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장난 부동산 정책...비틀즈 '렛잇비(Let It Be)'처럼 순리에 맡겨라
고장난 부동산 정책...비틀즈 '렛잇비(Let It Be)'처럼 순리에 맡겨라
  • 권의종
  • 승인 2020.07.06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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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동안 무려 21차례나 남발...무리가 따르더라도 정책 대전환, 수요 있는 곳에 공급 늘리는 게 최선의 방책

[권의종의 경제프리즘]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세계인의 사랑을 받아온 추억의 팝송, ‘렛잇비(Let It Be)’. 영국의 록 그룹 비틀즈가 1970년 발표한 곡이다. 팀의 12번째이자 마지막 스튜디오 앨범이다. 존 레논(보컬, 기타), 폴 매카트니(보컬, 베이스), 조지 해리슨(보컬, 기타), 링고 스타(드럼)가 환상의 조화를 이뤘다. 프로듀서는 필 스펙터. 작사와 작곡은 폴 매카트니가 맡았다.

1970년 3월 21일에 처음 차트에 진입한 뒤 1위까지 오른 넘버 곡이다. 비틀즈는 모두 20곡의 넘버 원 곡이 있는데, 그중 가장 마지막이다. 1970년 미국 빌보드 앨범차트 1위를 기록했고, 2000년을 기준으로 미국에서 4백만 장이 넘는 판매량을 기록했다. 아쉽게도 이 노래가 발표된 바로 그해 전설적 그룹 비틀즈는 해체의 길로 접어든다.

달리 수식이 필요 없다. 메시지가 파워풀하다. 인생의 희로애락이 녹아있다. “내가 방황할 때나 암흑의 구렁텅이에 있을 때, 언제나 어머니께서 다가와 들려주는 지혜의 말씀/ 순리에 맡겨라/ 모두에게 긍정만이 강요된 세상/ 이 세상을 사는 상심한 사람들에게도 언젠가 해결책을 주리니/ 헤어지더라도 다시 만날 기회는 필연코 오리니/ 순리에 맡겨라/ 칠흑 같은 밤이라도 한 줄기 불빛만은 밝을 때까지 비추리니/ 순리에 맡겨라/

비하인드 스토리가 흥미롭다. 폴은 14살 되던 해 어머니를 여의고 외로운 유년기를 보냈다. 방황하고 지친 어느 날 꿈속에서 10여 년 전에 유방암으로 돌아가신 어머니 매리 매카트니를 만났다. 꿈에서 깨어난 그는 어머니와의 꿈을 모티브로 곧바로 이 노래를 작곡했다. 어머니가 살아계실 때 어린 폴에게 늘 하시던 말씀, ‘순리에 맡겨라’를 제목으로 달았다.

정부의 온갖 안정화 시책에도 전국 집값과 전셋값 폭등...‘균형 잃은’ 정책이 부작용만 키운 꼴

70년대 올드 팝송을 뜬금없이 떠올린 것은 순조롭지 못한 작금의 부동산 정책을 보면서다. 정부가 시행한 부동산 안정화 조치들이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안타까운 일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에 따르면 지난 3년간 서울 아파트 중위 가격은 6억600만 원에서 9억2000만 원으로 52%나 급등했다. 국회 예산정책처의 자료도 대동소이하다. 현 정부 들어 서울 전체 아파트값 상승률이 25.6%에 이른 것으로 조사되었다.

지난 3년 동안 자그마치 21차례의 부동산 대책이 발동되었다. 그런데도 경향 각지의 집값이 오르고 전셋값이 동반 상승하고 있다. 속수무책, 백약무효 진단이 과장으로만 들리지 않는다. 전국에 걸쳐 오르지 않은 곳이 거의 없다. 내집 마련은 글렀다는 체념과 탄식이 곳곳에서 들린다. 정책이 부작용만 키웠다는 혹평에 할 말이 없다. 들인 공력에 비해 나온 결과가 워낙 초라하니 말이다.

2017년 ‘8·2 대책’에서 다주택자 양도세를 중과하자 지방 집을 팔고 서울 집 구매로 몰려들면서 서울과 지방 간 양극화가 심해졌다. 2019년 '12·16 대책'에서 투기 수요를 막겠다며 15억 원 초과 주택의 담보대출을 전면 금지했다. 대출 끼고 집 사는 실수요자만 규제하고, 현금 부자와 전세 안고 집 사는 갭 투자자는 방치하는 결과를 불렀다. 정부의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언급은 주택 공급 감소 우려를 키우면서 기존 집값을 자극하는 형세다. 6ㆍ17 대책 또한 대출한도 축소로 실수요자인 서민 피해만 키울 거라는 중론이다.

청와대 참모들까지 실망감을 안긴다. “수도권에 한 채만 남기고 처분하라”는 권고가 있은 지 반년이 지났건만 쇠귀에 경 읽기다. 상당수가 여전히 2주택 이상을 보유 중이다. 지시를 내린 비서실장조차 집을 팔지 않았다. 국회의원도 다를 바 없다. 총선 때 ‘1가구 1주택 서약’을 했던 여당 의원 176명 의원 중 40명이 2채 이상 다주택자다. 야당 의원도 조사해보면 이와 다르지 않을 터. 솔선수범해야 할 공직자들이 본이 되지 못한다. 속 보이는 이중성이다.

집 지을 땅 부족하면 층높이 제한 풀어야...주택도 명품 되면 값 뛰고, 대량 제품 돼야만 값 싸져

규제에서 비켜난 지역의 부동산 가격이 오르는 풍선효과가 여전하다. 보다 못한 청와대가 나섰다. 문재인 대통령이 국토교통부 장관을 호출해 긴급 보고를 받았다. 이 자리에서 다주택자에 대한 고강도 대책을 마련하라는 지시가 내려졌다. 청년·신혼부부 부동산 세금 완화, 3기 신도시 공급물량 확대, 투기성 주택 보유자에 대한 부담 강화를 함께 주문했다.

공급물량 확대가 이례적이다. “정부가 상당한 물량의 공급을 했지만 부족하다는 인식이 있으니 발굴을 해서라도 추가로 공급물량을 늘리라”라는 대통령 언급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내년에 시행되는 3기 신도시 사전청약 물량을 확대하는 방안을 강구하라”는 말을 곧이곧대로 해석하면 안 된다. 행간의 의미까지 살펴야 한다. 정부가 공급 확대를 위한 구체적인 대안을 서두른다. 꼭 위에서 불호령이 떨어져야 움직이는 관료사회의 구태. 이제 없어질 때도 되었다.

다 아는 얘기지만, 가격은 수요와 공급에 따라 결정된다. 가격 안정은 수요 억제와 공급 확대로 성취된다. 지금까지의 부동산 정책은 수요 억제에 집중하고 공급 확대에는 소홀한 측면이 없지 않다. 이는 대출 규제, 종합부동산세 인상, 분양가 상한제, 투기지역 규제, 초과이익 환수, 부동산거래 허가, 임대사업자 세제 혜택 등의 조치들이 반증하는 사실이다.

정책 대전환이 시급하다. 수요가 있는 곳에 공급을 늘리는 것이 답일 수 있다. 공급 과잉을 빚는 신도시 지역에서의 공급 확대는 득보다 실이 크다. 다소 무리가 따르더라도 수요가 몰리는 지역에 공급을 늘리는 게 맞다. 집 지을 땅이 부족하면 층높이 제한을 풀면 된다. 50층이면 어떻고 100층이면 어떤가. 주택도 희소 명품이 되면 가격이 치솟게 마련이다. 대량 제품이 될 때 값이 싸진다. 암만 생각해도 순리에 맡기는 ‘렛잇비’만 한 방책이 없을 성싶다.

필자 소개

권의종(iamej5196@naver.com)
- 논설실장
- 부설 금융소비자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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