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비록 가난해도 걱정 말아라"...사는 집 외에는 팔아버려야
"너 비록 가난해도 걱정 말아라"...사는 집 외에는 팔아버려야
  • 박석무
  • 승인 2020.08.03 12:02
  • 댓글 0
  • 트위터
  • 페이스북
  • 카카오스토리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석무 칼럼] 세상 모든 사람의 가장 큰 꿈은 부귀(富貴), 곧 부자가 되고 귀한 벼슬아치가 되는 일입니다. 옛날과는 다른 자본주의 시대가 극점으로 가면서, 만인의 욕구는 바로 부자가 되는 일입니다.

그렇게 좋은 부자이지만, 서양의 성인 예수는 “부자가 천당에 가는 일은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기보다 더 어렵다.”라고 말하여 부자는 결코 천당에 갈 수 없다는 높은 교훈을 가르쳐주었으니, 믿어야 될 이야기일까요. 동양의 성인 공자는 『논어』에서 “군자는 도를 걱정해야지 가난을 걱정해서는 안된다(君子憂道不憂貧)”라고 말했습니다. 다산도 그의 제자 윤종심(尹鍾心)에게 준 글에서, “너는 비록 가난하지만 그런 걸 걱정하지는 말아라(汝雖貧其勿憂)”라고 말했습니다.

그렇다면 성인들의 말씀이나 다산의 말씀과 오늘 모든 인간들이 추구하는 일이 이렇게 상반되고 있으니, 혼란스러운 마음을 정리하기 어렵습니다. 돈과 재산이 없으면 먹고 살아갈 수 없는데, 돈과 재산이 없는 가난한 삶이야 걱정하지 말라고 했으니, 우리네의 생각과는 다르다고 여겨집니다.

동서양을 구별 없이 부자를 존경하기보다는 청빈(淸貧)하게 살아가는 선비를 존경하는 일이야 막을 수 없는 보편적인 인간의 마음입니다. 이런 보편적인 인간의 마음이 세(勢)를 타면서 생각지 않던 새로운 일들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한국의 부자란 땅이 많고 집이 많은 사람입니다. 기업 하는 사람들이야 기업의 규모에 따라 부의 정도가 구별되지만, 일반인들이야 땅과 집이 부의 척도임은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세상이 맑고 깨끗해지려는 징조인지, 세상에 귀하고 높은 벼슬아치로서 집을 많이 소유한 부자에게는 불이익을 준다는 보도들이 나오고 있으니, 이 무슨 변고인가요. 부동산으로 부를 축적하는 일은 절대로 일어나지 않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최고 통치자의 발언이 나오면서, 살고있는 집이 아닌 재산으로서의 집은 모두 매각해야 한다니, 가난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그래도 괜찮은 뉴스가 아닐 수 없습니다. 아무리 ‘부귀’를 숭상하는 세상이라도, 부와 귀를 함께 향유하는 것만은 두고 보지 않겠다는 내용이니, 일반 서민들이야 환영하지 않겠는가요.

그렇습니다. 높은 권력과 큰 명예의 직책에 있으면서 고가의 집을 여러 채 지닌 사람들, 부동산 투기를 막아 내 집 마련의 꿈을 지닌 서민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정책을 실현시킬 가망성이 있겠는가요. 청와대에, 국회에, 정부 각 부처나 공기관에 고위직으로 있으면서 국가정책의 목표인 주택가격 안정의 업무를 수행할 방법이 있겠느냐는 질문입니다.

월급쟁이나 소상공인들, 부모에게 유산을 받지 못한 젊은이들, 귀한 지위에 있는 사람들이 몇 채의 집을 소유하고 있는데, 어떻게 해야 자기 집 마련이 가능하겠습니까. 경기도에서도 다주택 고위직 공무원들에게 한 채의 사는 집만 지녀야 한다는 권고가 내려졌으니, 참으로 옳은 주장입니다. 청와대나 국회, 정부나 지방정부의 고위공직자들 모두 한 채 이상의 집은 당장 팔아야 합니다. 귀 하나만으로도 얼마나 영광스러운 일인데, 부까지 겸하려 해서야 되겠는가요.

천당에 들어가 예수님을 만나기 위해서도, 높은 도(道)의 실현을 위해서도, 가난 만은 걱정말라는 다산의 뜻을 존중해서라도, 사는 집 외에는 팔아버리기를 기다려봅니다.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 칼럼은 다산칼럼의 동의를 얻어 전재한 것입니다.

필자소개

박석무

· (사)다산연구소 이사장

· 실학박물관 석좌교수

· 전 성균관대 석좌교수

· 고산서원 원장

저서

『다산 정약용 평전』, 민음사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역주), 창비

『다산 산문선』(역주), 창비

『다산 정약용 유배지에서 만나다』, 한길사

『조선의 의인들』, 한길사 등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주)서울이코미디어
  • 등록번호 : 서울 아 03055
  • 등록일자 : 2014-03-21
  • 제호 : 서울이코노미뉴스
  • 부회장 : 김명서
  • 대표·편집국장 : 박선화
  • 발행인·편집인 : 박미연
  • 주소 :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은행로 58, 1107호(여의도동, 삼도빌딩)
  • 발행일자 : 2014-04-16
  • 대표전화 : 02-3775-4176
  • 팩스 : 02-3775-4177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미연
  • 서울이코노미뉴스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서울이코노미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seouleconews@naver.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