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결국 ‘노딜’ 선언...이스타항공 1600명 직원 어떡하나
제주항공, 결국 ‘노딜’ 선언...이스타항공 1600명 직원 어떡하나
  • 김태일 기자
  • 승인 2020.07.23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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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U 체결 7개월 만에 주식매매계약 해제...이스타 미지급금 1700억 넘어
양쪽 입장 차 여전히 ‘평행선’...법정 다툼으로 비화될 듯
이스타항공 항공기(위)와 제주항공 항공기 / 각 사 제공
이스타항공 항공기(위)와 제주항공 항공기 / 각 사 제공

[서울이코노미뉴스 김태일 기자] 제주항공이 ‘노딜’을 선언하며 이스타항공 인수가 결국 무산됐다. 국내 첫 항공사 간 인수·합병(M&A)이 ‘없던 일’로 끝맺으면서 이스타항공 파산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1600명 규모의 대량 실직 사태가 빚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의 경영권 인수를 위한 주식매매계약(SPA)을 해제했다고 23일 공시했다. 제주항공은 이에 대해 “진술보장의 중요한 위반 미시정 및 거래종결기한 도과로 인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12월 18일 SPA 체결 관련 양해각서(MOU)를 맺은 지 7개월여 만에 벌어진 일이다. SPA를 맺은 지는 불과 4개월이 조금 넘었다.

MOU 체결 당시만 해도 양사의 M&A는 업계 안팎의 큰 관심을 받으며 순항할 것으로 보였다. 국내 저비용항공사(LCC) 선두인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을 인수해 ‘규모의 경제’를 이룰 것이란 낙관적 기대도 다수 나왔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코로나19 발생으로 M&A 절차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항공업계가 유래 없는 위기를 맞으면서 이스타항공 역시 지난 2월부터 임직원 임금을 체불하기 시작했다. 결국 3월 말 경엔 국내·국제선을 모두 걸어잠그는 ‘셧 다운’을 선언하며 전 노선 운항이 중단됐다.

5월에 이르자 체불임금 누적액이 250억원에 달하게 됐다. 이를 포함해 이스타항공의 미지급금은 1700억원이 넘었다. 올해 1분기 영업손실은 359억원, 당기순손실은 409억원을 기록했다. 이 과정에서 두 항공사는 미지급금 발생, 셧다운 책임 소재, M&A 계약 선결 조건 이행을 두고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하며 갈등을 빚어왔다.

이스타항공 노조원이 제주항공을 규탄하는 집회에 참가한 모습 / 연합뉴스
이스타항공 노조원이 제주항공을 규탄하는 집회에 참가한 모습 / 연합뉴스

제주항공은 계약 해제의 책임은 전적으로 이스타항공에 있다는 입장이다. 체불임금은 근로기준법상 경영자 책임을 엄격하게 묻는 불법행위 사안인 만큼 해당 기업(이스타항공)이 풀어야 하는 문제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를 해결하지 않은 채 인수 기업에만 책임을 지라고 요구하는 행위는 용납될 수 없다는 것이다.

반면 이스타항공은 제주항공이 제시한 선행조건은 이미 완료했다는 입장이다. 미지급금 해소는 주식매매계약서상 의무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제주항공은 계약을 해제할 권한이 없고 오히려 주식매매계약을 위반하고 있다”라고 반박했다. 또 구조조정 및 운항 중단을 지시해놓고 이제 와서 인수를 포기함에 따라 이스타항공을 파산으로 이끈 장본인은 제주항공이라고 강조했다.

급기야 이스타항공 노조는 제주항공을 겨냥한 녹취록을 공개했다. 자사의 셧다운 및 구조조정이 제주항공 측 지시에 따른 것이라는 내용이 담긴 녹음 파일이었다. 제주항공은 그런 사실 없다며 즉시 반박했다. 나아가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 일가의 주식 헌납이 임금체불 해소에 기여할 것이란 이스타항공 측 발표에도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결국 제주항공이 배수진을 쳤다. 제주항공은 지난 1일 이스타항공에 ‘계약 해지’를 언급하며 10영업일 안에 미지급금 해소 등 선결 조건을 모두 이행하라 통보했다. 이후 지난 16일 이스타항공이 마감 시한인 15일 자정을 넘겼기 때문에 계약을 해제할 수 있게 됐다며 갈등에 마침표를 찍었다. 

이로써 2007년 설립된 이스타항공은 출범 13년 만에 파산 위기에 놓였다. 올해 1분기 자본 총계는 마이너스 1042억원으로 이미 자력 회복이 불가능한 자본잠식 상태다. 법정관리에 들어간다고 해도 기업 회생은 어려워 보인다. 청산 가능성이 큰데, 이 경우 이스타항공 직원 약 1600명은 일자리를 잃을 위기에 처한다. 협력사까지 포함하면 그 규모는 2000명에 달한 것으로 추정된다.

인수 무산이 끝이 아니다. 두 항공사의 셧다운 지시, 선결 조건 이행 등을 둘러싼 갈등의 골이 깊었던 만큼 향후 치열한 소송전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이미 양사는 각각 법무법인을 통해 계약 파기에 따른 책임 소재 등에 관한 법률 검토를 진행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스타항공이 전라북도로부터 자금을 지원받는 안을 논의한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연고가 있는 전라북도의 도움을 받아 파산만은 피하겠다는 자구책이다. 이스타항공은 이상직 의원이 2007년 10월 전북 군산을 본점으로 삼아 설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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