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코노미뉴스 김태일 기자]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논란이 한창인 가운데 인천국제공항공사가 로고(CI)를 변경한다는 소식에 공사 안팎으로 비판의 목소리가 빗발치고 있다. 공사는 내년 개항 20주년을 맞아 새 CI를 선보이려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에 사내망에는 직원들의 연이은 반댓글이 올라왔다.
이와 함께 직장인 온라인 커뮤니티와 청와대 국민청원에까지 CI 변경을 막아달라는 호소의 글이 게재됐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16일 ‘인국공 사장 친구 비리’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이 커뮤니티에서는 해당 회사의 직원임을 인증해야 게시물을 올릴 수 있다. 공사 직원이라는 게시자는 “디자인 공항이 돼야 한다며 이상한 위원회를 만들더니 자기(인국공 사장) 친구 데려다가 위원장 자리 주고 멀쩡한 회사 CI 바꾸고 있다"면서 "이런 건 어디 신고해야 되나”라고 썼다.
그러면서 기존 CI와 새롭게 바뀔 CI 시안, 회사에 붙은 대자보 사진을 첨부했다. 새 로고 시안은 불사조와 지구 및 한반도를 형상화한 모습이다. ‘대한민국을 닮은 불사조처럼 세계를 무대로 날아오르는 혁신 기업’을 상징하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공사 직원들은 항의하고 있다. 게시자가 블라인드에 올린 사진에는 새 CI 밑에 구본환 인천공항공사 사장 이름과 '봉황'을 합쳐 '구봉황 공사'로 기재한 벽보가 붙어있는 모습이 나온다. 구 사장의 친구로, CI 위원회 위원장으로 추정되는 ‘전기순’이라는 이름도 등장한다.
이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인천공항 구본환 사장의 질주를 막아달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구본환 사장이 CI의 일방적 변경을 추진하고 있다”며 “지금 인천공항 내 코로나19로 인한 적자문제, 정규직화 과정에서 채용 탈락된 소방대원들, 청원경찰 직고용으로 실직 위기에 놓인 보안검색요원들 등 다양한 문제가 쌓여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청원인은 “직원들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겠느냐? 라고 반문하겠지만 그동안 사장님의 일방적 행정처리 행태를 볼 때 졸속으로 한밤 중에 CI 변경 기사가 나올까 두렵다”고 심경을 밝혔다. 해당 청원에는 17일 오전 현재 1200명 넘는 사람이 동의했다.
CI 시안의 디자인 자체에 대한 문제제기도 다수다. 시기, 예산 문제와 별개로 디자인이 좋지 않은 평가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온라인에선 중국 항공사 에어차이나나 일본 항공사인 JAL의 CI와 유사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 외에도 새 모양이 들어간 피죤, 화성산업, 부영건설 등도 언급됐다. 심지어 애니메이션 ‘포켓몬’의 캐릭터인 미뇽 같다는 주장도 있다.
즉 지금 사용하는 CI가 낫다는 의견이 대다수다. 현재 사용하는 CI가 충분히 좋은 평가를 받아왔는데 현 상황에서 예산을 들여 CI를 바꿀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실제 CI를 교체하면 제작비용을 포함해 터미널 광고판, 출입증, 근무복, 명함, 홍보 등에 약 50억원이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공사 측은 "CI 교체는 내년 20주년을 맞아 브랜드 가치 제고를 위한 용역 진행 도중에 용역업체에서 제안한 것으로, 아직 검토 단계일 뿐 확정된 것은 아니다"라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