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탈취’ 뒤 ‘계약 해지’...공정위, 현대重에 과징금 9억7천만원
‘기술 탈취’ 뒤 ‘계약 해지’...공정위, 현대重에 과징금 9억7천만원
  • 김태일 기자
  • 승인 2020.07.27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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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유용 건 역대 최고액...하청업체, 단가 인하 탓에 매출액 57%, 영업이익 579% 급감
현대중공업 제공
현대중공업 제공

[서울이코노미뉴스 김태일 기자] 현대중공업이 20여년 협력한 하도급업체의 핵심 기술을 빼돌리고, 일방적으로 거래를 해지하는 행태를 일삼다가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돼 10억원 가까운 과징금 처분을 받았다. 기술자료 탈취 및 유용행위 건으로는 역대 최고액이다.

공정위는 현대중공업이 핵심부품을 공급했던 엔진부품 강소기업 ㄱ업체로부터 강압적으로 기술자료를 빼앗아 타 업체에 넘긴 뒤 거래까지 끊은 사실을 확인하고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9억7000만원 부과를 결정했다고 26일 밝혔다.

공정위 조사 결과 현대중공업은 피스톤 생산을 이원화하고 단가를 인하하는 등 자사 비용절감 목적을 위해 이런 행위를 저질렀다.

현대중공업은 2000년 선박용 디젤엔진을 개발했지만 핵심 부속품인 피스톤은 국외업체에서 들여와 쓰는 상황이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현대중공업은 2003년 ㄱ업체에 피스톤 국산화를 요청했다. 당시 관련 기술로는 최고로 평가받았던 ㄱ업체는 연구·개발 끝에 피스톤 국산화를 이루어냈다. ㄱ업체는 독일 기업들과 함께 세계 3대 피스톤 제조사로 꼽힐 정도로 높은 기술력을 가진 유망 기업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2012년 여름 현대중공업이 ㄱ업체의 기술비밀인 피스톤 제조 기술 자료를 강제로 넘겨받으면서 발생했다. 기술 국산화 이후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ㄱ업체로부터만 피스톤을 공급받아 온 현대중공업이 비용절감을 위해 공급 이원화를 도모하려 한 것이다.

결국 ㄱ업체로부터 피스톤 제작에 필요한 재료·부품, 제조 공정별 설비, 관리항목 등이 담긴 핵심 기술자료를 빼앗았다. ‘양산 승인 취소’를 내세우며 작업표준서(작업조건, 작업도, 작업방법 등이 기재된 자료) 등 기술정보를 넘기라고 압박하는 방식이었다.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전형적인 ‘갑질’이었다.

또 기술비밀 공개를 요구하면서 어떤 서면자료도 ㄱ업체에 주지 않았다. 이후 현대중공업은 해당 기술 자료를 ㄱ사의 경쟁사인 ㄴ업체에 넘겼다. 

무엇보다 현대중공업은 이원화 진행 사실을 ㄱ업체에 철저히 숨겼다. 이원화 완료 이후에는 ㄱ업체에 단가 인하 압력을 가해 3개월 간 약 11%를 깎았다. 이 탓에 이 기간 동안 ㄱ업체의 매출액은 57%, 영업이익은 579%가 급감했다. 그리곤 이원화 1년도 안 돼 ㄱ업체와 일방적으로 거래를 끊어버렸다.

반대로 ㄱ업체 대신 현대중공업 거래처가 된 ㄴ업체는 매출액이 173%, 영업이익은 766% 급증했다.

현대중공업 기술유용 및 거래 중단 사건 경위(기사에서 ㄱ업체=A사, ㄴ업체=B사) / 공정위 제공
현대중공업 기술유용 및 거래 중단 사건 경위(기사에서 ㄱ업체=A사, ㄴ업체=B사) / 공정위 제공

결국 ㄱ업체는 2017년 1월 현대중공업을 경찰에 고발했다. 지난해 10월에 공정위도 검찰총장 요청에 따라 현대중공업 법인 및 관련 임직원을 검찰 고발했다. 검찰은 일부 불기소, 일부는 약식기소 했지만 현대중공업이 불복하면서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공정위는 검찰 고발과 별도로 이번 조사를 통해 현대중공업이 자신의 거래상 우위를 이용해 하도급 업체의 기술자료를 빼앗고, 비용절감 목적으로 이를 다른 업체에 넘긴 뒤 거래까지 끊어버린 행위를 불법이라고 규정하고 시정명령을 내렸다.

이에 대해 현대중공업은 ㄴ업체에 건넨 자료는 자사가 제공했던 사양을 재배열한 수준이며, 단순 양식 참조 목적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정위는 하도급 관계에서 원사업자가 사양을 제공하는 것은 당연한 절차고, ㄴ업체로 넘어간 자료에는 ㄱ업체의 기술비밀이 다수 포함돼 있다고 판단했다.

또 현대중공업은 “하자 발생 대책 마련을 위해 자료를 요구한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공정위는 “하자 발생 관련 요구가 최소한의 범위를 넘었고, 하자가 발생하지 않은 제품에 대한 정보도 요구사항에 포함됐다”며 이 역시 인정하지 않았다.

공정위는 “하도급 업체를 상대로 기술자료 요구 및 유용 행위를 해서는 안 되고, 정당한 사유가 있어도 반드시 서면방식을 취해야 한다”면서 “기술력을 갖춘 강소기업이 정당한 대가를 받아 새 성장기반을 마련하도록 기술유용 행위 감시를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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