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풍연 칼럼] 다음 대선에서 문재인 정부 1·2대 총리가 맞붙을 가능성은 거의 100%다. 이낙연 전 총리는 사실상 대권도전을 선언한 상태이고, 정세균 총리도 현직이라서 공개만 안 했을 뿐이다. 내년 3월 총리직을 물러나 대권에 도전할 것이라는 얘기다. 권력욕만 놓고 따지면 정세균이 이낙연에 뒤지지 않는다는 게 정치권의 평가다. 노련미에선 6선 출신인 정세균이 이낙연을 능가한다는 견해도 있다.
경력에서도 정세균이 조금 앞선다고 할 수 있다. 정세균은 장관에다 국회의장까지 했다. 그래서 입법부 수장으로 국가 의전 서열 2위를 한 사람이 그 아래 총리를 맡는 게 적절한 지를 놓고 논란도 있었다. 정세균의 총리 발탁은 문재인 대통령의 배려로 볼 수 있다. 총리를 하면 국회의장보다 훨씬 더 지명도를 높일 수 있어서다.
정세균이 첫 대정부 질문에서 무난히 데뷔했다. 이낙연의 사이다 발언처럼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안정감이 돋보였다. 사실 사이다 발언은 야당을 싫어하는 사람들에게 청량제처럼 다가오지만 내용은 없다. 톡 쏘는 맛만 있다고 할까. 이낙연은 그것으로 재미를 보고, 지지율이 높아진 것도 물론이다. 그러나 총리를 물러난 다음에는 너무 신중한 나머지 현안에 제때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 정치인은 철학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치고 나가는 힘도 필요하다. 매사 신중하면 득보다 실이 많다. 이낙연이 그런 경우가 아닌가 싶다. 대권주자 지지율에서 2위를 곱절 이상 앞서가다 오차 범위내로 따라잡힌 것과 무관치 않다고 본다. 2위인 이재명은 거침 없이 말을 한다. 이슈 선점에도 여타 주자들을 앞지르고 있다.
정세균은 대정부 질문에서 그만의 특징을 보여주었다. 진솔한 면이 최대 장점이다. 사이다 발언은 자칫 장난으로 비칠 수도 있다. 정 총리는 부동산 대책, 고(故) 박원순 시장 성폭력 의혹 등 민감한 이슈들에 무리 없이 대응하면서 선방했다. 자기 의견도 밝혔다. 잘된 것은 잘 했다, 못한 것은 못 했다고 인정하기도 했다. 말꼬리를 잡는 일은 없었다.
가장 민감한 박원순 성추행 의혹에 대해서는 "국민께 송구하다"며 낮은 자세로 일관했다. 특히 박 전 시장의 피소사실 유출 의혹과 관련, "진상규명이 필요하다. 진원지가 경찰이나 정부라면 책임이 따를 일"이라는 단호한 입장으로 야권의 공세를 차단했다. 따라서 이 부분에 대한 수사는 불가피하다. 현재로선 정부의 책임이 크지 않은가 여겨진다.
민주당이 띄우고 있는 행정수도 이전에 관해서도 '국민 지지가 중요하다'며 신중론을 폈다. 그러면서도 "행정수도 문제는 2002년 대선부터, 거의 20년 전부터 민주당이 소중하게 추진해온 정책이다. 언제 어떻게 실행하느냐는 정당의 판단"이라고 역설했다. 아울러 “부동산 문제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걱정을 끼쳐 드려 정부를 대표하는 총리로서 송구스럽다"고 고개를 숙였다.
정세균도 좋은 재목임은 틀림 없다. 대권주자로 발돋움하려면 자기 만의 색깔도 있어야 한다. 그가 앞으로 어떤 모습을 보일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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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약력
서울신문 논설위원,제작국장, 법조대기자,문화홍보국장
파이낸셜뉴스 논설위원
대경대 초빙교수
현재 오풍연구소 대표
저서
‘새벽 찬가’ ,‘휴넷 오풍연 이사의 행복일기’ ,‘오풍연처럼’ ,‘새벽을 여는 남자’ ,‘남자의 속마음’ ,‘천천히 걷는 자의 행복’ 등 12권의 에세이집
평화가 찾아 온다. 이 세상에 아내보다 더 귀한 존재는 없다. 아내를 사랑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