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장수 박원순 서울시장 사망 충격...3180일 만에 막내려
최장수 박원순 서울시장 사망 충격...3180일 만에 막내려
  • 윤석현 기자
  • 승인 2020.07.10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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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변호사→시민활동가→서울시장 행보…최근 그린뉴딜 천착

성추행 관련고소에 도덕적 압박감...대권주자서 비극적 선택
박원순 서울시장이 숨지기 전날인 8일 그린뉴딜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연합뉴스
박원순 서울시장이 숨지기 전날인 8일 그린뉴딜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연합뉴스

[서울이코노미뉴스 윤석현 기자] 유력한 대권주자이던 박원순 서울시장(64)이 10일 서울 북악산 숙정문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돼 충격을 주고 있다.

경찰은 전날 오후 5시17분 박시장 딸(37)이 "4∼5시간 전에 아버지가 유언 같은 말을 남기고 집을 나갔는데 전화기가 꺼져 있다"고 112에 신고함에 따라 7시간여 수색한 끝에 자정쯤 박시장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박시장은 시장실에서 근무했던 전직 비서 A씨로부터 과거 박 시장에게 성추행을 당한 사실이 있다고 고소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지난 8일 경찰에 출석해 고소장을 제출하고 고소인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고소장에는 박 시장으로부터 여러 차례 신체접촉을 당했고, 메신저로 부적절한 내용을 전송받았다는 주장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이 때문에 박시장이 도덕적 압박감을 견디지 못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박시장이 사망함에 따라 이 사건을 '공소권 없음'으로 처리키로 했다.

서울시는 박시장의 장례를 5일장으로 치르기로 하는 한편 서정협 행정1부시장이 직무를 대행키로 했다.

서울시장은 부산시장과 함께 내년 4월7일 보궐선거를 통해 새로 뽑는다.


#시민운동가,인권변호사에서 서울시장으로# 

2011년 10월 27일, 만 55세의 시민운동가이던 경남 창녕 출신 박원순의 이름 뒤에 '서울특별시장' 직함이 붙었다.

당시 누구도 그가 한반도 역사를 통틀어 가장 오래 재임한 서울시장이 되리라 예측하지 못했다.

최장수 서울시장 임기가 극단적 비극으로 끝나리라고 내다본 이는 더더욱 없었다.

박시장은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무상급식에 반대하며 시장직을 걸고 주민투표를 했다가 물러난 뒤 보궐선거에서 안철수의원의 양보을 얻고 무소속으로 출마, 나경원 당시 한나라당 후보를 제치고 당선됐다.

공직선거에 처음 도전한 정치 초년생이 곧바로 서울시장 자리를 꿰찬 것이다.하지만 그는 정계에 입문하기 오래 전부터 상당한 정치적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었다.

그는 1994년 참여연대 설립을 주도했으며 1995년부터 2002년까지 이 단체에서 사무처장으로 일하면서 한국 시민운동을 진화시켰다.

이 시기에 일어난 1995년 사법개혁운동, 1998년 소액주주운동, 2000년 낙천·낙선운동 등 굵직한 시민운동마다 그의 이름이 남아 있다.

그 전에 박시장은 이름을 날리는 인권변호사였다. 학생운동으로 구속돼 서울대에서 제명된 뒤 1980년 제22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이어 1982년 사법연수원 12기 수료와 함께 검사로 임용됐다가 1년만에 그만두고 나와 '인권변호사의 전설'인 고 조영래(1947∼1990) 변호사와 함께 일했다.

부천서 성고문 사건, 미국 문화원 사건, 말지(誌) 보도지침 사건 등의 변론을 담당했다. 1990년대 중반에는 '서울대 성희롱 사건'의 변호인 중 하나로 활동했다.


#서울시정 '틀' 바꾸며 3선#

박시장은 취임 이후 시민활동가·인권변호사라는 경력을 바탕으로 서울시정의 틀을 바꿨다는 평가를 받는다.

오 전 시장의 남은 임기 2년8개월을 넘겨받은 그는 '디테일에 능하다'는 평처럼 세세한 부분까지 사안을 꼼꼼하게 챙겼다.

시민사회단체 출신 인물들을 대거 서울시로 데려와 시정 곳곳에 배치했다.

그는 현직 시장으로서 정몽준 당시 새누리당 후보의 도전을 받은 2014년 6월4일 지방선거에서 재선 서울시장이 됐다.

그전까지만 해도 대선에는 나가지 않겠다는 뜻을 밝히곤 했지만, 재선을 계기로 완연한 대권 주자 반열에 올라섰다.

특히 2015년 메르스 사태 당시 투명한 정보공개를 단행하는 결단력을 과시하며 한동안 여러 여론조사에서 대권 주자 선호도 1위에 오르기도 했다.

2018년 6월14일에는 자유한국당 김문수 후보와 바른미래당 안철수 후보를 제치고 3선에 성공해 2022년 6월30일까지 임기를 보장받았다.


#저보다 서울시장 오래 한 사람 없다#

박시장은 "조선 시대 서울시장 격인 한성판윤부터 따져도 저보다 서울시장을 오래 한 사람은 없다", "요즘 초등학생들은 박원순 직업이 '서울시장'인 줄 안다" 등 농담을 즐겼다.

3선에 성공한 것이 대권을 향한 그의 정치적 진로에 득이 됐는지는 확실치 않았다. 서울시장으로 너무 오래 재직하면서 신선함이 떨어져 오히려 독이 됐다는 평가가 있었고, 대권 주자로서 그의 지지율이 좀처럼 반등하지 않는 데 대한 안타까움을 표현하는 지지자들도 있었다.

그러나 그는 "지지율에 개의치 않는다"며 청년·복지·환경에 관심을 계속 쏟았고,취약계층 보호에 집중했다.

전임자인 이명박 시장의 청계천,오세훈 시장의 광화문광장 등과 같은 '한방'이 없다는 지적이 뒤따랐다.

박시장은 늘 "그게 정치적으로 맞는지는 몰라도 나는 시민 삶의 질을 높이고 내 삶을 바꾸는 게 정치라고 생각한다"고 맞서 왔다.

박 시장이 마지막으로 직접 발표한 정책은 지난 8일 '서울판 그린뉴딜'이었다.

그는 "세계가 혼란스럽고 방황할 때 저희는 확고한 비전을 가지고 가면 새로운 산업화는 따라올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며 코로나19 이후를 내다보는 친환경 정책의 밑그림을 내놨다.

하지만 시정 시계는 안타깝게도 3180일에서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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