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타항공 '미스테리'...이상직 의원 “손 뗐다더니, 최근까지 경영?”
이스타항공 '미스테리'...이상직 의원 “손 뗐다더니, 최근까지 경영?”
  • 신현아 기자
  • 승인 2020.06.26 14:23
  • 댓글 0
  • 트위터
  • 페이스북
  • 카카오스토리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17년 "李의원 회의 주재한다" 공지...이스타항공 노조, "임금체불 책임 이상직 일가에" 처벌 촉구
MBC 보도 내용 캡처
MBC 보도 내용 캡처

[서울이코노미뉴스 신현아 기자] 임금 체불 문제로 제주항공과의 매각협상까지 지연되고 있는 이스타항공의 경영에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최근까지도 관여했다는 정황이 드러났다. 

26일 MBC 등 보도에 따르면 2017년 이스타항공 사내에는 이 의원이 주재하는 실본부장 회의가 열린다는 공지가 확인됐다. 공지에는 “내일 아침회의는 의원님 주재 실·본부장 회의로 진행된다”는 내용이 포함돼 회사 운영에 이 의원이 개입하고 있음이 명확히 확인됐다. 

또 이날 JTBC 보도에서도 2017년부터 3년에 걸친 이스타항공 임원진 회의록 등에는 ‘의원님’ 또는 ‘이상직 회장님’이라고 표기된 이상직 의원의 발언이 담겨 있었다. 

이외에도 이 의원은 당시 회사의 실적 목표를 제시하거나 특정 부서의 실수를 꼼꼼하게 지적하는 등 경영에 깊이 관여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는 앞서 이스타항공 노조가 5개월째 임금 체불로 고통받고 있다며 실질적 사주인 이 의원에 대한 처벌을 촉구하자 이 의원이 언론에 “자신은 7년 전 경영에서 손을 뗐다”며 체불임금에 대한 책임이 없다는 입장을 밝힌 것과 배치되는 것이다. 

이 의원은 2016년 20대 총선에서 낙선한 뒤 이스타항공에 복귀했던 걸로 알려졌다. 2018년 3월 중소기업진흥공단 이사장으로 재임하기 전까지 회사 경영을 챙겼다. 이스타항공 노조는 이를 근거로 “이상직 의원이 사실상 이스타항공의 경영자”라면서 “경영 실패로 인해 발생한 체불임금에 대해서 이 의원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당시 이 의원의 사내 역할을 짐작할 수 있는 증언도 있다. 이스타항공의 한 관계자는 “이상직 의원이 정가운데, 완전 상석에 앉았다. 의원님이 (대표이사가) 얘기하는 것도 다 잘라 버렸고, ○○○ 회장님은 한마디 말도 없으셨다”고 언론에 전했다. 실적을 강조하면서 직원들에게 욕설을 썼다는 주장도 나왔다.

심지어 이스타항공이 직원들에게 조직적으로 이 의원의 정치후원금을 모금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MBC가 입수한 2012년 총선 직전 이스타항공 간부가 직원들에게 보낸 단체 이메일에는 “이상직님께서 민주통합당 국민경선에 당선되시는 쾌거를 이루셨다”는 말과 함께 이 의원 후원회 송금방법이 자세히 적혀있다.

이에 대해 이 의원 측 관계자는 “‘7년째 경영에서 손 뗐다’는 말은 언론의 추궁에 대해 강하게 반박하다 보니 말 실수를 한 것”이라면서 “약 2년간 회의에 참석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다만 “결재할 일은 없었고 중진공(중소기업진흥공단)에 간 뒤로는 회사에 나온 적은 한 번도 없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밖의 의혹, 특히 체불임금 책임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는 별다른 입장 표명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가운데 이스타항공의 지분 40% 가량을 보유한 최대주주 이스타홀딩스가 이 의원의 자녀들 소유로 확인돼 이 의원이 회사의 실소유주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를 두고 제주항공과의 매각 협상도 지연되고 있는 상황에서 체불임금에 관한 책임이 이 의원에게도 있는게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랐다. 

또 이스타홀딩스의 주식매입대금 출처에 대한 의문도 있다.

이스타홀딩스는 2015년 이 의원의 아들과 딸이 자본금 3000만원으로 설립된 회사다. 그런데 설립 3개월여만에 이스타항공의 지분 68%를 사들여 최대주주로 올라섰고, 이 과정에서 투입된 자금 100억여원의 출처가 불분명하다는 의혹이 언론 보도를 통해 제기됐다. 이스타홀딩스는 이 의원의 두 자녀(이원준(66.7%)씨와 이수지(33.3%)씨)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스타항공은 지난 25일 입장문을 내 "이스타홀딩스 설립과 이스타항공 주식 취득은 법무법인의 검토를 거쳐 사모펀드를 통해 지극히 합법적이고 공개적 방식으로 진행됐다“고 주장했다. 또 "거래과정에서 어떤 불법이나 편법도 없었고 모든 세금을 성실히 납부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근거없는 의혹 보도를 즉각 중단해주기를 간곡히 요청한다”면서도 “이번 보도는 회사와 임직원들에게 회복 불능의 피해를 안겨줬고, 부득이 엄중한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언론중재위원회에 우선 정정 보도를 요청할 계획이며 법적 대응에 나설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지난 19일 오전 더불어민주당 전북도당 앞에서 이스타항공 조종사 노동조합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조합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합병(M&A)이 차질을 빚는 가운데 이스타항공 노조가 임금체불의 책임이 이스타항공의 실질적 소유주인 이상직 일가에 있다며 이 의원에 대한 처벌을 촉구하고 있다.

앞서 지난 19일 노조는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 경영진은 250억원에 달하는 체불임금 책임을 서로 미루고 있어 매각이 마무리되지 못하고 있다”면서 “급기야 사측은 노동자들에게 체불임금을 포기하라는 파렴치한 요구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 사태로 국내 항공사들이 고통 받고 있는 가운데 이스타항공은 애경 그룹 자회사인 제주항공와 매각 절차를 밟고 있다. 지난 2월 애경 그룹은 545억원에 이스타항공을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다만 경영난이 나아지지 않은 이스타항공은 지난 2월 전직원을 상대로 급여 중 40%만 지급하고, 3월에는 아예 지급을 하지 않았다. 4~6월도 마찬가지였다.

이와 함께 이스타항공은 임원 임금을 30% 반납하고 직원의 근무일·시간을 단축하는 등 자구안을 시행했지만, 코로나 19 사태의 장기화로 여전히 임금체불 사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주)서울이코미디어
  • 등록번호 : 서울 아 03055
  • 등록일자 : 2014-03-21
  • 제호 : 서울이코노미뉴스
  • 부회장 : 김명서
  • 대표·편집국장 : 박선화
  • 발행인·편집인 : 박미연
  • 주소 :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은행로 58, 1107호(여의도동, 삼도빌딩)
  • 발행일자 : 2014-04-16
  • 대표전화 : 02-3775-4176
  • 팩스 : 02-3775-4177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미연
  • 서울이코노미뉴스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서울이코노미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seouleconews@naver.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