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코노미뉴스 신현아 기자] 라임자산운용의 ‘전주’(錢主)로 지목된 김봉현 스타모빌리티 회장에게 뇌물을 받고 직무상 얻은 정보를 유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모 전 청와대 경제수석실 행정관이 첫 재판에서 혐의를 일부 부인했다.
김 전 회장에게 건네준 금감원의 자료가 ‘직무상 얻은 정보’가 아니라는 것이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2부(오상용 부장판사)는 24일 오전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뇌물), 형법 위반(제3자 뇌물수수), 금융위원회의 설치법 위반(직무상 비밀누설)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김 전 행정관에 대한 첫 공판을 진행했다.
김 전 행정관은 라임 감사 관련 정보 등 직무상 정보와 편의를 제공하는 대가로 김 전 회장으로부터 스타모빌리티 명의 법인카드를 받는 등 3700만원 상당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자신의 동생을 스타모빌리티 사외이사로 올려 급여 명목으로 1900만원을 챙기게 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김 전 행정관 측 변호인은 혐의를 대부분 인정하면서도 동생의 취업에 따른 제 3자 뇌물죄나 직무상 알게 된 정보를 누설한 금융위원회 설치법 위반 등의 혐의는 부인했다.
변호인은 "동생은 경력상 사외이사가 될 자격이 있고 사외이사로 일하면 회사에 김 회장의 입장을 잘 설명해 줄 수 있어 사외이사로 올린 것"이라면서 "정당한 일을 하고 급여를 받아 뇌물이라고 보기에 대가성이 약하다"고 주장했다.
또 직무상 얻은 정보를 유출했다는 혐의에 대해선 “김 전 회장에게 보여 준 자료는 청와대에 근무하면서 정식으로 얻게 된 정보가 아니라 친분이 있던 금감원 동료에게 개인적으로 부탁해 받은 것"이라며 "직무상 얻게 된 정보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 전 행정관이 김 전 회장에게서 법인카드를 받고 골프장 및 유흥주점 비용을 대납하게 한 혐의에 대해서는 “공소사실을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업이 잘되는 고등학교 친구의 호의를 거절하지 못한 것"이라며 선처를 호소했다.
다음 재판은 내달 20일에 열릴 예정이다.
김 전 행정관은 금융감독원 출신으로 지난해 2월부터 약 1년 동안 청와대 경제수석실에 파견돼 근무하던 중 라임 관련 정보를 유출하고 금품을 받은 혐의로 지난 4월 구속됐다. 그는 김봉현 전 회장의 고향 친구로도 알려져 있다.
그는 또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를 1조원 넘게 판매한 장모 전 대신증권 반포더블유엠(WM)센터장이 이른바 ‘청와대 녹취록에서 “라임은 이분이 다 막았다”고 언급한 당사자이기도 하다. 지난해 '라임 사태'가 터지기 전 이와 관련한 금융당국의 검사를 막는 데 김 전 행정관이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