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교육의 ‘오래된 미래’...사이버大로부터 배운다
한국 교육의 ‘오래된 미래’...사이버大로부터 배운다
  • 권의종
  • 승인 2020.06.21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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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나 가능한 ‘언택트 교육’...미래 교육의 새 지평 여는 최적 대안

[권의종 칼럼] 코로나 위세가 당당하다. 6개월 선금 받고 ‘배짱’ 장사 해온 대학들이 등록금 환불 요구에 절절맨다. 건국대가 등록금 환불을 결정했다. 2학기 등록금에서 일부 빼주는 형식이다. 코로나19로 비정상적 학사운영이 진행된데 대한 학생 반발을 무마하려는 고육지책이다. 다른 대학들에게도 강 건너 불이 아니다. 급기야 학생들이 혈서까지 쓰고 나섰다.

일부 대학이 교비로 재학생 전원에게 10만∼20만원의 특별장학금을 현금으로 지급한 사례가 있기는 하다. 1학기 내내 비대면 수업으로 학습권이 침해된데 대한 보상 차원에서 등록금 감액을 결정한 경우는 건대가 처음이다. 대학본부와 총학생회가 1학기 재학생이 다음 학기 등록 때 일정 금액을 감면해주는 ‘환불성 고지감면 장학금’ 방안에 합의한 것이다.

비싼 등록금 내고 온라인 수업만 받아야 했던 학생들 입장에서 보면 환불 요구는 정당하다. 수업 품질이 떨어지고 학교 시설을 제대로 이용치 못했다면 다만 얼마라도 등록금을 되돌려 받는 게 맞다. 대학생 단체들은 한술 더 뜬다. 학습권 훼손에 대한 보상책 요구를 위해 대학과 교육부를 상대로 등록금 반환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대학들은 난색이다. 등록금을 돌려줄 이유도 재원도 없다는 표정이다. 일견 타당한 측면이 있다. 비대면 수업이 이뤄진 것은 사실이나 그게 어디 대학의 책임인가. 천재지변이나 다름없는 전염병 탓이지 않았나. 대학들로서도 방역 비용, 원격수업을 위한 설비비용 등 추가 지출이 많았다. 그렇잖아도 학령인구 감소와 12년째 이어진 등록금 동결로 대학들도 힘들고 지쳐있다.

코로나 위세 ‘당당’...배짱 장사 ‘도도’한 대학, 등록금 환불 요구에 눈치 ‘슬슬’보며 ‘절절’매

정부는 속이 탄다. 애초 3차 추경안 편성 때 ‘코로나19 대학긴급지원금’ 명목으로 1951억 원을 배정하려 했다. 재정으로 등록금 반환을 지원하는 게 적절치 않다는 기획재정부의 반대로 무산되고 말았다. 기존의 대학지원 예산 범위 내에서 반환을 추진하는 수밖에 없게 되었다. 다행히도 정치권은 긍정적이다. 국회 심사 과정에서 등록금 반환 예산을 다시 집어넣는 쪽으로 가닥을 잡는 모양새다. 어쨌거나 해결은 될 것 같아 적이 안심은 된다.

중요한 것은 현상을 보는 시각이다. 등록금 환불 요구를 일과성 민원쯤으로 가볍게 보는 단견이 유감이다. 문제의 근원이 후진적 교육시스템에서 비롯되었음을 알아차리지 못한다. 병이 생기는 원인과 관계없이 겉으로 나타난 증상만 치료하는 대증요법 식 접근은 재발을 부른다. 나중에 어찌되든 우선 당장 나랏돈으로 등록금을 돌려주고 고비만 넘기려는 안이함이 화근을 남긴다.

선견지명은 이럴 때 필요하다. 한국 교육의 미래를 재설계하는 생산적 작업을 서둘러야 한다. 우리의 교육 구조는 낡아 있다. 시대 변화를 따라잡지 못해왔다. 그러던 차에 코로나19로 ‘언택트’의 미증유 상황과 맞닥뜨렸다. 알고 보면 대학은 산업사회의 유물이다. 재화와 용역을 대량으로 빠르게 생산해내기 위해 많은 인원을 한데 모아 방법론을 교육할 필요에 따라 생성된 측면이 크다.

4차 산업혁명시대를 맞았다. 환경이 바뀌면 교육도 변해야 한다. 아날로그 구태를 벗고 디지털 새 옷으로 단장해야 한다. 몇 시간 강의를 듣고자 왕복 4시간 남짓 소요되는 교통편 이용을 위해 전철역 주변에 늘어선 통학 행렬이 길다. 지방 소재 대학에서 한 주간 지내다 주말이면 원거리 귀경 버스에 몸을 싣는 학생들의 삶이 고단하다. 이런 시간적·공간적 소비가 과연 어떤 가치를 창출하는지 의문을 갖게 한다.

환경이 바뀌면 교육도 변해야...4차 산업혁명 시대, 아날로그 구태 벗고 디지털 새 옷 입어야

교육은 의식주 못지않게 중요하다. 개인과 조직은 물론 국가의 운명까지 지배한다. 그런 점에서 교육 혁신은 더 이상 미루기 힘든 시대적 과제가 아닐 수 없다. 새 환경에 맞는 뉴노멀의 정립이 화급하다.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닐 것이나 힘들수록 경쟁력은 커지는 법이다. 학생이 있는 곳이라면 언제 어디서나 가능한 ‘언택트 교육’. 미래 교육의 새 지평을 여는 최적의 대안으로 꼽힌다.

컨텐츠가 좋으면 승산이 있다. 개별 대학 내 한정된 교수진에 의존하는 ‘컨택트 교육’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다. 엄선된 우수 인재들에 의한 고수준의 교육서비스가 무한 공급될 수 있다. 학술 교류와 연구실적 활용도 쉬워진다. 성과가 입증되면 수요 확보는 시간문제다. 지구촌 곳곳에서 한국의 앞선 교육서비스를 누리게 된다. 교육수출국의 명성은 따 논 당상이다.

비대면의 불리함은 능히 극복될 수 있다. 상쇄하고 능가할 기법이 널려 있다. 부족하면 개발하면 된다. 시공(時空)을 초월하는 온라인 교육의 차별성은 오프라인 교육이 범접하기 힘든 ‘신(神)의 영역’이다. 각자가 맞는 시간에 원하는 만큼의 반복·분할·통합 학습이 가능하다. 향후에도 과학기술 진전과 교육공학 발전은 언택트 교육의 단점은 줄이면서 장점은 더욱 키워갈 것이다.

새로운 모험이 아니다. 언택트 교육은 이미 기술적으로 진척돼있고 익숙한 서비스다. 사이버대학이 전범(典範)이다. 컴퓨터 단말기와 화상(畫像) 회의 시스템을 이용한 가상 교육이 실용화되어 있다. 4차 산업혁명 기술, 튼실한 컨텐츠, 정교한 그래픽이 융합되면서 새로운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미래 교육의 대안은 실은 오래전부터 존재하고 있었다. ‘오래된 미래(Ancient Futures)’라는 표현이 곧잘 어울린다.

필자 소개

권의종(iamej5196@naver.com)
- 논설실장
- 부설 금융소비자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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