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코노미뉴스 신현아 기자] 증권사들이 지난 10년간 비대면계좌 매매거래 수수료가 ‘무료’임을 내세워 투자자들을 끌어들여 놓고 실제로는 수수료를 다른 명목으로 투자자들에게서 받아 온 것으로 드러났다. 그렇게 해서 챙긴 부당이득이 2조원이나 된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과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는 2일 서울 종로구 동숭동 경실련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10여 년 동안 주식거래 수수료 무료 이벤트를 실시해 온 증권사 14개사를 선정해 실태조사를 한 결과, 증권사가 매매거래 수수료 ‘무료’ 이벤트를 내세워 투자자들을 속이고 유관기관 제비용을 불법 징수해 시장 전체가 입은 피해 규모가 최소 2조원”이라고 밝혔다.
경실련에 따르면 증권사들은 유관기관 제비용(제비용)에 관한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점을 악용해 부당 이득을 취해왔다.
유관기관 제비용은 한국거래소의 거래·청산결제수수료 등과 예탁결제원의 증권사·예탁 수수료, 금융투자협회 협회비 등이다. 이중 증권사들은 현행 법규에 따라 주식거래와 관련이 있는 거래수수료·청산결제수수료·증권회사수수료 등 3가지를 합한 거래대금의 0.0036396%를 정률수수료로 부과하게 돼 있다.
하지만 증권사별로 정률수수료외에 일정한 산정기준이나 회계기준 없는 협회비 등을 제비용에 추가하면서 제비용률이 거래금액의 0.0038∼0.0066%까지 차이가 발생했다.
경실련에 따르면 실제 증권사들은 지난 10년 이상 주식위탁매매 과정에서 발생하는 각종 간접비용을 비롯해 주식과 무관한 기타 금융상품의 수수료, 협회비까지도 제비용으로 산정해 부당이득을 취해왔다.
박선아 경실련 시민입법위원장은 "유관기관제비용은 엄연히 증권사가 부담해야 하는데도 '제비용 전가 금지' 규정이 없다고 해서 이를 투자자들에게 전가하는 것은 부당하다“면서 "증권사마다 제비용률이 각각 다른 점도 그 자체로 매우 불합리하고 자의적인 것으로 자본시장법을 왜곡하는 명백한 불법적 관행"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경실련은 한화투자, NH투자, 미래에셋대우증권 등 14개사 증권사들이 지난 10년간 시행한 관련 광고 69건을 수집해 자체 분석한 결과 표시광고법, 약관법, 자본시장법 위반 등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을 총 584건 적발했다고 밝혔다.
실제 매매거래 수수료를 유관기관제비용 명목으로 받으면서도 광고에 '거래수수료 무료'라고 표시한 것은 표시광고법 위반이라는 이유에서다. 유관기관제비용률을 사전에 광고·약관·홈페이지 등을 통해 공시하지 않은 것은 약관법, 자본시장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경실련은 설명했다.
이외에도 경실련은 금융감독원이 지난해 6월 22개 증권사를 상대로 점검에 나서기 전까지 대부분 증권사는 제비용률에 대해 공시하지 않은 점도 지적했다. 이 같은 증권사들의 불법을 금감원이 묵과하고 있다고도 비판했다.
경실련은 “금감원이 올해 3월 증권사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실제 거래 비용이 0원이 아닌 경우 광고에 '무료'라는 표현을 하지 않도록 권고한 뒤에도 증권사들의 이런 행태는 이름만 바꿨을 뿐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금감원의 권고 이후에도 일부 증권사는 '무료'라는 말을 '혜택'으로만 변경하는 등 여전히 개선은 미흡한 실정"이라며 "감사원을 비롯해 금융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등 관계기관이 나서서 조사하고 관련 증권사에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