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호정 의원의 분홍 원피스, 문제 삼는 게 문제다
류호정 의원의 분홍 원피스, 문제 삼는 게 문제다
  • 오풍연
  • 승인 2020.08.06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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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장의 자유는 허용돼야...지금이 어는 때인데 복장 타령을 하는가

[오풍연 칼럼]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지난 4일 국회 본회의장에 분홍색 원피스를 입고 나타났다. 그것을 갖고 5일 하루 종일 떠들었다. 나는 그의 복장이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그런데 난리를 피운다. 국회의원 복장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물론 지금까지 그런 복장을 하고 다닌 의원이 없기에 눈길을 끌 만하다. 그렇다고 류 의원을 비난하는 것은 옳지 않다.

21대 국회의원 300인의 평균 연령은 54.9세다. 50대 중반의 남성 의원이 표준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들의 눈으로 볼 때는 다소 어색할 수도 있을 게다. 하지만 복장의 자유는 허용돼야 한다. 지금이 어는 때인데 복장 타령을 하는가. 20대는 28세인 류 의원과 29세인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 둘 뿐이다. 여성 의원은 19%(57명), 남성 의원은 81%(243명)를 차지한다.

'일베' 등 극우 사이트에는 비난 댓글이 쏟아졌다. "미래통합당 국회의원들의 외상 술값을 수금하러 온 룸살롱 새끼 마담" "저렇게 속옷이 보일 듯 말 듯 다니다가 마음에 안 드는 국회의원이 눈길을 다리로 보내면 성희롱으로 몰아가려는 함정" "오빠라고 불러보라" "노래방 도우미 같다" 등의 표현도 있었다. 도가 지나쳐도 한참 지나쳤다.

국회의원 복장 논란은 17년 전인 2003년에도 있었다. 당시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재보선에서 당선된 뒤 검은 정장이 아닌 흰색 바지와 캐주얼 차림으로 국회 본회의장에 등장했다. 이른바 '빽바지' 논란이다. 그 때는 나도 유시민을 비판한 바 있다. 유시민은 "국회는 일하는 곳이니까, 일하기 좋은 복장으로 입고 왔다"면서 "모두가 똑같은 옷을 단색으로 입고 있는 것보다는 좀 다채로운 것이 민주주의하고 걸맞지 않느냐는 뜻에서 이렇게 입고 왔다"고 말한 바 있다.

류호정의 얘기도 들어본다. "저는 입법 노동자이고, 국회는 제 일터예요. 제가 겪고 있는 이 일들이 여성들이 일터에서 겪는 일과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해요. 여성들이 사회생활이라는 이름으로 감내하고 있는 성희롱과 성차별을 공론장에서 확인하게 된 것이죠."

조혜민 정의당 대변인도 "의정 활동에 대한 평가가 아닌 여성 정치인의 외모, 이미지로 평가함으로써 정치인으로서의 '자격 없음'을 말하려고 하는 행태에 결코 동의할 수 없다"면서 "상대에게 고압적으로 소리치는 것은 국회의 당연한 모습이 되고 원피스를 입은 게 문제시되는 작금의 현실에 유감을 표하며 지금은 2020년임을 말씀드린다"고 강조했다.

류호정을 탓하는 여성 의원들은 없었다. 그럼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 아닌가. 민주당 고민정 의원은 "입은 옷으로 과도한 비난을 받는 것에 대해선 동의할 수 없다"면서 "국회의 과도한 엄숙주의와 권위주의를 깨 준 것에 대해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고 말했다. 같은 당 최혜영 의원도 "누구나 다 살아가는 모습과 방법은 다르다. 국회가 얼마나 권위주의인지 오늘 새삼 더 느낀다. 바꾸자"라고 했다. 대한민국의 코미디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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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오풍연/poongyeon@naver.com

약력

서울신문 논설위원,제작국장, 법조대기자,문화홍보국장

파이낸셜뉴스 논설위원

대경대 초빙교수

현재 오풍연구소 대표

저서

‘새벽 찬가’ ,‘휴넷 오풍연 이사의 행복일기’ ,‘오풍연처럼’ ,‘새벽을 여는 남자’ ,‘남자의 속마음’ ,‘천천히 걷는 자의 행복’ 등 12권의 에세이집

평화가 찾아 온다. 이 세상에 아내보다 더 귀한 존재는 없다. 아내를 사랑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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