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코노미뉴스 신현아 기자] 정부가 발주한 공공분야 전용회선 입찰에서 통신 3사가 담합한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담합을 주도한 혐의로 KT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18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는 전날부터 이틀에 걸쳐 서울 광화문에 있는 KT 기업사업본부 사무실 등지에 검사와 수사관들을 보내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KT와 LG유플러스, SK브로드밴드 등 통신 3사는 2015년 4월부터 2017년 6월까지 공공기관들이 발주한 12건의 전용회선 사업 입찰에서 돌아가며 3사 중 한 업체를 밀어주는 방식으로 담합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전용회선이란 전용계약에 의해 가입자가 특정 지점을 독점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통신회선이다.
공정위는 입찰 과정에서 시장 지배적 지위에 있는 KT가 담합을 주도한 것으로 파악하고 검찰에 고발했다.
지난 3월 취임한 KT 구현모 대표는 당시 경영지원총괄 부사장을 맡았다.
검찰의 강도 높은 수사가 구 대표로서는 취임 이후 맞는 가장 큰 위기로 KT의 위상에도 적잖은 타격이 예상된다.
검찰 수사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해 4월 KT를 공정거래법 위반 등 혐의로 고발한 데 따른 것이다.
검찰은 그동안 수사 결과를 토대로 지난달 29일 KT 법인과 이 회사 전직 임원인 송희경(56) 전 미래한국당 국회의원, 신모(63) 전 KT 부사장을 재판에 넘겼다.
이날 압수수색 등을 통해 추가 증거가 확보되면 당시 재직했던 나머지 임원들에 대한 조사도 본격화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구현모 대표 역시 검찰 조사를 피해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에 따르면 통신 3사는 전용회선사업 입찰에 일부러 참여하지 않거나 입찰 막판에 빠져 '들러리'를 서는 방식으로 특정 업체가 낙찰 받도록 도와준 것으로 드러났다.
일부 입찰 과정에서 KT 등은 낙찰을 도와준 들러리 업체 등과 회선 임차 계약을 맺고 실제 회선을 사용하지 않았음에도 이용료 명목으로 132억원을 지급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공정위 조사 결과 통신 3사는 전용회선 사업을 따내도 3~5년 뒤 새로운 경쟁 입찰에서 탈락하면 기존 설비가 무용지물이 되는 문제를 해결하고 안정적인 사업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담합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를 통해 통신 3사는 3년간 진행된 12건의 입찰에서 96~99% 낙찰률로 사업을 수주했다.
답합 사실이 드러난 다음 해인 2018년 입찰에서는 낙찰률은 62.2%로 떨어졌다.
공정위는 지난해 4월 KT에 57억4300만원, LG유플러스에 38억9500만원, SK브로드밴드에 32억72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KT 주도로 담합이 이뤄진 것으로 보고 KT를 검찰에 고발했다.
한편 구현모 대표는 황창규 전 회장과 함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수사 계류 중인 상태다.
황창규 회장 재직 때처럼 KT는 ‘CEO 리스크’로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