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운아' 홍사덕 별세...YS→DJ 대변인으로 좌우와 동서 넘나들어
'풍운아' 홍사덕 별세...YS→DJ 대변인으로 좌우와 동서 넘나들어
  • 최영준 기자
  • 승인 2020.06.18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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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선 지낸 관록의 정치인...신민당 대변인 때 촌철살인의 논평으로 유명세
17일 별세한 홍사덕 전 국회부의장의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빈소에 고인의 영정이 놓여 있다.

[서울이코노미뉴스 최영준 기자] ‘온화한 풍운아‘ 홍사덕 전 국회부의장(6선)이 17일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77세.

홍 전 부의장의 정치 역정은 한국 정치사의 굴곡만큼이나 파란만장했다. 

경북 영주 출생으로 서울대학교 외교학과를 졸업한 그는 1968년 중앙일보에 입사해 기자 생활을 하다 제5공화국 시절 민한당 의원으로 시작, 정계에 입문했다.

이어 김영삼(YS) 전 대통령이 주도한 신민당 대변인으로 재선에 올랐다. 당시에 촌철살인 논평으로 유명세를 얻었다.

이어 1990년 노태우-김영삼-김종필의 3당 합당을 거부하고 노무현 이기택 이철 박찬종 의원 등과 함께 이른바 '꼬마민주당'을 만들었다.

TK출신 정치인이면서도 주류에 편승하지 않은 그는 1992년 대선을 앞두고 '꼬마민주당'과 평민당이 합친 민주당에 입당해 김대중(DJ) 후보 캠프의 대변인으로도 활약했다.

당시 김대중 캠프 부대변인이었던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전 의원은 고인이 한나라당 소속 국회 부의장을 할 때 노르웨이에 함께 갔던 기억을 더듬었다.

김 전 의원은 "당이 다른 데도 '한국인 모두가 DJ의 노벨평화상 수상을 기대하고 있다. 이것은 한반도 평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설득을 하더라"면서 "여야가 달라도 이렇게 하는 것이 정치인의 자세라는 것을 배웠다"고 말했다.

'꼬마민주당'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박찬종 전 의원은 "정세 판단이 아주 예리하고 정확했던 분"이라며 "한마디로 '의회맨'으로, 연고지인 경북 영주를 떠나 서울 강남, 경기 고양, 대구 서구 등 비연고지에서 어려운 선거를 치러가며 국회의원 자리를 지키려고 부단히 노력했다"고 말했다.

고인은 3곳에서 다섯번 금배지를 다는 기록을 세웠다. 11,12대는 고향인 영주에서, 14,15대는 서울 강남에서, 18대는 대구에서 당선됐다. 무소속으로 활동하던 1997년 당시 김영삼 정부 정무장관으로 발탁되기도 했다.

16대 총선에서는 한나라당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아 선거를 이끌었다. 비례대표 후보로 나서 당선됐다. 이후 전반기 국회 부의장을 맡았다. 2004년 한나라당 원내총무로 노무현 대통령 탄핵안 통과를 주도하기도 했다.

2012년 9월에는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으로 새누리당을 전격 탈당하기도 했다. 2013년부터 2017년까지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 대표 상임의장을 역임했다.

19대 총선에서 새누리당 소속으로 서울 종로구에 출마했으나 더불어민주당 정세균 의원에게 패했다.

그와 동시대를 살았던 정치인들은 그를 '신사' '의회주의자' '풍운아'라고 기억한다.

신민당부터 정치 궤적을 함께 했던 홍문표 의원은 "YS, DJ 양대 산맥 사이에서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두 분간 멀어졌던 간격을 좁히는 가교 역할을 했던, 현장감이 있는 훌륭한 정치인이었다"고 회고했다.

고인은 13대 총선에서 낙선한 뒤 진행했던 '홍사덕 라디오 칼럼'이나 1996년에 낸 저서 '지금, 잠이 옵니까' 등으로 대중적 인기를 끌기도 했다.

특히 '지금, 잠이 옵니까'의 원고 1100매 분량을 5일 만에 집필해 대한민국에서 가장 빨리 쓴 책으로 기네스북에 오르기도 했다.

노정객 서청원 전 의원은 고인을 "정치인으로서는 강골이지만 신사였다"고 회고했다.

1943년생으로 고인과 동갑인 서 전 의원은 정치의 먼 길을 고인과 함께 걸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자문하는 원로 그룹의 주축이기도 했다.

서 전 의원은 "옳고 그름을 아주 분명히 밝히는 소신 있는 사람이었고, 개성이 있었다"고 추억했다. 이어 "독도 영토권 분쟁으로 한일관계가 좋지 않았던 시절 대변인이던 고인이 '일본은 빠가야로(바보 같은 놈)'라는 한 줄짜리 논평을 내 화제가 되기도 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고인은 최근 폐렴으로 입원 치료를 받아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2018년 이후 지병이 악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족은 배우자 임경미씨, 아들 재선, 딸 은진·세나씨가 있다.

빈소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발인은 20일 오전 6시, 장지는 경북 영주 선영이다. 02)2072-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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