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물류자회사 설립 결국 강행...해운업계 “생태계 파괴” 반발
포스코, 물류자회사 설립 결국 강행...해운업계 “생태계 파괴” 반발
  • 김태일 기자
  • 승인 2020.06.24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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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이사에 김복태 판매생산조정실장 내정...“중소 물류업체 일감 대거 빼앗아 갈 것”
포스코가 해운업계 반대에도 불구하고 물류 전문 자회사 설립을 강행할 것으로 보인다 / 연합뉴스
포스코가 해운업계 반대에도 불구하고 물류 전문 자회사 설립을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이코노미뉴스 김태일 기자] 포스코(POSCO)가 물류 전문 자회사 출범을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이미 물류자회사 수장에 김복태 전무(판매생산조정실장)를 사실상 내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선 해운 생태계를 교란시킬 수 있다는 이유로 반발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해운업계와 포스코를 둘러싼 긴장 수위도 더욱 높아지고 상황이다.

24일 철강 및 해운업계에 따르면 포스코는 올해 출범 예정인 물류자회사 ‘포스코GSP(가칭)’ 대표이사 사장에 김복태 포스코 전무를 선임할 예정이다. 김 전무가 몸담고 있는 판매생산조정실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그룹 물류 전반에 대한 대대적 경영 진단을 실시하며 물류업 진출을 위한 밑작업을 도맡아 준비했다.

포스코는 올해 초부터 자회사 설립을 추진하기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포스코, 포스코인터내셔널, 포스코터미날 등에 분산된 그룹 내 물류 기능, 조직, 인력을 한 회사로 합치고 계약 관리 기능 역시 일원화한다는 구상이었다. 당시 7월 설립을 목표로 작업을 진행해왔다.

당초 포스코는 이 작업은 그저 그룹 경쟁력 및 물류 효율 향상을 위해 이뤄지는 것으로, 해운업이나 운송업 진출 목적은 없다고 강조했다. 흩어져 있는 물류 업무를 하나로 묶어 고도화·전문화·스마트화 등을 추진함으로써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차원이라는 설명이었다.

단지 포스코그룹 계열사들이 한 해 지출하는 물류비용이 3조원에 달하는데, 자체 해결 공정을 마련해 이익률을 개선하는 취지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얼마 전부터 분위기는 달라졌다. 포스코는 물류통합 운영법인 포스코GSP 설립을 추진하고, 김 전무를 수장 자리에 앉히려 하는 등 노골적인 출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19일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포스코 물류자회사 설립 관련 해양산업계 합동 기자회견에서 강무현 한국해양산업총연합회 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지난달 19일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포스코 물류자회사 설립 관련 해양산업계 합동 기자회견에서 강무현 한국해양산업총연합회 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에 철광석, 석탄 등 원료 운송을 맡아온 해운업계는 크게 반발하고 있다. 포스코가 막대한 자본과 취급 물동량을 무기로 업계에 진입하면 중소 물류업체들의 일감을 대거 흡수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업계는 해당 물류자회사가 국내 최대 원료·철강 수출사인 포스코를 등에 업고 수수료 명목의 이른바 ‘통행세’를 걷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가령 기존에 포스코가 선사와 직접 계약을 맺고 철광석 수입 운임비로 건당 1000원을 줬다면, 자회사 설립 시 통행세로 200원을 떼어간다는 것이다. 결국 자회사는 큰 노력 없이 200원의 수입을 올리고, 선사는 잘못 없이 800원만 받게 된다.

다만 현재로선 해운법 24조 7항에 따라 포스코의 해운업 진출은 쉽지 않다. 포스코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주요화물인 제철원료의 화주이기 때문에 국내 정책자문위원회의를 통과해야 하는 탓이다. 하지만 포스코가 당장 해운업에 뛰어들지는 않더라도 업계에 발을 담그는 것 자체가 추후 본격적인 물류업 진출의 포석이라는 게 해운업계 지적이다.

게다가 포스코는 설립할 자회사의 예상 매출액을 연간 1조원 안팎으로 잡고 있다. 그룹에서 한 손에 꼽을 정도의 위치로 올려놓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주력하는 회사라는 뜻이다. 이에 따라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물류시장 전체의 경쟁력 향상에 기여하는 바보다 기존 생태계를 파괴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 23일 한국노총은 성명을 내고 “국민기업답게, 코로나19로 인한 어려움을 협력업체에 떠넘기지 말고 노동자와 기업이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포스코는 물류자회사 진출 명분으로 물류비용 절감과 업무효율화를 내세우지만, 원자재 수출 최대 기업의 물량 독점으로 인해 최저가 경쟁 입찰이 유발되고, 파생되는 고통은 선원과 항만하역 노동자들에게 전가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지난달 8일 한국해양산업총연합회는 “포스코의 물류자회사 설립은 정부의 제3자 물류 육성정책에 배치될 뿐 아니라 국가 물류경쟁력을 크게 저하시킬 수 있다”면서 “그간 포스코와 물류전문기업 간 상생협력관계도 와해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 전날에는 전국해상선원노동조합연맹(선원노련)이 성명을 내고 “포스코가 내세우는 비용 절감은 곧 차별과 착취, 노동환경 악화를 수반한다”면서 “가뜩이나 열악한 선원들의 고용환경과 일터는 더욱 내리막길을 걷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물류 자회사를 통한 운송 계약으로 국적선사들이 글로벌 해운사들과의 경쟁에서 밀려 선원들의 해고나 노동조건 악화로 이어질 게 자명하다는 것이다.

이에 포스코 측은 “장기 전용선 계약을 포함해 운송사·선사·하역사 등 여러 물류 협력사와의 계약에 변동은 없다”면서 “국내 물류업계와의 상생을 더욱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더불어 국제 환경규제에 대응해 물류 파트너사와 함께 친환경 물류 인프라도 구축해 나간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해운·조선사와 협업해 선박 탈황설비 장착 및 LNG추진선 도입, 디젤 엔진 등으로 작동하는 항만 설비의 전기 동력 전환, 친환경 운송차량 운영 등을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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