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방 계약해지 ‘갑질’ BBQ...고소 남발 등으로 가맹협의회 와해
일방 계약해지 ‘갑질’ BBQ...고소 남발 등으로 가맹협의회 와해
  • 김태일 기자
  • 승인 2020.07.03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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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 유예 통지서 보내 놓고 돌연 계약 해지...공정위, “협의회 활동 문제 삼은 것으로 보여”
BBQ 본사, 협의회 임원 상대 수차례 고소...“파악되는 것만 형사 5건, 민사 2건”
BBQ / 연합뉴스
BBQ / 연합뉴스

[서울이코노미뉴스 김태일 기자] 경기도가 지난달 밝힌 점주의 단체 활동을 빌미로 가맹계약을 해지하는 등 불공정행위를 저지른 유명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는 BBQ(제네시스BBQ)로 드러났다. 계약기간이 채 끝나기도 전에 일방적으로 계약 해지를 당한 인물은 양흥모 전국 BBQ 가맹점사업자협의회 공동의장으로 밝혀졌다. 협의회는 지난해 1월 10일 발족했다.

경기도는 지난달 23일 ‘가맹점주 부당해지 및 단체활동 보복 조치 근절 촉구 계획’을 발표했다. BBQ가 점주의 가맹점주단체 회장 활동을 빌미로 가맹계약을 해지한 사건을 불공정행위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고 실태조사에 착수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는 경기도가 BBQ와 가맹점주 간 분쟁조정을 시도했지만, BBQ가 거부한 데 따른 조처였다. 당시 경기도는 업체의 상호는 공개하지 않은 채 ‘B사’라고만 익명으로 발표했다.

양 의장은 3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지난 1월 31일자로 일방적인 계약 해지를 당했다”고 밝혔다. 계약 종료까지 1년이 남은 시점이었다. 그럼에도 해지 사유조차 통보받지 못했다. 당시 양 의장은 BBQ 용인죽전새터점을 운영하고 있었다.

이에 대해 BBQ는 양 의장과의 계약은 지난해 1월 31일로써 끝났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그보다 더 연장된 시점에서 계약을 해지한 것은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해당 계약은 2017년 2월 1일에 체결된 2년짜리 계약으로, 명시적 종료 시점은 2019년 1월 31일이 맞다.

하지만 양 의장은 가맹 계약이 그 전에 자동 연장됐다고 여기고 있다. 계약 종료 시점 근방에 BBQ 본사 차원에서 직원이 양 의장 점포를 직접 찾아와 ‘계약 유예 통지서’를 건넸다는 것이다. 통지서에는 “본사의 가맹점주 교육을 이수하고, 본사 규정을 충실히 따라야 한다”는 유예 조건이 담겨 있었다. 자연히 양 의장은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으면 계약이 2021년 1월 31일까지 2년 더 연장되는 것으로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양 의장은 교육을 받으라는 지시를 기다렸지만, 본사 측은 별다른 공지를 하지 않았다. 양 의장 영업을 문제 삼아 제재를 가하지도 않았다. 양 의장은 본사 규정을 어긴 사례도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 경기도도 이 점을 들어 BBQ가 양 의장과의 가맹 연장을 암묵적으로 동의 내지 인정한 것이라는 결론을 내놨다.

경기도가 파악하는 근본적인 가맹 해지 이유는 양 의장의 협의회 활동이다. BBQ가 양 의장이 의장으로 선출된 뒤 온라인에 글을 작성하고, 언론 인터뷰와 1인 시위를 한 행위 등을 문제 삼았다는 것이다. 실제 BBQ는 지난해 양 의장을 명예훼손, 업무방해 등 혐의로 형사 고소했다. 5억 원의 손해배상도 청구했다.

가맹점주 부당해지 근절 촉구 계획 / 경기도 제공
가맹점주 부당해지 근절 촉구 계획 / 경기도 제공

경기도·공정위 “단체 활동 이유로 계약 해지 하면 가맹사업법 위반”

양 의장은 “협의회 측에서 파악하고 있는 소송만 형사 5건, 민사 2건이다”라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이에 앞서 협의회 임원을 상대로 본사 차원의 수차례 고소와 소송 제기가 있었다. 대법원까지 간 사례도 있었다. 모두 개인을 상대로 낸 것이고, 대부분의 소송을 수개월씩 끌었다. 이 과정에서 양 의장을 비롯해 협의회 임원 상당수가 가맹 계약 해지를 당하기도 했다.

양 의장은 “승소가 목적이 아니라 본사에 대항하면 어떻게 되는지 본보기를 보이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BBQ의 처사에 대해 “소송을 최대한 길게 끌어 가맹점주들의 돈, 시간, 체력 등을 고갈시키려는 행위”라며 “요식업 가맹점을 운영하면서 소송에 시달리는 건 개인으로서 버텨낼 수 없는 일”이라고 토로했다.

실제 경기도 공정경제과 조사 결과 협의회 임원 가맹점 중 과반이 2년 사이 폐업했다. 협의회 임원 21명이 운영하는 점포 가운데 12곳이 문을 닫은 것이다. 2018년 기준 BBQ 전체 가맹점 폐업률(14.7%)와 비교했을 때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

또 폐업한 임원 12명 중 7명이 조사에 응했는데, 이중 6명이 협의회 활동으로 불이익을 받았다고 답했다. 양 의장은 대다수 임원들이 소송에 대응해야 하거나, 폐점으로 생활고를 겪고 있는 탓에 협의회는 사실상 와해됐다고 털어놨다.

경기도는 BBQ의 일방 계약 해지가 위법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가맹사업법) 제14조의 2 제5항은 가맹본사가 가맹점주의 단체활동을 이유로 점주에게 불이익을 제공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BBQ는 계약 기간이 끝났고, 가맹점 운영 10년이 넘어 가맹사업법에서 보장하는 갱신요구권이 양 의장에게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법에 따라 처리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법조계 해석은 다르다. 갱신요구권 자체가 일방 해지의 법적 근거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가맹사업법에는 가맹점 운영 10년이 지나면 점주가 계약 갱신을 요구할 수 없다는 내용이 포함된다. 하지만 이 내용이 합리적인 사유 없이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라는 게 중론이다.

양 의장도 이와 관련해 공정위에 유권해석을 요청한 적이 있다고 전했다. 공정위 대답 역시 법조계 해석과 다르지 않았다. 갱신요구 조항은 갱신 요구를 제한할 뿐이지, 본사가 멋대로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근거는 아니라는 설명이다.

김지예 경기도 공정경제과장이 지난달 23일 치킨 프랜차이즈 본사의 ‘갑질’과 관련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 경기도 제공
김지예 경기도 공정경제과장이 지난달 23일 치킨 프랜차이즈 본사의 ‘갑질’과 관련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 경기도 제공

경기도 “지방정부에 분쟁조정권뿐 아니라 조사·처분권 부여해야”

도는 지난해 공정위의 분쟁조정 권한을 위임받아 지난 1월부터 이 사건 조정을 진행해 왔다. 점주를 4차례 면담하고 가맹본사를 2차례 조사한 뒤 경기도 가맹사업거래분쟁조정협의회에 조정 안건으로 상정했다.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분쟁조정협의회는 BBQ의 불공정행위 소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양 의장에 대한 적정 금액의 손해배상을 조정안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BBQ는 이 조정안을 거부했고, 조정은 결렬됐다. 결국 도는 BBQ를 공정위에 신고했다.

경기도가 공정위 신고로 사건을 매듭지은 것은 도 차원에서 BBQ에 직접 제재를 가할 권한이 없기 때문이다. 공정위로부터 분쟁조정 권한은 위임받았지만, 본사의 점주에 대한 불공정거래 행위를 감시·감독할 수 있는 조사·처분권은 가맹사업법상 지방정부의 역할로 명시돼 있지 않다.

이에 따라 경기도는 지방정부가 분쟁 조정권뿐 아니라 가맹본사의 불공정행위를 감시·감독할 수 있는 조사권과 처분권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관련 법 개정을 국회와 정부에 건의하기로 했다.

더불어 도 차원에서 가맹 분야의 부당해지나 단체활동 방해 등 불공정행위에 대한 실태 파악에 나선다. 도내 치킨업종 분야부터 조사를 시작한다.

또 점주가 단체구성 및 지원을 필요로 하는 경우에는 이달부터 시범적으로 전문가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한다.

김지예 경기도 공정경제과장은 “지역 사정을 잘 아는 지방정부에 가맹사업 분쟁 조정권과 더불어 조사권, 처분권이 있다면 가맹점주의 권리구제가 더 실질적이고 신속하게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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