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겸에게 연좌제를 씌우는 것은 옳지 않다
김부겸에게 연좌제를 씌우는 것은 옳지 않다
  • 오풍연
  • 승인 2020.08.05 09:35
  • 댓글 0
  • 트위터
  • 페이스북
  • 카카오스토리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금 어느 시대인가. 이제와서 사상이 다른 처남 때문에 안 된다고 하면 말이 안 돼

[오풍연 칼럼] 21세기에 연좌제 얘기가 나온다. 젊은 친구들은 연좌제가 무엇인지 그 의미도 잘 모를 게다. 어릴 적 시골에서 있었던 기억들이 떠오른다. “저 집 애들하고 놀지말라. 집안 중에 월북한 사람들이 있다” 주위에서 이런 말을 하곤 했다. 그런 그 애는 요즘 말로 왕따가 된다. 그게 바로 연좌제다. 남북을 갈라 놓은 비극이라고 할까.

그 연좌제가 집권당 대표는 뽑는 전당대회에서 불거졌다. 김부겸 후보를 두고 하는 말이다. 김 후보의 큰 처남이 이영훈 전 서울대 교수다. 이 전 교수는 일제강점기 징용과 위안부 강제성을 부정한 책인 '반일 종족주의'의 대표 저자다. 그래서 조국 등으로부터 공격을 받은 바 있다. 이영훈이 친일파라서 김부겸도 공격받는 형국이다.

오죽하면 김부겸의 아내가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하소연을 했을까. 나도 어제 그 글을 보았다. 그동안 있었던 일을 상세히 설명했다. 그러면서 남편을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김 후보의 아내 이유미 씨는 4일 오전 당권 경쟁 중 여당 안에서 이를 문제 삼고 있다는 데 대해 "1980년대 학생운동으로 대학에서 제적된 큰 오빠로 인해 (남편이) 곤혹스러운 처지를 당하니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면서 "부디 정치인 김부겸이 걸어온 길을 살펴보고 널리 이해해 달라"고 읍소했다.

진중권도 페이스북에 "아마도 다른 후보 측 지지자들이 김 후보에 네거티브 공세를 펼치는 모양"이라며 "아직도 연좌제가 남아 있나. 이 교수가 아내의 오빠가 아니라 자신의 친형이라 하더라도 대체 이게 왜 문제가 되는지 모르겠다"고 적었다. 진중권의 지적이 옳다. 지금 어느 시대인가. 이제와서 사상이 다른 처남 때문에 안 된다고 하면 말이 안 된다. 흡집내기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김 후보도 발끈했다. 그는 이날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출연, 당권 경쟁 과정에서 나타난 '처남 논란'에 "이것으로 시비를 건다면 연좌제이며 정말 옳지 못한 일"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비난 글이 하도 돌아다닌다고 하니까 아내가 남편에게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는 의미에서 쓴 것 같다"면서 "(이 전 교수가) 사상적으로 변화한 것이야 벌써 칠십세가 되신 분이기 때문에 제가 그것까지 어떻게 하겠느냐"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김부겸이 큰 처남에게 생각을 바꾸라고 강요할 수는 없다. 비록 그게(친일이) 틀렸다고 하더라도 사상의 자유는 있다. 이 전 교수는 그대로 평가받으면 될 일이다. 그것을 김부겸에게 연결시키는 것이 옳지 않다는 얘기다. 김부겸은 아주 괜찮은 정치인이다. 나는 그를 90년대 후반부터 보아왔다. 사실 민주당 안에서 그만한 성품을 가진 사람도 드물다.

케케묵은 연좌제를 더 이상 꺼내지 말라. 만약 그렇다면 창피한 줄 알아야 한다. 선거에서는 도움이 될지 모른다. 그러나 할 말과 안 할 말이 있다. 선거판에서 이념논쟁이 이슈가 돼서는 안 된다. 그것도 당사자가 아닌 처남의 일로. 이거야 말로 신종 연좌제라고 아니할 수 없다.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필자소개

오풍연/poongyeon@naver.com

약력

서울신문 논설위원,제작국장, 법조대기자,문화홍보국장

파이낸셜뉴스 논설위원

대경대 초빙교수

현재 오풍연구소 대표

저서

‘새벽 찬가’ ,‘휴넷 오풍연 이사의 행복일기’ ,‘오풍연처럼’ ,‘새벽을 여는 남자’ ,‘남자의 속마음’ ,‘천천히 걷는 자의 행복’ 등 12권의 에세이집

평화가 찾아 온다. 이 세상에 아내보다 더 귀한 존재는 없다. 아내를 사랑합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주)서울이코미디어
  • 등록번호 : 서울 아 03055
  • 등록일자 : 2014-03-21
  • 제호 : 서울이코노미뉴스
  • 부회장 : 김명서
  • 대표·편집국장 : 박선화
  • 발행인·편집인 : 박미연
  • 주소 :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은행로 58, 1107호(여의도동, 삼도빌딩)
  • 발행일자 : 2014-04-16
  • 대표전화 : 02-3775-4176
  • 팩스 : 02-3775-4177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미연
  • 서울이코노미뉴스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서울이코노미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seouleconews@naver.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