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퇴로 구실?”…'삼성 노조 와해' 이상훈 2심서 무죄
“이재용 퇴로 구실?”…'삼성 노조 와해' 이상훈 2심서 무죄
  • 김준희 기자
  • 승인 2020.08.10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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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 "증거 위법하게 수집…공모·가담이 없었다는 것은 아냐"
1심 유죄 26명 중 25명 유죄…"미전실 중심 와해 전략 수립·시행"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풀려난 이상훈 전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연합뉴스

[서울이코노미뉴스 김준희 기자]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조합 와해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던 이상훈 전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이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혐의를 뒷받침하는 증거를 검찰이 법에 어긋나게 확보됐다는 게 무죄 선고 이유다.

노동계는 ‘국정농단’ 사건 파기 환송심 재판에 계류 중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퇴로를 터주기 위한 정지작업 차원의 ‘삼성 봐주기’ 판결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서울고법 형사3부(부장판사 배준현·표현덕·김규동)는 10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 전 의장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지난 해 12월 1심 판결 이후 8개월 가까이 수감생활을 해 온 이 전 의장은 이날 석방됐다.

또 강경훈 삼성전자 부사장은 2심에서 2개월이 줄어 징역 1년, 박상범 전 삼성전자서비스 대표와 최평석 삼성전자서비스 전무도 2개월이 준 징역 1년4개월을 각각  선고받았다. 

목장균 삼성전자 전무와 송모 삼성전자 자문위원은 1심과 같은 징역 1년, 징역 10개월을 선고받았다.

원기찬 삼성라이온즈 대표(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 정금용 삼성물산 대표(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박용기 삼성전자 부사장(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은 1심과 같이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형량이나 집행유예 기간만 조금씩 줄었다.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26명 가운데 이 전 의장을 제외한 25명이 그대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이 전 의장 등 삼성 임직원들은 2013년 자회사인 삼성전자서비스에 노조가 설립되자 일명 '그린화 작업'으로 불리는 노조와해 전략을 그룹 차원에서 수립해 시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삼성그룹 미래전략실(미전실)에서 '비노조 경영 방침'을 관철하기 위해 만든 노조 와해 전략이 삼성전자에서 삼성전자서비스를 거쳐 협력업체로 이어진 공모관계에 따라 실행됐다고 보고 혐의 중 상당 부분을 유죄로 인정했다.

삼성 측은 강성 노조가 설립된 하청업체를 '기획 폐업'시키거나 임금 삭감이나 차별 대우, 표적 감사 등 탄압 행위를 일삼은 것으로 드러났다.

사망한 노조원 유족에 무마용 금품을 건네기 위해 회삿돈을 빼돌리고, 노사협상을 의도적으로 지연시킨 혐의도 받았다.

2심 역시 1심에서 인정된 이러한 혐의는 대체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미전실을 중심으로 노사전략을 수립하고 각 계열사에 전파하고, 계열사에서는 상황별 시나리오를 만들어 대응했다"면서 "피고인들은 광범위한 부당노동행위를 했고, 헌법상 권리인 단결권과 단체교섭권을 무시해 근로자들의 정신적 고통이 적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검찰, MB사건 수사 중 증거 확보…항소심, “압수수색 대상 아닌 곳에서 나온 것이므로 인정 못해”

재판부는 그러나 검찰이 제시한 증거의 위법성을 문제 삼아 이상훈 전 의장에게 무죄를 선고하는 한편 다른 피고인들의 혐의 중 이 증거와 관련한 혐의도 무죄로 판단했다.

문제의 증거는 검찰이 2018년 2월 이명박 전 대통령의 다스 소송비 대납 의혹 사건을 수사하면서 삼성전자 본사 등을 압수수색을 하다 확보한 USB메모리 등 저장매체 7개다. 여기에서 삼성의 노조 와해 혐의를 의심하게 하는 문건들이 발견됐던 것이다.

그런데 검찰은 이들 저장매체들을 압수수색 대상으로 영장에 명기되지 않은  본사 인사팀 사무실이나 지하주차장에 있던 인사팀 직원의 차량에서 찾아냈다.

삼성 측은 이에 따라 1심에서부터 문제의 저장매체들이 위법수집 증거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세부적인 문제점이 있지만 압수수색은 절차적 위법이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반면 2심 재판부는 "인사팀 사무실은 영장에 기재된 수색·검증 장소인 '해외지역총괄사업부, 경영지원총괄사업부, 법무실, 전산관리실과 동일한 기능을 하는 부서 중 어느 하나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면서 위법한 증거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 전 의장에게 무죄를 선고하면서 이례적으로 "최종적으로 피고인의 주장을 받아들여 무죄를 선고하지만, 결코 피고인에게 공모·가담이 없었다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명심하라"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기록을 보면 원심과 동일한 결론에 이를 가능성도 있었으나,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가 없다고 가정하고 나머지 증거로만 결론을 내려야 하는 부분이 있었다"면서 "과연 이게 정확하게, 합리적 심리로 이뤄진 것인지 상당한 고심을 했다"고 밝혔다.

이어 "특히 이상훈 피고인의 경우 CFO 보고문건이 위법수집 증거가 되는 바람에 직접적 증거가 없고, 다른 피고인들의 진술만으로는 공모를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면서 "법리적으로 그렇지만, 만약 보고 문건의 증거능력이 인정된다면 상당 부분 원심 판단을 유지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금속노조, "삼성불패 입증한 재판…이재용 위한 사전 정지작업 아닌가"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와해 혐의로 기소된 이상훈 전 이사회 의장과 강경훈 전 삼성전자 부사장./연합뉴스

전국금속노동조합은 선고 후 '삼성불패 입증한 삼성불파(불법파견) 재판'이라는 성명을 내고 강력히 반발했다.

금속노조는 "우연히 발견한 자료로 수사를 했으니 무죄라는 재판부의 논리는 평생 재벌에 맞서 싸울 각오를 한 내부고발자가 나오기 전에는 자본의 노조파괴 범죄를 수사하고 처벌할 길을 영원히 봉쇄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금속노조는 이어 "이번 판결이 다가오는 이재용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선고에서 퇴로를 만들려는 법원의 사전 정지작업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든다"면서 '삼성 편들기' 재판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했다.

이 전 의장이 무죄가 나온 결정적인 이유는 2심 재판부가 검찰이 삼성전자 본사를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확보한 하드디스크들을 위법수집 증거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문제의 증거는 검찰이 2018년 2월 이명박 전 대통령의 다스 소송비 대납 의혹 사건을 수사하면서 삼성전자 본사 등을 압수수색을 하다 확보한 USB메모리 등 저장매체 7개다. 여기에서는 삼성의 노조와해 혐의를 의심하게 하는 문건들이 발견됐다.

하지만 검찰은 이들 저장매체들을 압수수색 대상으로 영장에 명기되지 않은  본사 인사팀 사무실이나 지하주차장에 있던 인사팀 직원의 차량에서 찾아냈다.

삼성 측은 이에 따라 저장매체들이 위법수집 증거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세부적인 문제점이 있지만 압수수색은 절차적 위법이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인사팀 사무실은 영장에 기재된 수색·검증 장소인 '해외지역총괄사업부, 경영지원총괄사업부, 법무실, 전산관리실과 동일한 기능을 하는 부서 중 어느 하나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면서 위법한 증거로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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