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 국영항공사 되나?...산업銀, 영구채 카드 ‘만지작’
아시아나, 국영항공사 되나?...산업銀, 영구채 카드 ‘만지작’
  • 김태일 기자
  • 승인 2020.07.28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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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구채 8000억 주식 전환하면 최대주주 등극...우선은 추가 자금 지원안이 유력
HDC현산 발 뺄 거란 관측 우세...산은, 계약금 2500억 반환 논란 우려에 ‘신중’ 태세
산업은행(위)이 지난해부터 인수한 8000억원 규모 아시아나항공 영구채를 주식으로 전환할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 연합뉴스
산업은행이 8000억원 규모 아시아나항공 영구채를 주식으로 전환해 1대주주가 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 연합뉴스

[서울이코노미뉴스 김태일 기자] HDC현대산업개발(HDC현산)이 12주간의 아시아나항공 재실사 의지를 밝혔지만 ‘노딜’ 선언을 위한 포석일 뿐이라는 분석이 나오면서, 산업은행·수출입은행 등 채권단의 매각 무산에 대비한 대응책 마련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추가 자금 지원책에 더해 산업은행이 지난해부터 인수한 8000억원 규모 영구채를 주식으로 전환해 최대주주 자리를 맡는다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방안이 현실화되면 아시아나항공은 국책은행을 대주주로 둔 국영항공사가 된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HDC현산이 지난 24일 내놓은 재실사 방침 관련 대응책 검토에 착수했다. 전날 산업은행은 “HDC현산이 요청한 사항에 대해 인수·합병(M&A) 절차에서 수용할 수 있는지 검토하고 있다”면서 “HDC현산의 인수의지 및 진정성과 관련한 저의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채권단은 추가 자금 지원책을 우선순위로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채권단 고위 관계자는 “현재 상황에서 딜이 중단되면 시장에서 불필요한 우려가 커질 수 있다”면서 “무엇보다 (아시아나항공를 위기로 몰아갈) 기폭제가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추가적인 자금 투입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채권단은 산업은행이 아시아나항공 대주주로 올라서는 ‘플랜B’도 염두에 두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HDC현산의 인수가 불발될 경우 채권단 입장에선 ‘국유화’가 최선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하는 대신 채권단 관리 아래 두다 경영이 정상 궤도에 올라서면 재매각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 경우 구조조정 등을 통해 부실 자산을 털고, 공적 자금을 투입하는 방식이 채택될 것으로 보인다.

산업은행은 지난해 5000억원, 올해 3000억원 등 총 8000억원 규모의 영구채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아시아나항공을 지원했다. 이를 주식으로 전환하면 지분율이 36.9%로 급증한다. 금호산업(30.7%)을 제치고 최대주주로 올라서게 되는 것이다.

HDC현산 매각이 무산되더라도 새 인수자가 나오면 문제는 없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로 항공업계 전망이 어두운 상황에서 아시아나항공을 책임질 인수자의 등장은 기대하기 어렵다. 자회사인 에어서울과 에어부산을 쪼개 파는 것도 방법이지만, 이 경우에도 당장 매수자가 나타날 가능성은 낮다.

업계에선 HDC현산이 조만간 노딜을 공식화할 것이란 전망이 다수다. 재실사 요구는 노딜을 위한 명분 쌓기라는 지적이다. 13조원에 달하는 부채를 가진 아시아나항공을 떠안는 것은 HDC현산에 막중한 부담이라는 것이다.

채권단과 금호산업이 HDC현산의 재실사 요구를 거부할 것이란 예상도 있다. 아시아나항공의 재무상황이 악화된 만큼 현산이 재실사를 통해 인수가치를 재산정할 경우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은 더욱 불리한 위치에 놓인다. 올해 1분기 기준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비율은 6280%로, 전 분기(1387%) 대비 4.5배에 달한다. 자본 잠식도 심각한 상태다. 또 실제 재실사가 성사된다고 해도 HDC현산이 재실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발을 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다만 산업은행은 HDC현산이 노딜을 선언하기 전까지 일단 기다려야 하는 입장이다. HDC현산의 아시아나항공 거래종료 기한은 당초 지난 6월27일었지만 오는 12월27일까지 연장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무턱대고 재실사를 수용하지 않았다가 HDC현산에 아시아나항공과의 2500억원 규모 계약을 파기할 명분을 줄 수 있다. 이 때문에 채권단은 조심스런 태도다.

금융권 관계자는 “채권단은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적잖은 재무 부담을 져야 하고 HDC현산은 시장 신뢰를 잃을 수밖에 없다”면서 “HDC현산이 실사 등을 이유로 연말까지 버티기에 들어가면 아시아나항공을 둘러싼 불안이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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