구에 참여할 때 미 정부의 별도 허가를 받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다. 이는 화웨이와의 협력 채널을 차단하는 조치가 되레 미국을 5G 시장 관련 논의에서 배제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더불어 관련 사업 및 논의에서 중국에 주도권을 넘기지 않겠다는 의도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제재는 2018년 8월 시작됐다. 안보상 이유를 들어 자국 기업의 화웨이 장비와 서비스 도입을 제한했다.

본격적 제재는 지난해 5월 16일부터 실행됐다. 화웨이를 거래제한 기업 목록(블랙리스트)에 올렸다. 이에 따라 화웨이 및 70개 계열사는 미국산 반도체와 소프트웨어를 들여오지 못하면서 초유의 위기를 맞았다. 무엇보다 구글의 정식 안드로이드 OS(운영체제)를 사용하지 못하는 화웨이는 ‘메이트 30’ ‘P40’ 등 주요 스마트폰을 구글 앱 없이 출시했다. 중국 밖에서 지메일이나 구글맵, 인스타그램·페이스북 다운도 안 되는 스마트폰은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미국 정부는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지난달 15일 미국 상무부는 화웨이에 대한 초강력 제재 조치를 발표했다. 안보를 이유로 제3국에서 제조한 반도체라도 미국 기술을 활용한 제품은 중국 화웨이에 팔지 못하게 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잇따른 미국 정부의 맹공으로 화웨이는 휘청거렸다. 당시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화웨이의 순이익은 627억 위안(약 10조6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5.6% 증가했다. 하지만 이는 2018년의 전년 대비 25.1% 증가에 비하면 턱없이 초라한 실적이다. 화웨이가 주력하는 5G 이동통신 장비를 포함한 통신장비 매출마저 전년 대비 3.8% 증가에 그쳤다. 미국의 제재가 어느 정도 ‘약발’을 받은 셈이다.

화웨이 / 연합뉴스
화웨이 / 연합뉴스

하지만 이런 제재에도 불구하고 화웨이는 전 세계 5G 시장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관련 특허를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으며, 이를 토대로 국제표준 논의에서도 주도자 역할을 맡고 있다.

유럽통신표준화기구(ETSI)에 제출된 5G 관련 표준기술특허(SEP)는 약 12만 건이다. 이 중 5G에 필수적인 핵심 표준 특허는 1658건인데, 화웨이가 302건(19%)으로 가장 많이 보유했다. 그다음 삼성전자(256건·15%), LG전자(228건·14%)·노키아(202건·12%) 순이다. 또 특허의 80%를 보유한 상위 ‘톱6’ 기업에 이름을 올린 미국 기업은 퀄컴(191건·11%)뿐이다.

이 때문에 화웨이를 상대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밀어붙이는 ‘옥죄기’ 조치가 미국 기업들에는 악재가 되고 있다. 미국 기업들은 ‘화웨이 금지령’에 발 묶여 관련 논의에 참여조차 못하는 실정이다. 제재 수위를 높일수록 미국 기업들이 받는 피해 역시 덩달아 높아지고 있었다.

이번에 트럼프 행정부가 꼬리를 내린 것도 기존 정책 방향을 고수하다가는 자칫 차세대 통신 네트워크 시장을 통째로 중국에 넘겨줄 수 있다는 불안감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미국 기업들은 곧바로 환영하고 나섰다. 나오미 윌슨 정보기술산업협의회(ITIC) 아시아정책담당은 “화웨이 제재로 미국 기업들이 의도치 않게 일부 기술표준 논의에서 밀려나 불이익을 받았다”며 “이번 조치로 미국이 5G와 AI 같은 첨단 기술 기구에서 경쟁력과 주도권을 되찾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도 미국 정부의 기조 변화 분위기를 알아채고 캐나다에서 1년 넘게 연금 중인 멍완저우 화웨이 부회장 겸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석방하라고 15일 요구했다.

화웨이 관계자 역시 “미 정부가 화웨이에 대한 제재를 이어간다면 어떤 미국 업체도 화웨이가 생산한 라우터, 스위치, 인터넷 서비스, 클라우드 등을 사용할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쉬즈쥔(에릭 쉬) 화웨이 순환 회장은 지난 3월 31일 지난해 실적 발표 자리에서 “중국 정부가 가만히 바라보고 있지만은 않을 것”이라며 경고성 메시지를 날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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