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총장에 대한 법무부장관의 지휘권 폐지하라
검찰총장에 대한 법무부장관의 지휘권 폐지하라
  • 김교창
  • 승인 2020.07.20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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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교창 칼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올 1월 초 취임 직후 대규모 검찰 간부 인사를 단행하였다. 현 정권의 실세들을 수사하던 간부들을 좌천시켜 ‘윤석열 검찰총장 힘 빼기’ 인사란 평이 나왔다. 검찰 인사는 총장이 먼저 안을 만들어 장관실이 아닌 제3의 장소에서 둘이 만나 협의를 거친 후 청와대로 보내 대통령의 재가를 받는 것이 관행이다.

그러나 이번 인사는 추 장관이 먼저 안을 만든 뒤 고작 30분 여유를 두고 윤 총장을 장관실로 불러 협의하려 하였다. 말이 협의이지 실제로는 통보하겠다는 속셈이었다. 윤 총장이 선뜻 응하지 않자 인사 내용을 일방적으로 발표한 추 장관은 국회에서 “총장이 내 명을 거역하였다”며 사극에서나 나올 대사로 한술 더 떴다.

추 장관이 1월 하순에 단행한 검찰 직제 개편도 마찬가지다. 대검의 수사 부서를 대폭 축소한 내용도 그렇지만, 검찰의 의견을 듣지도 않고 직제 개편을 독단으로 밀어붙인 것은 문제가 있다.

추 장관은 2월 말 국민 80%가 원한다며 대구지검에 신천지교회에 대한 압수수색을 공개 지시하였다가 국회에서 야당의원으로부터 ‘장관이 검사냐’ 라는 질타를 받았다. 장관은 일선 검찰을 직접 수사 지휘를 할 수 없는데도 추 장관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게다가 기밀 보안이 생명인 압수수색의 공개 지시는 당사자에게 대비하라고 미리 알려준 것으로 볼 여지도 있다. 추 장관은 이 밖에도 국회가 요구한 공소장의 공개 거부, 수사검사와 기소검사의 분리 시도 등 잇단 돌출 행동으로 언론을 연일 뜨겁게 달구었다.

추 장관은 지난 5월 한명숙 전 총리의 9억원 수뢰 사건 수사 과정에 강압이 있었다는 제보에 관한 수사를 대검 감찰부에 지시하였다. 징계시효기간이 이미 지난 10년 전의 일이라 윤 총장이 사건을 대검 인권담당관에게 맡기자, 추 장관이 감찰부로 넘기라고 재차 지시하였고, 윤 총장은 대검 감찰부와 서울중앙지검 인권담당관이 함께 조사하는 절충안으로 매듭지었다.

이를 두고 추 장관은 국회에서 “수사 지휘랍시고 총장이 내 지시를 절반 잘라 먹었다”, “내 말을 들으면 곱게 넘어갈 일을 ---” 운운하는 오만을 부리는가 하면 “이렇게 장관 말을 안 듣는 총장은 처음 보았다”고 막말까지 쏟아내었다.

추 장관과 윤 총장 사이의 난타전은 이른바 ‘검언유착’ 사건으로 6월에도 이어졌다. 채널A 기자가 윤 총장 측근인 한동훈 부산고검 차장검사(검사장급)와의 친분을 내세워 강압적으로 취재했다는 게 핵심 개요다. 해당 기자는 취재윤리 위반으로 사내 징계 처분을 받았지만, 한 검사장과의 유착 여부는 아직 밝혀진 바 없다.

이 사건은 정권 실세와 친여 언론이 합작한 ‘권언유착’ 사건이란 지적도 강하게 제기되고 있지만 추 장관은 막무가내다. 이미 기소된 피고인에게도 무죄추정의 원칙을 거듭 강조하던 추 장관이 한 검사장에 대해서는 수사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한직으로 좌천시켰다.

아울러 대검은 이 사건에서 손떼고 서울중앙지검이 독자적으로 수사하라는 지휘도 내렸다. 장관은 구속 여부 등 수사의 방향을 지휘할 수 있을 뿐이지, 총장의 권한을 뺏을 수는 없다. 대검을 수사에서 손떼게 하는 지시는 총장의 권한을 뺏는 것이므로 명백한 위법행위다.

검찰청은 법무부 산하의 외청이므로 장관이 검찰을 휘두르려 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정치인 출신인 장관이 그렇게 하면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이 흐트러질 염려가 있으므로 구체적 사건에 대하여는 장관이 총장만을 지휘할 수 있도록 검찰청법에 못 박혀 있다(제8조). 일본 것을 베낀 것이다.

수사지휘권은 극히 예외적인 것으로, 장관은 꼭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신중하게 행사하여야 한다. 2005년 강정구 교수에 대한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에서 천정배 장관이 불구속 수사를 지휘한 것이 헌정 사상 유일한 예다. 이처럼 희귀한 수사권을 추 장관은 최근 연달아 두 차례 발동하였다.

이렇게 총장을 흔들어대는 장관은 처음 본다. 묵묵히 소임을 다하고 있는 윤 총장에게 거침없이 막말을 쏟아내는 추 장관을 보고 한 매체는 “감 놔라 배 놔라 시시콜콜 나서지 말라“고 따끔하게 일침을 놓기도 하였다.

검찰총장은 장관급 헌법기관이다(헌법 제89조), 법관과 맞먹는 준(準)사법기관으로 정치권력으로부터 자유롭도록 임기 2년을 보장받고 있다(검찰청법 제12조 제3항). 그런 총장을 장관이 마치 부하처럼 함부로 다루면 안 된다. 장관과 총장 사이의 관계는 상명하복 관계가 결코 아니다. 상명하복 관계가 되면 검찰의 중립이 허물어지므로 말 한 마디 한 마디도 절제하여야 하는 사이다.

따라서 장관의 지휘권은 명령이라기보다 협의에 가까운 것으로 보아야 한다. 사문화되다시피 한 검찰청법 제8조가 이번에 화근이 되었다. 15년 전 천 장관의 지휘권 발동 후 이 조항을 삭제하자는 법안이 국회에 발의되었으나 성사되지 못하였다. 당시 의원이던 추장관도 이 법안에 찬성 의견을 표명했었다. 설마 이런 장관이 또 나오지야 않겠지만, 문제의 제8조, 속히 삭제하여야 한다.

#이 칼럼은 "(사)선진사회만들기연대의 '선사연칼럼'을 전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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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김교창 (kyo9280@daum.net)

법무법인 정률 (고문변호사)

대한변호사협회 법제위원

(사)한국청년회의소 논설고문

저 서

주주총회의 운영

표준회의진행법교본

김교창의 시사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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