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 휴교와 학교가는 날
코로나 19 휴교와 학교가는 날
  • 주윤정
  • 승인 2020.06.24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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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윤정 칼럼] 지난 달 제주의 한 특수학교를 방문했는데, 그날이 마침 등교 개학을 시작하던 날이었다. 학생들, 학부모들, 교사들, 보조 교사들이 학교에 들어가고 있었는데, 마치 축제날인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떠들썩했다. 오랜 휴교 끝에 등교여서, 아이들, 부모들, 교사들 모두 들떠 서로 서로를 반가워하고 환대하고 있었다. 장애인 학생들은 휴교 기간,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인하여 외로움과 고독, 고립을 벗어났기에 학교 가는 날이 축제 같은 분위기였다.

코로나 19 발생 이후 한 달여 이상 학교의 개교에 대해 교육 당국에서 적절하고 신속한 대처를 하지 못해 대한민국의 모든 학부모들은 한동안 애를 태웠다. 아이들이 장기간 학교 가지 않는 동안 집집마다 난리법석이었다. 아이가 둘 이상인 집은 아이들끼리 집에 오래 있다 보니 사이가 나빠져서 가정 내 갈등이 증가하고 있다. 온라인 개학 이후에는 누가 노트북을 쓸 것이냐, 컴퓨터를 쓸 것이냐로 싸우고 있다. 엄마들은 엄마들대로 삼시 세끼를 차리느라 고역이었다. 한편 다른 나라에서는 이혼, 가정폭력, 아동학대가 증가한다는 보도도 있다.

이제 살 거 같다

아이들이 학교를 가지 않는 동안, 아이를 돌봐줄 어른이 집에 있는 경우에는 점심을 차려주고 아이들과 함께했다. 하지만 부모 모두가 일을 하거나, 돌봄을 담당할 조부모가 없는 경우, 아이들은 방치되었다. 이 기간 동안 학교의 급식이 아니면 양질의 음식을 접할 수 없는 결식아동들은 무엇을 먹고 지냈을지 걱정도 들었다.

제주 장애인 학교의 아이들과 부모들은 “휴 이제 살 것 같다”라는 표정으로 등교를 했고, 교사들은 가정 내 고립의 생활을 견디고 학교로 온 아이들을 반갑게 환대했다. 온라인 교육이 시작된 이후 인지적 학습과 관련된 것들은 일부 보충이 가능하지만, 학교의 급식 혹은 교우관계, 사회성 교육 등과 관련된 것은 온라인이 모두 보충해줄 수 없다. 더욱이 저학년 아이들, 그리고 인지능력이 낮은 발달장애인 등의 경우 온라인 교육환경은 무용지물이다. 그렇기에 제주의 장애인 특수학교의 개교 날은 떠들썩한 축제날이었던 것이고, 우리가 디지털만으로 살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삶과 환대의 현장이었다.

학교의 교육, 급식, 돌봄이 공백으로 있던 동안 제주에서는 발달장애인 고교생과 그 어머니가 동반자살을, 광주에서는 성인 발달장애인 아들과 어머니의 동반자살, 울산에서는 부모가 일을 하러 나간 사이, 화재로 장애인 형제가 사망, 창녕에서는 학대를 견디지 못한 아동이 맨발로 탈출하는 등 불행한 사건이 연이어 발생했다. 코로나 19의 재난 상황은 사회각계각층에 모두 영향을 주고 있지만, 특히 취약집단에 더 가혹한 것 같다. 학교와 이들의 상시적 돌봄공간이 문을 닫으며, 당사자와 가족들은 절망에 빠져들고 있다.

사회적 거리 두기와 쪼그라든 뇌

누구보다도 온기와 돌봄이 필요한 어린이들이, 사회적 거리 두기 속에서 절절한 사회적 관계를 경험하지 못해 향후 뇌 발달, 성장발달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그래서 전쟁을 겪은 아이들처럼 트라우마가 남을 가능성이 있으며, 일상적 활동이 제한되는 상황에서 아이들의 성장발달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교실과 운동장에서 친구를 만나 신나게 뛰어놀지 못하는 상황에서, 아이들이 맘 편히 접할 수 있는 공간은 온라인 공간뿐이다. 최근의 뇌과학자들은 어린 시절의 사회적 결핍이 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는데, 불우한 유년기를 보낸 경우,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대체로 뇌의 부피가 감소한다고 한다. 애정, 온기, 관계 맺기 등 다양한 자극을 받지 못할 경우, 뇌는 쪼그라든다.

그래서 코로나 19 팬데믹이 우리 아이들에게 어떤 심리, 인지, 체력, 사회성의 차원에서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 혹시라도 뇌는 쪼그라들고 있지 않은지, 그리고 특히 장애인, 빈곤 및 고립된 가정, 고아, 다문화 가정 등 취약한 어린이들이 어떻게 이 재난을 견디어가고 있는지, 사후의 영향은 무엇일지에 대해 우리는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하고 문제점을 파악해야 한다. 이를 토대로 사회는 코로나 19 이후 우리 아이들의 삶과 미래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살펴야 할 것이다.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 칼럼은 다산칼럼의 동의를 얻어 전재한 것입니다.

글쓴이 / 주 윤 정
· 서울대학교 사회발전연구소 선임연구원
· 한국인권학회 학술이사

· 연구 논문
『탈시설 운동과 사람중심 노동: 이탈리아의 바자리아법과 장애인 협동조합운동』 담론 201, 2019, 22(2)
『법 앞에서: 형제복지원 피해생존자들의 해방과 기다림의 정치』 민주주의와 인권, 2018, 18(4)
『동아시아 시각장애인의 생존권의 비교: 일본·대만·한국의 시각장애인 안마사업권을 중심으로』 사회와 역사, 2017, 115
『‘사람 취급’ 받을 권리―1970년대 시각장애인 안마사 생존권의 역사』 역사비평, 2013, 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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