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풍연 칼럼] 삼성전자하면 반도체가 생각날 정도로 경쟁력이 있었다. 거의 독보적 존재였다. 그런데 그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대만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업체인 TSMC에게는 이미 추월당했다. TSMC의 주가는 대만 증시에서 2.47% 상승, 시가총액이 3807억달러(약 457조원)를 웃돌며 세계 반도체업계 1위 자리를 굳혔다. 삼성은 390조원에 그치고 있다. 2위로 밀려났다.
이 같은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여러 가지 분석이 가능할 게다. 나는 CEO의 창조적 리더십도 무관치 않다고 본다. 이재용 부회장이 더 분발해야 한다는 뜻이다. 삼성전자는 선대인 고 이병철 회장이 첫 삽을 뜨고, 이건희 회장이 꽃을 피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결과 세계적 기업으로 우뚝 서면서 한국 경제를 견인하기도 했다.
삼성 ‘반도체 신화’의 주역이기도 한 권오현 삼성전자 상임고문이 28일 사내방송에 나와 “위험한 순간에 과감하게 결정할 수 있는 최고경영진의 결단과 리더십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맞는 말이다. 삼성도 위기를 느끼고 있다는 얘기다.
그런데 이 부회장은 재판을 받고 있다. 수사도 진행 중이다. 물론 그럴만한 사유가 있겠지만, 국가를 위해서도 불행한 일이다. 재판이든, 수사든 빨리 끝내야 한다. 이재용이 기업경영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세계 반도체 시장을 보자. TSMC는 멀찌감치 달아날 태세고, 중국 업체는 삼성전자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반도체 시장 1위였던 인텔은 4위까지 밀린 상태다. 잠시 한 눈을 팔다간 밀리게 되어 있다. 그 어떤 분야보다도 발전의 속도가 빠르기 때문이다. 지금 삼성이 2위라지만 또 언제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 1위를 다시 찾도록 노력해야 한다.
삼성이 처한 상황을 살펴본다. 녹록치 않다. 그래픽처리장치(GPU) 전문업체인 엔비디아는 독보적인 기술력을 인정받아 올해만 주가가 77.8% 수직 상승했다. 시총은 2563억달러(306조원·27일 뉴욕증시 기준)로 삼성전자를 추격하고 있다. 한 때 세계 시장을 호령하던 인텔은 2098억달러(약 251조원)로 4위에 머물렀다. 영원한 1등은 없다던가.
인텔의 추락은 자초한 측면이 크다. 지난 23일 주력 제품인 중앙처리장치(CPU)의 7나노미터(㎚) 공정 생산 시기를 6개월 연기한다고 발표하면서 시장에 충격을 줬다. “자만에 빠져 기술 투자를 게을리 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D램을 앞세워 28년간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독주하고 있는 삼성전자 역시 ‘기로에 섰다’는 평가를 받는다. 상반기 반도체사업 영업이익은 TSMC에 못 미치고, 시스템 반도체 사업으로 체질 개선을 시도 중이지만 쉽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도 18.8%로 TSMC에 30%포인트 이상 뒤처져 있다. ‘텃밭’인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선 YMTC, CXMT 등 중국 업체들의 거센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이재용의 역할이 요구된다고 하겠다. 큰 결단은 오너 만이 내릴 수 있다. 사법 리스크를 걷어내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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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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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신문 논설위원,제작국장, 법조대기자,문화홍보국장
파이낸셜뉴스 논설위원
대경대 초빙교수
현재 오풍연구소 대표
저서
‘새벽 찬가’ ,‘휴넷 오풍연 이사의 행복일기’ ,‘오풍연처럼’ ,‘새벽을 여는 남자’ ,‘남자의 속마음’ ,‘천천히 걷는 자의 행복’ 등 12권의 에세이집
평화가 찾아 온다. 이 세상에 아내보다 더 귀한 존재는 없다. 아내를 사랑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