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C, '통행세' 방식 일감 몰아주기로 과징금 647억원 부과받아
SPC, '통행세' 방식 일감 몰아주기로 과징금 647억원 부과받아
  • 신현아 기자
  • 승인 2020.07.29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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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허영인 회장 등 경영진과 3개 계열사 검찰에 고발키로
SPC 계열사 파리바게트/ SPC 홈페이지 캡처
SPC 홈페이지 캡처

[서울이코노미뉴스 신현아 기자] 파리바게트, 샤니 등을 운영하는 SPC그룹이 계열사를 동원해 7년간 SPC삼립(이하 삼립)을 부당지원한 사실이 적발돼 역대 최대 과징금을 물고 검찰에도 고발됐다. 

거래 과정에서 실질적인 역할을 하지 않은 삼립을 끼는 이른바 ‘통행세’로 삼립에 부당 이익을 제공했다는 게 골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그룹 내 부당지원행위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을 위반한 SPC그룹에 총 647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29일 밝혔다. 부당내부거래 사건 중 역대 최대 과징금이다.

또 총수와 경영진, 법인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고발 대상은 SPC그룹 허영인 회장, 조상호 전 그룹 총괄사장, 황재복 파리크라상 대표이사 및 파리크라상·SPL·BR코리아 등 3개 계열사다. 

삼립, 별다른 역할 없이 7년동안 '통행세'만 챙겨...부당이익 규모 414억원 

공정거래위원회 제공
공정거래위원회 제공

공정위에 따르면 SPC는 총수 관여 아래 삼립을 위한 다양한 지원 방식을 결정하고 7년간 그룹 차원에서 이를 실행해온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삼립에 부당하게 제공된 이익이 414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생산계열사의 원재료와 완제품을 삼립을 통해 구매하는 '통행세 거래'로 381억원가량의 이익을 삼립에 몰아줬다는 게 공정위의 설명이다. 

실제 SPC는 2013년 9월부터 2018년 6월까지 파리크라상, SPL, BR코리아 등 3개 제빵계열사가 밀다원, 에그팜 등 8개 생산계열사 제품을 구입할 때 굳이 중간단계로 삼립을 통하도록 했다. 삼립이 3개 제빵계열사를 통해 챙긴 마진은 연평균 9%에 달했다. 

공정위는 이 과정에서 삼립이 생산계획 수립, 재고관리, 영업 등 중간 유통업체로서 실질적인 역할을 하지 않았다고 봤다. 반면 SPC는 삼립이 생산계획을 수립하고 제품의 품질을 관리하는 역할을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공정위는 SPC가 삼립을 통한 통행세 거래가 부당지원에 해당하는 것을 인식하고, 허 회장이 주관하는 주간경영회의에서 이에 대한 대책도 논의한 점도 지적했다. 또 외부에 발각 가능성이 높은 거래만 표면적으로 거래구조를 변경하고 사실상 통행세거래를 지속한 점도 공정위가 지적하고 있는 부분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7년간의 통행세 거래로 삼립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급격히 증가했으나 제빵계열사의 원재료 가격이 높아져 소비자들이 구입하는 제품 가격은 높게 유지됐다.

업계 1위 샤니 끌어다 삼립 중심 판매망 통합…다른 계열사 지분도 싸게 인수

공정위는 SPC가 통행세 구조 확립을 위해 삼립을 중심으로 판매망을 통합했다고 판단했다. 이 과정에서 SPC 계열사인 샤니를 끌어들였다는 설명이다. 

샤니는 2011년 4월 상표권을 삼립에 8년간 무상으로 제공하는 계약을 체결해 사실상 삼립에 13억원을 지원했다. 판매망도 정상가인 40억6000만원보다 낮은 28억5000만원에 양도했다.

이로써 당시 양산빵 시장 점유율과 인지도 1위를 달리고 있던 샤니는 0.5%의 낮은 영업이익률로 삼립에 빵을 공급하는 제조공장으로 전락하게 됐다. 반면 삼립은 샤니와의 판매망 통합 이후 양산빵 시장에서 점유율 73%의 1위 사업자로 발돋움했고 영업성과도 개선됐다. 

공정위는 "삼립-샤니간 수평적 통합과 함께 수직적 계열화를 내세워 통행세 구조가 확립됐다"고 분석했다.  

SPC가 2012년 계열사인 파리크라상과 샤니가 보유한 밀다원 주식을 정상가격인 주당 404원보다 현저히 낮은 주당 255원에 삼립에 양도한 점도 공정위 지적 대상이다.  

삼립이 밀다원 주식을 100% 보유하면 밀다원이 삼립에 판 밀가루 매출이 일감 몰아주기 과세대상에서 제외되는 만큼 통행세 거래 구조를 마련하기에 앞서 주식 양도를 진행했다는 것이다. 

공정위는 이렇게 해서 SPC가 삼립에 지원한 금액이 총 20억원에 이른다고 분석했다.  

허영인 SPC회장/ 연합뉴스
허영인 SPC회장/ 연합뉴스

수상한 ‘삼립 몰아주기’...경영권 승계 고려한 물밑 작업?

계열사들의 삼립 지원 배경에는 그룹 승계작업이 있다고 공정위는 보고 있다. SPC가 그룹 내 유일한 상장사인 삼립의 주가를 높인 후 총수 2세가 보유한 삼립 주식을 파리크라상의 주식으로 바꾸려는 목적으로 부당지원행위를 했다는 진단이다. 

SPC는 사실상 지주회사격인 파리크라상을 통해 다른 계열사를 지배하는 구조를 갖고 있다. 파리크라상은 총수일가 지분이 100%에 달한다. 지분은 허 회장 63.5%, 허 회장의 부인인 이미향 씨 3.6%, 장남인 허진수 부사장 20.2%, 차남인 허희수 전 부사장 12.7%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에 따라 파리크라상의 2세 지분을 늘리면 총수 일가 지배력 유지와 경영권 승계에 유리하게 된다. 이 과정에 총수 2세들이 보유한 삼립이 동원된 것이다. 

SPC 계열사들의 이익 몰아주기로 2010년 2693억원이던 삼립의 매출액은 2017년 1조101억원으로 급상승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64억원에서 287억원으로 늘었다.

주가 역시 폭등했다. 2011년 초반 1만원대였던 삼립 주식은 2015년 8월 41만1500원을 찍는 등 40배 넘게 상승했다.

정진욱 공정위 기업집단국장은 SPC 제재 조치에 대해 "대기업집단과 비슷한 행태를 보이는 중견기업집단에 대한 감시를 강화한 것"이라면서 "통행세 거래 시정으로 소비자에게 저가로 제품을 공급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제빵 원재료 시장 개방도가 높아져 중소기업과의 상생협력도 확대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SPC, "과도한 처분...삼립은 총수일가 지분 적어 승계수단 못 돼"

이에 대해 SPC 측은 “과도한 처분”이라면서도 향후 의결서가 도착하면 면밀히 검토해 대응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SPC 관계자는 "판매망과 지분 양도는 외부 전문기관에 의뢰해 적법 여부에 대한 자문을 거쳐 객관적으로 이뤄졌고 계열사 간 거래 역시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수직계열화 전략"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삼립은 총수 일가 지분이 적고 상장회사이므로 승계 수단이 될 수 없다"면서 "총수가 의사결정에 전혀 관여한 바 없다는 것을 충분히 소명했는데도 과도한 처분이 이뤄져 안타깝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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