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순 단상...공자가 말한 '이순(耳順)'의 나이에
예순 단상...공자가 말한 '이순(耳順)'의 나이에
  • 오풍연
  • 승인 2020.08.05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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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말을 경청할 줄 알아야...환갑을 지나고 보니 이제 철이 드는 걸까

[서울이코노미뉴스 오풍연] 어제 좋아하는 후배와 점심을 했다. 페이스북서 만난 친구다. 나는 61살, 그 친구는 57살. 함께 늙어 간다. 한 달에 두 번 이상 만난다. 이런 저런 얘기를 많이 나눈다. 사업을 하는 친구인데 하던 사업도 많이 정리했다. 나도 그러는 편이 낫겠다고 의견을 보탠다. 나머지 인생은 더 알차게 살자고 같이 머리를 맞댄다.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걸까”

여의도서 점심을 먹은 뒤 내 차를 함께 타고 KBS를 지나왔다. 내가 34년 전 얘기를 했다. 당시 KBS에는 PD로 합격을 했다. 그 때만 해도 옛날이라 합격자 방을 붙였다. 나도 가서 확인했고, 합격자 발표날 정오 라디오 뉴스에도 나온 바 있다. 그 후배에게 말을 했다. “PD를 하지 않고 기자를 한 게 잘 한 것 같다” 후배도 동의한다. “선배님, 잘 선택한 것 같습니다”

만 30년간 기자생활을 하면서 정말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그게 재산이라고도 할 수 있다. 물론 지금까지 계속 인연을 이어오고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다 챙길 수도 없어서다. 그래도 적지 않은 분들과 소통을 이어오고 있다. 고맙지 않을 수 없다. 만날 사람이 있다는 것이 큰 재산이다. 아무리 돈이 많고, 시간아 남아도 만날 사람이 없다면 얼마나 불행하겠는가.

나는 2018년 4월부터 주 이틀만 회사에 나간다. 그것 역시 감사한 일이다. 내 또래 중 놀고 있는 사람이 많은데 선택받았다고 할까. 나머지 시간은 지인들을 만나는 데 할애한다. 주로 점심을 한다. 보통 11시 30분쯤 만나 1시 30분까지 2시간 정도 시간을 함께 보낸다. 많은 얘기를 할 수 있다. 앞으로 살아갈 얘기를 한다.

나도 돌이켜보면 아주 바쁘게 살아온 편이다. 1986년 12월 16일 기자로서 첫 발을 내딛었고, 2016년 10월 3일까지 기자 생활을 했다. 만 30년에서 두 달 정도 빠진다. 30년을 채우고 싶었지만 그렇지 못 했다.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기자 생활은 매일매일이 긴장의 연속이다. 다른 언론들과 보이지 않는 경쟁을 벌여야 해서다.

나의 기자생활은 화려했다. 기자들이 꼭 가보고 싶은 출입처도 대부분 거쳤다. 시경캡, 법조반장, 국회반장, 청와대 출입기자(간사). 기재부 출입만 못해 보았다. 여기다 노조위원장까지 지냈다. 내가 잘 나서 그런 게 아니다. 회사 측이 배려해줘 가능했다. 그래서 늘 고맙고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다. 내가 서울신문 사장에 세 번이나 도전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사장으로서 내 마지막 꿈을 펼쳐보고 싶은 심정이 있었다.

앞으론 보다 더 나누면서 살 생각이다. 경제적으로 안 되면, 시간이라도 함께 보낼 생각이다. 시간도 돈인 까닭이다. 어제 후배에게도 이런 말을 했다. “우리 베풀면서 살자”고. 베풂은 곧 배려다. 지금보다 더 남을 배려해야 한다. 그 배려는 먼저 듣는 데서 시작한다. 남의 말을 경청할 줄 알아야 한다. 자기 얘기는 가급적 줄일 필요가 있다. 환갑을 지나고 보니 더욱 그 같은 생각이 든다. 이제 철이 드는 걸까.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필자소개

오풍연/poongyeon@naver.com

약력

서울신문 논설위원,제작국장, 법조대기자,문화홍보국장

파이낸셜뉴스 논설위원

대경대 초빙교수

현재 오풍연구소 대표

저서

‘새벽 찬가’ ,‘휴넷 오풍연 이사의 행복일기’ ,‘오풍연처럼’ ,‘새벽을 여는 남자’ ,‘남자의 속마음’ ,‘천천히 걷는 자의 행복’ 등 12권의 에세이집

평화가 찾아 온다. 이 세상에 아내보다 더 귀한 존재는 없다. 아내를 사랑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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