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코노미뉴스 최영준 기자] 한미약품그룹 창업주 임성기 회장이 2일 새벽 숙환으로 타계했다. 향년 80세.
고 임성기 회장은 중앙대 약대 졸업 뒤 1967년 서울 종로에 ‘임성기약국’을 열고 이후 1973년 한미약품을 창립해, 오늘날 매출 1조원이 넘는 회사로 키워낸 한국 제약바이오산업계의 큰 인물이다.
그는 ‘한국형 R&D 전략을 통한 제약강국 건설’이라는 꿈을 품고 매년 매출의 20% 가까이 R&D에 투자하며 48년간 한미약품을 이끌어 한미약품을 국내 최고 신약 개발 제약사로 키워냈을 뿐만 아니라 한국 제약산업의 지형을 바꿔놓았다.
지난 2015년 시작된 한미약품의 조 단위 기술수출은 신약을 끝까지 개발하지 않아도 계약금 수익을 얻을 수 있고, 단계에 따라 기술료를 챙길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 한미약품의 신화를 목도한 제약기업들이 R&D 투자를 늘리기 시작했고, 오늘날 ‘K바이오’라고 불릴 정도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한미약품은 설립 후 1990년대까지 특허가 만료된 제네릭 의약품(복제약)의 판매로 회사의 성장기반을 다졌으나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단기적으론 개량신약을 개발하고 장기적으로는 혁신신약을 개발하는 전략을 택했다. 이런 회사의 행보는 "R&D 없는 제약기업은 죽은 기업, R&D는 나의 목숨과도 같다"고 주창한 임 회장의 확고한 신념 때문이었다.
1987년 한국 제약업계 최초로 글로벌 제약기업 로슈에 항생제 제조기술을 수출하고 1997년에는 또 다른 글로벌 제약기업 노바티스에 '마이크로에멀젼' 제제 기술을 역대 최고 규모인 6300만 달러에 기술이전하며 '제약국가 한국'의 시발을 알렸다.
2000년 의약분업 시행 직후 국내 대부분 기업이 투자를 축소할 때, 임 회장은 과감한 투자를 통해 신약을 연이어 출시하며 글로벌 혁신 신약 개발의 초석을 닦았다.
2010년 창사 이래 첫 적자가 났을 때도 R&D를 향한 투자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2016년 기술 반환된 폐암 치료 혁신신약 ‘올무티닙’의 개발이 좌초됐을 때도 임 회장은 “신약 개발에는 위험이 따르지만 나를 믿고 R&D에 더 매진해 달라”며 “R&D를 하지 않는 제약사는 죽은 기업”이라고 직원들을 독려했다고 한다.
임 회장은 회사의 성과를 임직원들과 함께 나누기도 했다. 2016년 2800여명에 이르는 그룹사 전 임직원에게 1100억원 규모의 한미사이언스 주식을 증여했다.
2015년에는 한 해 동안 총 7건의 대형 신약 라이선스 계약을 글로벌 제약기업에 잇따라 성사시키며, 한국을 역동적인 제약 국가로 탈바꿈시켰다.
임 회장은 2015년 대형 성과를 창출한 이듬해 2800여명에 이르는 그룹사 전 임직원에게 한미사이언스 주식을 무상으로 증여하며 회사의 성과를 임직원들과 함께 나누기도 했다.
유족으로는 부인 송영숙씨와 아들 종윤ㆍ종훈씨, 딸 주현씨가 있다. 빈소는 추후 알릴 예정이다. 발인은 오는 6일 오전이다. 장례는 고인과 유족들의 뜻에 따라 조용히 가족장으로 치른다. 유족 측은 “조문과 조화를 정중히 사양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