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된 美 압박에 ‘백기’ 든 화웨이...독자 개발 반도체 ‘기린’ 포기
지속된 美 압박에 ‘백기’ 든 화웨이...독자 개발 반도체 ‘기린’ 포기
  • 김태일 기자
  • 승인 2020.08.10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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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업체 5월부터 생산 중단...상무부 제재 시행일인 9월 15일부터 공급 멈출 듯
화웨이 / 연합뉴스
화웨이 / 연합뉴스

[서울이코노미뉴스 김태일 기자] 중국 최대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가 미국 행정부의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팔을 잘라냈다. 독자 개발한 플래그십 반도체 공급을 결국 중단하기로 했다. 미국이 연일 강공을 퍼붓으면서 화웨이가 자체 칩 ‘기린’ 포기를 선언한 것이다.

10일 중국 매일경제신문은 위청둥 화웨이 소비자 부분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7일 ‘2020 중국 정보 100 서밋’ 행사에서 올 가을 출시되는 메이트40이 화웨이의 고성능 반도체 ‘기린9000’을 탑재한 마지막 스마트폰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그는 “우리에게 아주 큰 손실”이라며 이 같은 내용을 밝혔다.

화웨이의 이번 결정은 미국이 제재 수위를 점차 높여오면서 이루어졌다. 미국 상무부 제재 시행이 당장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다음 달 15일부터는 미국의 부품이나 기술을 사용한 업체가 허가 없이 화웨이와 거래할 수 없다.

화웨이는 팹리스(생산시설 없이 설계만 담당하는 회사) 자회사인 하이실리콘을 통해 자체적으로 칩을 개발했다. 이후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기린’ 시리즈를 스마트폰 등 자사 모바일 기기에 탑재해 왔다. 2017년 NPU(신경망처리장치)가 적용된 모바일 전용 AI 칩셋 ‘기린970’, 지난해 5G 통합칩 ‘기린990’ 등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제 기린이 탑재된 화웨이 스마트폰은 없을 예정이다. 위청둥 CEO는 제재 시행일인 9월 15일부터 기린 프로세서의 생산이 중지된다고 설명했다. 그 이유로 현재 화웨이가 기린 반도체를 생산할 수준에 이르지 못했다는 점을 들었다. 반도체 개발에만 초점을 맞추고 제조에는 투자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기린을 제작해 줄 생산업체가 마땅히 없다는 점도 크게 작용했다.

기린9000 칩은 대만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TSMC가 맡아 제조해왔다.

하지만 TSMC는 지난 5월부터 화웨이로부터 신규 주문을 받지 않고 있다. 생산도 멈췄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의 기술 및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해외 반도체 기업은 화웨이에 제품을 공급할 때 반드시 사전 허가를 받아야 한다”며 TSMC가 화웨이에서 반도체 주문을 받는 행위를 사실상 금지한 데 따른 조처다. 

이에 TSMC는 미국 공장 증설을 발표하면서 화웨이와의 거래 중단을 공식화했다. 오랜 기간 관계를 맺어왔던 생산업체가 돌아서자 화웨이는 벼랑 끝에 몰렸다. 기술이 있어도 생산을 못하는 처지인 셈이다.

화웨이는 미국의 제재로 일찍이 칩 생산에 고전을 겪어 왔지만, 이번 제재가 화웨이의 반도체를 조달 통로를 막는 데 종지부를 찍었다.

위청둥 CEO는 반도체 재고가 남지 않아 화웨이의 올 스마트폰 출하량이 지난해 2억4000만대에 한참 미치지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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