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측, "계약 문제점은 이미 안 내용…당사자 계약만료로 퇴사"
[서울이코노미뉴스 신현아 기자] 발전설비 유지보수 업체인 한전KPS가 부당해고 논란에 휩싸였다.
회사에 손실을 입힐 수 있는 계약을 막은 계약진 간부를 오히려 해고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사측은 해당 간부가 계약기간 만료로 회사를 떠나게 된 것이라며 반박하고 나섰다.
당사자는 계약직 실장급 간부인 이 모씨다. 금융전문가인 이씨는 2016년 한전KPS가 대규모 사업의 위험 관리를 위해 모집한 '사업 관리 전문경력직'에 합격해 입사했다.
KBS 7일 밤 보도에 따르면 이 씨는 지난 해 9월 한전KPS와 포스코의 610억원 규모의 발전설비 성능개선사업 계약을 앞두고 한전KPS에 불리한 ‘독소조항’을 발견해 문제를 제기했지만, 회사 측은 몇 차례 이를 묵살하고 오히려 이 씨에게 인사상의 불합리를 강요하는 등 불이익을 줬다는 것이다.
'독소조항'은 사업에 문제가 생겼을 때 한전KPS가 다른 업체들의 잘못까지 모두 뒤집어쓸 수 있다는 내용으로 이로 인해 물어야 하는 위약금은 419억원에 달했다.
당시 계약상 문제점을 발견한 이 씨는 시장 주재 회의에 참여해 이를 보고했다. 그러나 수차례 보고에도 이는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결국 이 씨는 김범년 한전KPS 사장에게 직접 보고하게 됐다.
결국 경영진은 계약을 중단시키고 재협상을 지시했으며 얼마 뒤 한전KPS의 책임 범위를 610억 원 전액에서 191억 원으로 줄인 새 계약서가 체결됐다.
그런데 이 사건 이후 상사로부터 평소 참석하던 회의에 참석하지 말라는 지시를 받았고, 맡고 있던 실장 보직에서도 강등됐다는 게 이 씨의 주장이다.
이와 함께 인사 평가에서 나쁜 고과를 받는 한편 직장 내 따돌림도 당했다고 이 씨는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전KPS는 "이 씨가 발견했다는 내용은 이 씨의 보고 전에 법무법인의 검토를 통해 이미 실무진이 문제를 파악하고 후속조치를 추진하고 있었던 부분"이라고 반박했다. 최고 경영진에게도 이 같은 문제가 전해져 문제 해소방안을 회사 차원에서 이미 검토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해당 문제로 보직에서 강등 당하고 각종 회의에서 배제됐다는 이 씨의 주장에 대해서도 회사 측은 “회의 성격의 변화로 사업의 내용을 잘 아는 직원이 이 씨 대신 투입된 것일 뿐”이라면서 “다른 부서 전문계약직도 그렇듯 보직보다는 전문 분야에서 자기 직무를 수행하는 것이 전문계약직 직원들에게는 드문 경우가 아니므로 이 씨만 불이익을 받았다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네티즌, “김범년 사장, 불이익 막아주기는커녕 ‘해고’에 손들어줘” 비난 일색
이 씨는 또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해 사내 신고 채널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감사실이 수개월동안 뚜렷한 결과를 내놓지 못했고, 결국 신고 넉 달 뒤 해고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또 감사 기간 동안 텅 빈 회의실에서 지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전KPS는 감사실이 노무사 자문을 거쳐 ‘직장 내 괴롭힘’ 조사를 시작했고, 최종 결정도 전달했다고 반박했다. 최종 결과가 나오기 전에는 두 차례에 걸쳐 이 씨에게 조사 진행 과정을 설명했다고 부연했다.
또 이 씨에게 강제로 텅 빈 회의실에서 혼자 지내라고 부당한 지시를 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한전KPS는 "본인의 희망에 따라 별도 사무실에서 분리 근무를 시행한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일부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한전KPS가 일부러 손해를 보고 커미션을 챙기려고 한 상황인데 이를 이 씨가 막았다고 불이익을 준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됐다.
비난의 화살은 김범년 한전KPS 사장에게도 향하고 있다. 회사가 입을 뻔한 큰 피해를 사전에 막아낸 사람이 조직적 왕따를 당하는 등 수모를 겪었는데, 제대로 보호해주기는커녕 '해고'에 손을 들어준 것 아니냐는 싸늘한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한전KPS는 "이씨가 부당한 징계를 받았다는 내용은 어떻게 봐도 징계할 거리가 되지 않는다"면서 "계약 기간 만료에 따라 정상적인 단계를 거쳐 회사를 그만뒀을 뿐"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