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銀, 관행적 비리 민낯?”...감사원, 기강해이 사례 ‘무더기’ 적발
“산업銀, 관행적 비리 민낯?”...감사원, 기강해이 사례 ‘무더기’ 적발
  • 김태일 기자
  • 승인 2020.07.21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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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흥업소서 법인카드 사용·용역 입찰 청탁·연대보증 과다 등 다수 사례 드러나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산업은행 본점 / 서울이코노미뉴스
서울 여의도에 있는 산업은행 본점 / 서울이코노미뉴스

[서울이코노미뉴스 김태일 기자] 산업은행 임직원들의 ‘비행’이 감사원 감사 결과 다수 드러났다.

유흥주점에서 법인카드로 1500만원가량을 긁은 지점장이 적발되는가 하면, 퇴직자가 설립한 용역업체의 부적절한 입찰을 도운 부문장이 경고, 부장이 문책을 받는 일도 밝혀졌다. 이에 따라 조직 차원의 ‘기강해이’가 공공연한 게 아니냐는 문제제기도 나오고 있다.

감사원은 21일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산업은행 기관운영 감사 보고서’를 공개했다. 보고서에는 지난해 11월 28일부터 12월 18일까지 산업은행(산은)을 상대로 감사한 결과가 담겼다.

보고서에 따르면 산은 현 지점장인 ㄱ씨는 2015년부터 2018년까지 법인카드로 유흥주점에서 82차례에 걸쳐 총 1500만원을 사적으로 유용했다. 집행 내역은 회의, 간담회 등 업무 추진과 관련된 것으로 꾸며 경비처리 했다. 결제 사유를 ‘글로벌 채권동향 파악’, ‘해외 공모채 발생시장 동향 파악’ 등으로 허위 기재한 것이다. 심지어 자리에 없던 인물까지 허위로 적어 내기도 했다.

ㄱ씨는 뒤늦게 과중한 업무 스트레스 때문에 저지른 일이라며 사용 금액을 전액 변제하겠다고 했지만, 감사원은 비위행위의 고의성이 짙다고 판단해 산은에 ㄱ씨에 대한 문책(정직)을 요구했다.

또 산은 퇴직자들이 설립한 회사가 경비용역 계약을 따낼 수 있도록 입찰 참가 조건을 변경해준 산은 부문장과 부장도 적발됐다.

2014년 5월 산은 ㄴ부문장은 ㄷ업체의 대표이사와 부사장으로부터 경비용역 계약 입찰에 참가시켜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해당 대표이사와 부사장은 모두 산은 퇴직자다. 이후 ㄴ부문장은 부하직원인 ㄹ부장에게 ㄷ업체가 입찰에 참가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따라 ㄹ부장은 법령상 근거 없이 공동수급체(컨소시엄)에 소기업 또는 소상공인을 반드시 포함하도록 하고, 컨소시엄 구성원 가운데 1개 업체만 용역 수행실적을 충족하면 되는 것으로 입찰 참가 자격을 바꿨다. 경비업 면허 소지와 3년 이상 수행실적 등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지만 소상공인으로 분류된 ㄷ업체를 참가시키기 위한 ‘원포인트’ 정책 변경이었던 셈이다.

ㄹ부장이 사용한 이런 방식은 이후에도 되풀이됐다. ㄹ부장은 ㄷ업체 대표이사에게 재차 입찰 참여 요청을 받는다. 그 결과 2015년 ㄷ업체는 또 다른 산은 퇴직자의 자녀가 세운 ㅁ업체와 컨소시엄을 구성한 후 입찰에 참가해 낙찰자로 선정됐다. 경쟁입찰의 취지를 명백히 훼손하는 행위다.

게다가 ㄹ부장은 ㅁ업체 대표와 3회에 걸쳐 골프를 치기도 했다. 비용은 각자 지불한 것으로 밝혀졌지만, 입찰 선정 담당자가 참여 업체 관계자와 골프를 함께 친 행위 자체가 산은 임직원 행동강령 위반에 해당한다. 이에 감사원은 ㄹ부장에 문책(경징계 이상)을, ㄴ부문장에게는 주의를 요구했다.

산은이 채무자에 과도한 연대보증을 요구한 사실도 드러났다.

감사원은 산은이 2015년 2월부터 2019년 5월 사이 약정한 지급보증부 대출 608건의 대출약정서를 확인한 결과, 이 중 450건이 연대보증채무 한도액을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산은 여신지침’에 따르면 대출약정 체결 시 채권을 보전하기 위해 연대보증인(대표이사)을 세울 경우, 연대보증채무 한도액은 대출금액의 120%로 제한된다. 또 은행법은 공신력 있는 금융기관의 지급보증서를 담보로 하는 대출은 연대보증채무가 해당 지급보증 외 부문에 한정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산은은 이 규정을 어기고 내부전산시스템 등을 통해 ‘지금보증액 외 대출금액의 120%’를 초과할 수 있도록 공지하고 있었다. ‘대출금액 전체의 20%’나 ‘지금보증액을 차감한 대출금액’도 합산해 연대보증토록 하는 방식이 동원된 것이다.

가령 10억원 중 90%를 지급보장 받았다고 치면, 지급보증액을 뺀 대출금의 120%는 1억2000만원이다. 하지만 만약 ‘대출금액 전체의 20%’와 같은 조건이 붙으면 채무액은 2억원으로 껑충 뛴다. 결국 지급보증부 대출의 연대보증인이 연대보증채무를 과다하게 부담하게 되는 것이다.

감사원은 금융위원회에 앞으로 은행이 연대보증채무 한도액을 은행법 등을 위반해 과다하게 정하는 일이 없도록 지도·감독을 철저히 하고, 산은에 적정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 제재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산은은 감사원 지적에 “감사원 감사과정에서 여신지침에 위 내용을 반영하고 내부통제 절차를 강화해 연대보증채무 한도액을 과다하게 정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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