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태환의 의창(醫窓)] 코 성형의 선구자 탈리아코치의 유산
[안태환의 의창(醫窓)] 코 성형의 선구자 탈리아코치의 유산
  • 안태환
  • 승인 2020.07.28 15:53
  • 댓글 0
  • 트위터
  • 페이스북
  • 카카오스토리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성형은 단지 얼굴을 아름답게 꾸미는 ‘미용’ 아니라 육체의 본래 형태를 지향하는 ‘재건’이 목적

[안태환 칼럼] 코 수술의 역사는 유구하다. B.C 6세기 인도에서 처음 시작되었다. 간통의 형벌로 인해 잘린 코를 복원하려는 목적에서 시행되었다고 전해진다. 코를 자르는 형벌은 고대 중국의 5대 형벌 중 하나였다. 서양에서도 패배의 상징으로 코를 베는 형벌이 있었다. 잘린 코는 육신의 고통과 함께 수치심과 모욕감을 심어놓았다.

잔혹한 이 형벌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오래도록 지속되었다. 코 수술은 이마의 피부를 떼어다가 코를 복원시켰다고 한다. 이러한 성형수술은 페르시아와 아랍을 거쳐 서양으로 전해지며 파탄의 역사에서 회복의 역사로 전환되는 인술의 시작이었다.

르네상스 시대, 매독이 대유행하였다. 스페인의 아메리카 원주민에 대한 끝없는 물질적 탐욕이 수은 중독을 불러왔다면 유럽에서의 매독은 방탕한 육체적 탐욕이 불러온 질병이었다. 프랑스 황제 샤를 8세는 5만 명의 용병으로 이탈리아 나폴리를 압박했다. 스위스, 스페인, 벨기에에서 모여든 병력 안에는 놀랍게도 800명의 매춘부가 포함되어 있었다.

나폴리가 함락되고 나자 이들은 성적으로 문란했고 전쟁이 끝난 후 용병과 매춘부는 온 유럽으로 매독균을 슈퍼 전파했다. 이탈리아, 프랑스, 스위스, 독일로 급속히 번져 나갔고 5년 후에는 덴마크, 스웨덴, 영국, 그리스, 폴란드, 러시아까지 전파되었다. 이로 인한 감염 환자는‘코로나19’ 만큼이나 유럽에서 급증했다.

매독균에 대한 당시의 시대상을 엿볼 수 있는 책이 있다. 미국의 과학저술가인 아노 카렌의 흥미진진한 역저,‘전염병의 문화사(원제 Man and Microbes)’이다. 그는 책에서“성 매개 질병이라 불리는 매독은 전신에 고름 덩어리를 만들었으며 심한 경우 궤양이 뼈를 파고 들어가 코와 입술 등이 녹아내렸다. 성행위를 매개로 전염된다는 사실과 고통스럽고 혐오스러운 증상 때문에 사람들은 매독을 죄악의 징표라 생각했다.

"프랑스에서는 '이탈리아병', 이탈리아에서는 '프랑스병', 네덜란드에서는 '스페인병', 러시아에서는 '폴란드병', 터키에서는 '가톨릭병'이라 부르며 서로 상대방으로부터 옮았다고 책임을 전가하기에 급급했다”고 기술했다. 1928년 페니실린이 발견되기 전까지 매독은 불치병이었다. 인류 공동체에 대한 연대는 없었고 인간 분열의 자화상으로 매독균은 공포스럽게 군림했다.

매독균에 감염된 이들은 콧대가 내려앉는 소위 '안장코’ 환자들이었다. 매독균에 의해 구멍만 남은 ‘낮은 코’에 대한 감염자들의 수치심과 고통은 애절했다. 이들을 보며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를 가지고 있는 이탈리아 볼로냐 의대의 교수였던 가스파레 탈리아코치는 누구든 코가 없다면 반드시 불행할 것이며 이 불행은 사람을 충분히 병들게 한다고 생각했다.

그는 매독 환자의 코 성형을 ‘재건성형’에 포함시키고, 팔의 피부를 이용하는 코 재건성형을 사용했다. 코 성형의 선구자인 셈이다. 그의 저서 ‘이식재건성형론’은 오늘날에도 학술적 가치가 매우 높다.

그는 ‘이식 재건 성형론’ 서문에 “우리는 자연이 선사했지만 운명에 의해 빼앗긴 부분을 복원하고, 재건하고, 그리고 온전케 한다. 이는 눈을 즐겁게 하기 위함이 아니라 영혼을 회복하여 고통받는 사람들의 마음을 위로하려는 것”이라고 썼다. 그는 얼굴과 성격, 몸과 마음을 연결 짓는 많은 이론을 주장했다.

그의 성형은 단지 얼굴을 아름답게 꾸미는 ‘미용’이 아닌 육체의 본래 형태를 지향하며, 이상적인 형상을 재창조하는 ‘재건’이 목적이었다. 코 성형의 도덕적 가치라 할 만하다.

그에 대한 교회 지도자들의 평가는 박했다. 그의 코 재건성형 기술이 인간의 미용성형에 사용하는 것을 신에 대한 모독으로 간주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흐름 속에 탈리아코치는 사후, 끝내 이단으로 몰려 교회 묘지 매장을 거부당했다.

그러나 코에 인생을 건 나는 의사로서, 탈리아 코치의 후배로서, 그가 남긴 반듯한 유산을 의료현장에서 실천하려 한다. 그가 옳았기 때문이다.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필자소개

안태환

▪ 강남프레쉬이비인후과의원 강남본원 대표원장

▪ 이비인후과 전문의

▪ 한양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 한양대학교 의과대학 대학원 의학박사

▪ 한양대학교 의과대학 외래교수

▪ 서울 삼성의료원 성균관대학교 외래교수

▪ 대한이비인후과 의사회 전 학술이사

▪ 대한이비인후과 학회 학술위원

▪ 대한미용외과 의학회 부회장

▪ 대한레이저피부모발학회 부회장

▪ 2017년 ‘한국의 명의 100인’ 선정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주)서울이코미디어
  • 등록번호 : 서울 아 03055
  • 등록일자 : 2014-03-21
  • 제호 : 서울이코노미뉴스
  • 부회장 : 김명서
  • 대표·편집국장 : 박선화
  • 발행인·편집인 : 박미연
  • 주소 :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은행로 58, 1107호(여의도동, 삼도빌딩)
  • 발행일자 : 2014-04-16
  • 대표전화 : 02-3775-4176
  • 팩스 : 02-3775-4177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미연
  • 서울이코노미뉴스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서울이코노미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seouleconews@naver.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