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코노미뉴스 강기용 기자] 담뱃잎이 아닌 줄기에서 추출한 니코틴이라고 속여 수백억원대 담뱃세를 탈세한 액상형 전자담배 수입업체가 국제 공조수사 끝에 붙잡혔다. 적발된 전자담배는 시가 616억원어치에 달한다. 담배소비세와 국민건강증진부담금 등 담뱃세를 제외하고 매긴 추정치다.
관세청은 지난해부터 기획 단속을 벌여 불법 전자담배 수입 혐의를 받는 법인 5곳을 포함해 개인 9명을 적발해 검찰 고발 및 통고 조치했다고 2일 밝혔다.
관세청은 업체 한 곳의 경우 전자담배에 충전하는 액상 니코틴 2000만ml를 수입하면서 원료를 ‘줄기에서 추출한 니코틴’이라고 허위 신고했다고 설명했다. 1회 충전량은 통상 4ml 정도인데, 이를 기준으로 하면 500만회를 충전할 수 있는 양이다.
이를 통해 탈루한 담뱃세만 364억원이다.
현행 담배사업법에서 담배는 ‘연초의 잎을 연료로 제조한 것’이라고 규정돼 있다. 이 때문에 연초 '줄기'에서 추출한 니코틴을 쓰는 전자담배에는 담뱃세가 부과되지 않는다. 담뱃세는 1ml 당 1799원이다.
해당 업체는 성분 분석만으로는 원료를 어디서 추출했는지 구분하기 어렵다는 점을 알고 의도적으로 탈세를 계획했다.
이에 따라 관세청은 수출국 현지 당국과 공조해 제조공정과 원료를 확인했다. 결국 이 업체가 수입한 액상 니코틴을 줄기에서 추출했다는 신고내용은 허위로 밝혀졌다.
또 다른 수입업체는 니코틴 농도가 2~3%인 액상 니코틴 1500만ml를 수입하면서 농도를 1% 미만이라고 허위로 신고했다. 화학물질관리법에 따른 환경부 신고 등 각종 규제를 피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수입 가격도 실제 11억원이 아닌 3억원으로 낮춰 신고해 관세 5000만원을 탈루했다.
개인의 불법 밀수입 사례도 있었다. ㄱ씨는 니코틴 함량이 1%를 초과하는 액상 니코틴 4300개를 니코틴 미포함 제품으로 세관에 거짓 신고해 들여왔다. 가족 등이 사용하는 것처럼 꾸며 밀수입하기도 했다. 총 시가 5000만원어치다.
관세청은 이 같은 위반사실을 환경부에 통보하고 유관기관과 협업해 액상 니코틴 통관 시 관련 증빙자료 요청과 성분분석 등 수입검사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관세청은 “국제 공조 등을 통해 액상 니코틴의 부정·허위신고, 세액 탈루 혐의에 대한 철저한 관세 범칙조사와 세액심사로 불법 수입을 근절해 공정경제를 구현하고 국민건강을 보호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