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대 두 남자의 대화...화향백리, 주향천리, 인향만리
60대 두 남자의 대화...화향백리, 주향천리, 인향만리
  • 오풍연
  • 승인 2020.07.01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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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의 향기 백리 가고, 술의 향기 천리 가지만 사람의 향기 만리 간다
좋은 사람들과 인연을 맺으면 소중하고 아름답게 지켜가자는 의미

[오풍연 칼럼] 기자 생활을 함께 한 선배가 회사로 찾아와 점심을 함께 했다. 내가 점심을 대접하려고 했는데 역으로 얻어 먹었다. 피자와 파스타를 주문했다. 그리고 커피 한 잔. 많은 애기를 나눴다. 선배도 작년 말까지 언론사에 있다가 나왔다. 지금은 쉬고 있다. 사는 얘기를 했다. 앞으로 살아갈 얘기에 초점을 맞추었다. 어떻게 하면 잘 살 수 있을까.

먼저 잘 죽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유식한 말로 웰 다잉이다. 죽음에대해서는 누구나 같은 생각을 한다. 아프지 않고 살다가 죽는 것. 모든 인류의 꿈이기도 하다. 선배는 이처럼 말했다. “85살까지 건강하게 살다가 아침에 일어나지 않고 죽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다시 말해 고통 없이 죽고 싶다는 뜻이다. 만약 그렇게 죽는다면 무슨 두려움이 있겠는가.

사실 죽기 전까지 많은 고통을 당한다.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과 죽음에 대한 두려움. 죽음이 무섭지 않은 사람은 없다. 말은 죽어야지 하면서 병원을 먼저 찾는 게 인간의 심리이기도 하다. 선배가 재미 있는 말도 했다. “앞으로 의사를 멀리하면서 살겠다”고 했다. 병원에 가면 이것저것 검사해 보라는 말을 많이 한다고. 검사를 받은 다음 결과가 나올 때까지 삶이 피폐해진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만약 암에 걸려 죽게되면 받아들이겠다”고 했다.

건강 얘기도 빼놓을 수 없다. 나는 잘 알다시피 걷기 전도사. 매일 새벽 9km를 걸으니 마니아라고 할 만하다. 선배는 요즘 달리기와 자전거 타기에 흠뻑 빠져 있다. 새벽 6시쯤 일어나 1시간 정도 천천히 달리기를 한다고 했다. 걷는 것도, 달리기도 좋다. 경험칙상 잔 병은 모두 고칠 수 있다. 소화도 잘 되고, 순환기 계통도 좋아진다. 내 경우 만성 두통도 걷기를 통해 극복했다.

두 번째는 혼자 지내는 법도 터득해야 된다. 나이들수록 혼자 지내는 시간이 많다.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 한다. 간단한 조리법도 익혀 둘 필요가 있다. 아내가 없으면 내가 해먹어야 하기 때문이다. 선배도 아침, 점심은 혼자 먹는 때가 많다고 했다. 아이들을 출가시키고 부부 단 둘이 살면 해 먹는 것보다 사먹는 사례가 더 많다고 한다. 아내도 그런 말을 한다. “아들 장가 보내면 사먹자”고. 먹는 문화도 시대를 따라가는 것 같다.

선배와 1시간 50분 가량 담소를 나눴다. 이처럼 찾아와 주는 선배가 있으니 고마울 뿐이다. 또 다음을 약속했다. 나이 들면 약속도 줄어들게 되어 있다. 가까운 사람일수록 자주 연락하고 만나야 한다. 향기 가운데는 사람의 향기가 가장 좋다. 그것을 인향(人香)이라고 한다.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필자소개

오풍연/poongyeon@naver.com

약력

서울신문 논설위원,제작국장, 법조대기자,문화홍보국장

파이낸셜뉴스 논설위원

대경대 초빙교수

현재 오풍연구소 대표

저서

‘새벽 찬가’ ,‘휴넷 오풍연 이사의 행복일기’ ,‘오풍연처럼’ ,‘새벽을 여는 남자’ ,‘남자의 속마음’ ,‘천천히 걷는 자의 행복’ 등 12권의 에세이집

평화가 찾아 온다. 이 세상에 아내보다 더 귀한 존재는 없다. 아내를 사랑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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