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코노미뉴스 김태일 기자] 대구 달성공단의 외국계 자동차 부품업체 ‘한국게이츠’가 공장 가동 31년 만에 폐업을 선언했다. 사측은 경영상 판단에 따른 구조조정이라 밝혔지만, 노조는 흑자를 보면서도 의도적으로 폐업을 밀어붙여 직원들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다며 강력히 맞서고 있다.
한국게이츠는 1989년 설립된 미국 게이츠(지분 51%)와 일본 니타사(49%)의 합작회사로, 현재 150여 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앞서 한국게이츠는 본사인 미국 게이츠사의 결정에 따라 지난달 26일 공장을 폐업하고 한국에서 철수한다고 밝혔다. 한국게이츠는 이번 폐업이 지난해부터 전 세계에 걸쳐 추진하는 사업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코로나19사태로 이 일정을 앞당긴 것뿐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직원들을 존중하는 자세로 공정하게 지원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업계 모범 사례에 부합하는 (조기) 퇴직 프로그램을 제공하겠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노조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민주노총 금속노조 한국게이츠지회는 지난달 30일 한국게이츠 대구공장 앞에서 투쟁 선포 기자회견을 열고 사측의 철수 방침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노조원들은 “사측이 코로나19를 핑계로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짓밟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사측이 흑자 기업임에도 악의적 폐업으로 대량 해고를 추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 1000억 원 넘는 매출과 약 50억 원의 영업이익을 내는 우량 기업이 경영난을 폐업의 이유로 내세우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채붕석 한국게이츠 노조지회장은 “경영이 어렵거나 코로나19로 인해서 폐업이 발생했다고 보이지 않고, 주주들의 요구에 따라 한국 노동자들이 희생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게이츠 철수는 147명 공장 직원뿐 아니라 수십 개 협력사와 그 가족들까지 거리로 내모는 처사”라며 “협력사 51곳의 근무자는 6000명에 달하며, 특히 18개 사업장에는 막대한 피해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노조는 폐업을 결정한 ‘윗선’으로 미국 게이츠사의 대주주인 사모펀드 ‘블랙스톤’을 지명했다. 세계 최대 투기자본이 뚜렷한 폐업 및 철수 사유도 통보하지 않은 채 한국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하루아침에 박탈했다는 것이다.
보다 큰 문제는 폐업에 따라 거리에 나앉게 된 직원들에 대한 구제조치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고용노동청은 ‘해고’가 아닌 공장의 ‘폐업’이기 때문에 노동위원회 구제철차 대상 자체가 아니라는 설명이다.
금속노조 한국게이츠지회는 공장 폐업 사태를 타개하기 위해 투쟁본부를 꾸리고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 등과 협의해 지역대책위를 구성할 계획이다. 정부와 대구시에도 적극적으로 대응해달라고 촉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