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코노미뉴스 김태일 기자] 춤판이 불씨를 당겨 숱한 비리 의혹에 휩싸인 배동욱 소상공인연합회(소공연) 회장이 결국 자신의 해임을 요구하는 직원들에 대한 보복에 나섰다. ‘본인 불찰, 시정할 것, 나쁜 의도는 없었다’ 등 사죄의 언어를 사용하던 배 회장이 이제는 노골적인 ‘강공’ 태세로 전환하는 모양새다.
지난달 14일 소상공인과 국민들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는 의사를 표명한 지 보름 조금 지난 시점에서 되레 노조(사무국 노동조합) 및 비대위(소공연 비상대책위원회) ‘찍어내기’로 반격을 가하고 나서자 사과는 말뿐이었다는 비난이 빗발치고 있다.
배 회장은 3일 오후 1시 30분부터 서울 동작구 소공연에서 윤리위원회와 인사위원회를 소집해 노조 및 비대위 고위 관계자에 대한 징계 절차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배 회장에 대한 폭로가 소공연 정관에 위배됐다는 내용이 논의의 핵심인 것으로 알려졌다.
비대위 관계자들은 윤리위에 불참하고 서면으로 답변서를 냈다. 김임용 비대위원장(소공연 수석부회장)은 “배동욱 회장이 반대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에 대한 탄압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인사위는 윤리위가 끝난 직후 개최될 것으로 전망된다.
두 차례 고발당한 배동욱 회장...‘자숙’ 대신 ‘직원 징계’로 태도 바꿔
소공연 노조는 배 회장을 현재까지 두 차례 검찰 고발했다. 지난달 21일 횡령, 배임, 보조금관리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 데 이어 30일에는 공문서 위조, 업무방해 혐의로 재차 고발했다.
첫 번째 고발 당시 노조는 배 회장이 7월 14일 기자회견에서 발표한 내용 대부분은 거짓이라며 이를 증명할 구체적 증거들을 고발장에 적시했다고 밝혔다.
노조에 따르면 배 회장은 술·춤판 워크숍을 열었을 뿐 아니라, 정부보조금으로 도서를 구입한 뒤 이를 팔아 후원금을 걷었다. 이렇게 마련된 100만원을 자신의 측근인 ㄱ부회장 계좌로 입금하는 등 업무상 횡령과 보조금관리법 위반 행위를 저질렀다는 게 노조 측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배 회장 측은 “교재로 쓴 도서를 무료로 나누어 준 뒤 일부 회원에게 받은 기부금 130만원을 행사 경비로 사용했다”고 해명했다.
노조는 배 회장이 문제의 워크숍에 딸을 대동한 것도 위법이라고 주장했다. 배 회장 딸이 현장에서 식사 대접이나 기념품 등을 받았다면 국가보조금을 목적에 어긋나게 사용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노조는 “배 회장이 가족여행 온 것처럼 딸을 데리고 와 노조 측에서 문제를 제기했지만 무시됐다”고 주장했다.
이뿐만 아니다. 노조는 일감 몰아주기 의혹도 내놨다. 배 회장이 지난 4월 취임 후 화환발주처를 한국화환협회에서 자신의 부인과 딸이 운영하는 회사로 변경했다는 것이다. 소공연은 통상 연 1500만원 규모로 화환과 꽃다발을 주문하는데, 배 회장이 별다른 이유 없이 거래처를 가족회사로 옮겼다는 게 노조 측 설명이었다.
두 번째 고발의 요지는 배 회장이 회원 가입 당시 사업자등록증 등을 대거 위조했다는 내용이다. 배 회장이 제출한 한국영상문화시설업중앙회 회원 명부에 대표자, 주소지가 일치하는 사례가 다수 적발됐고, 포토샵 등을 통해 전체 18명 가운데 13명의 서류가 조작됐다는 의혹이 있다는 게 노조 설명이다.
이에 노조는 “(허위 서류를 근거로) 회장에 출마하는 등 태생부터 가짜 회장”이라며 “위조된 사업자등록증으로 소공연 활동을 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노조는 검찰 고발과 함께 지속적으로 배 회장의 자진 사퇴를 촉구해왔다. 하지만 배 회장이 기자회견에서 ‘사과는 하지만, 사퇴는 안 한다’는 식의 입장을 내놓으면서 해임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이에 노조는 소관 부처인 중소벤처기업부에 명확한 실태 조사와 해임 절차 착수를 요구하고 있다. 노조는 “중기부는 공문서 위조로 배동욱 회장이 선출된 이번 선거를 무효화하고 의혹과 관계된 단체들을 즉각 조사해 달라”고 박영선 장관과 중기부에 호소했다.
실제 소상공인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 27조에 따르면 중기부 장관은 연합회의 업무나 회계가 법령·정관에 위반된다고 판단될 경우 시정 및 조치를 내릴 수 있다. 비록 민간단체지만 연 30억원 규모의 예산을 지원받는 만큼 업무·회계를 감독할 수 있다는 의미다.
비대위, 배동욱 회장 탄핵 위한 공식 절차 돌입...3주 내 총회 열릴 듯
소공연 비대위는 윤리위와 인사위가 열린 같은 날 춤·술판, 일감 몰아주기 등 각종 논란을 빚은 배 회장을 탄핵하기 위한 절차에 들어갔다.
비대위는 3일 오후 배 회장 탄핵을 위한 총회 소집 요구를 한다고 밝혔다. 소공연의 위상을 실추시키고, 정상적 업무를 마비시켰다는 이유다.
소공연 정관 제52조(임원의 해임)는 ▲고의나 과실로 본회의 명예를 훼손할 때 ▲수익사업 목적 달성에 위배되는 행위를 할 때 ▲본회의 업무추진을 방해하거나 임원간 분쟁을 야기해 정상적인 업무 추진을 곤란하게 할 때 ▲이사회 결의에 위해되는 행위를 했을 때 ▲그 밖의 사유로 업무를 수행하지 못할 때 등을 임원에 대한 해임의 건을 총회에 부의할 수 있는 조건으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배 회장이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낮다. 정관에 따르면 임시총회 소집 요구에 따른 소집 권한은 회장에게 있다. 다만 2주일 이내 회장이 총회 소집을 하지 않으면 감사가 7일 이내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총회 소집에는 3주가량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빠르면 오는 17일~21일, 늦으면 24일~28일 열리는 셈이다.
배 회장 탄핵이 인용되기 위해서는 정회원 과반수 출석 및 과반수 찬성이 필요하다. 비대위는 이미 해당 요건을 충족했다며 탄핵 인용을 자신하고 있다.
비대위를 이끌고 있는 김임용 비대위원장은 “배동욱 회장이 최근 여러 논란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 책임감을 느끼고 물러나야 한다”면서 “(본인이 스스로 물러나지 않겠다고 하니) 민주적 절차에 따라 소상공인의 여론을 통해 탄핵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