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한하네" 집값이 왜 안 떨어지지...8·4대책 1주일
"희한하네" 집값이 왜 안 떨어지지...8·4대책 1주일
  • 윤석현 기자
  • 승인 2020.08.11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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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7대책, 7·10대책 등 잇단 대책에도 서울 아파트값 강보합·관망세
과천 한달새 1억7000만원 하락 주목...다주택자·법인 내놓은 매물 보여
30대 '패닉바잉'서 청약 전환도…전월세 불안은 계속
정부의 부동산대책/연합뉴스
정부의 주요 부동산대책/연합뉴스

[서울이코노미뉴스 윤석현 기자] 정부의 6·17와 7·10 부동산 수요억제 대책에 이어 13만2000가구 공급계획이 담긴 8·4 대책을 발표한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부동산시장의 관망세가 뚜렷하다.

기존 대책과 맞물려 경기도에서 다주택자·법인의 매물이 하나둘씩 나오고 있고, '패닉 바잉'(공황 구매)에 나섰던 30대 일부가 청약으로 돌아서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과천에선 일주일새 집값이 1억7000만원 떨어진 곳이 나와 하향세가 주목된다. 전월세 시장은 공급 부족으로 가격 상승이 이어지며 월세 전환 움직임이 가속화하고 있다.

◇서울 아파트값 강보합·관망세…왜 안 떨어지지

11일 부동산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강보합세를 보이고 있다는 게 중론이다. 정부가 지난해 말부터 강력한 수요억제책을 내놨지만, 집값 상승세가 쉽게 잡히지 않아 부동산 업계에서도 "예전 같지 않다"는 반응이다.

한국감정원 조사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값은 코로나19 사태로 마이너스 상승률을 기록했던 3월말∼5월말 이후 8월 첫째 주까지 9주 연속 상승했다. 6·17대책과 7·10대책 발표 직후에도 아파트값 상승세가 꺾이지 않고, 상승폭도 크게 줄지 않았다. 그러다 최근 기존 부동산 대책의 후속 입법이 마무리되고 가격 급등에 따른 부담감과 장마철 영향까지 겹치며 매수세가 다소 잦아든 분위기다.

강남구 압구정동의 H공인 대표는 "거래가 많지 않지만, 매수 문의가 꾸준한 편이고 거래도 꾸준히 되는 편이다. 정부 대책에도 집주인들이 가격을 내리지는 않고 있다"고 말했다. 마포구 아현동 R공인 대표는 "정부 대책 발표 후에도 매수세가 붙으며 가격이 내려가지 않다가 장마 때문인지 요즘 매수 문의는 좀 뜸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강동구 길동 S공인 대표도 "7·10대책 이후에도 5000만원 이상 오른 신고가에 아파트 매매가 이뤄진 뒤 시세가 떨어지지 않고 있다"며 "요즘 매수세는 좀 약해졌다"고 했다.

중저가·중소형 아파트가 많은 서울 외곽 지역도 비슷한 분위기다.

강북구 미아동 E 공인 대표는 "매물은 안 나오는데, 집값은 계속 올라가고 있어서 우리도 이해를 못 하겠다. 이 정도 규제가 나왔으면 가격이 보합세로 돌아서고 떨어질 기미가 보여야 하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아 희한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도봉구 창동 D공인 관계자는 "매물이 없고 가격은 강보합세다. 앞으로 집값이 어떻게 움직일지 몰라 매수자나 매도자나 모두 관망하는 상황이어서 거래가 안되고 있다"고 말했다. 노원구 월계동 D 공인 대표도 "매매는 물건이 많지 않은데도 가격은 떨어지지도 않는다. 지금은 관망세가 짙고, 아직 혼란한 상황이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야 분위기가 잡힐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송파구 부동산업소/연합뉴스
서울 송파구 부동산업소/연합뉴스

◇과천 집값 안정 청신호.. 한달새 1억7000만원 하락

현지 중개업소에 따르면 8·4 대책 발표이후 과천 부동산시장에서 매수세가 크게 줄었다. 주요 단지의 거래가와 호가가 하락세로 돌아섰다.
과천 원문동 과천래미안슈르(2899가구) 전용면적 84㎡는 지난 4일 13억8000만원에 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앞서 지난달 6일 거래가 15억5000만원보다 1억7000만원 낮은 가격이다. 호가도 평균 14억~15억원 수준이다. 원문동 S공인 관계자는 “거래가 가물에 콩 나듯 이뤄지는 데 호가보다 5000만원가량 낮은 가격에 체결되고 있다”고 말했다.

과천지역 다른 아파트도 비슷하다. 중앙동 과천래미안에코팰리스(659가구) 전용 59㎡는 6일 12억3000만원에 손바뀜했다. 지난 6월에는 비슷한 층 매물이 12억7000만원에 팔렸다. 4월 17억5000만원에 거래됐던 별양동 래미안과천센트럴스위트(543가구) 전용 84㎡는 호가가 평균 17억원 선이다.

◇다주택자·법인 매물 하나둘씩 나와…30대 청약 전환도

다주택자·법인에 대한 세금 부담이 크게 늘면서 이들이 아파트를 내놓는 움직임도 나타난다. 정부는 7·10대책에서 다주택자와 법인에 대한 취득세율을 최대 12%까지 끌어올리고, 다주택자에 대한 종합부동산세 중과세율도 최고 6.0%로 높였다. 다주택 보유 법인은 일괄적으로 6.0%를 매긴다.

강남구 압구정동 H공인 대표는 "다주택자에게 세금을 많이 매긴다고 하니 서울 외곽의 아파트 2∼3채를 정리하고 강남에 '똘똘한 한채'를 갖겠다는 분이 있다"며  "이런 분들이 있으면 서울 외곽에 매물이 나오지 않겠느냐"라고 말했다.

실제로 다주택자·법인이 서울 외곽 주택을 처분하는 움직임도 있다. 경기 안산시 단원구 J 공인 관계자는 "최근 법인이 파는 물건이 우리 부동산에도 1∼2건 들어왔다. 법인은 보통 여러 부동산에 매물을 나눠 내놓는데, 다른 부동산에도 더 많은 물건이 풀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 군포시 산본동 H 공인 대표도 "7월 대책 발표 직후 법인이 내놓은 물건이 있었는데, 당시 시세에 맞춰 내놔 매매됐다"고 말했다. 마포구 H 공인 관계자는 "서초구 반포 아크로리버파크와 마포 래미안푸르지오를 보유한 고객이 세금 문제로 마포 아파트 처분을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주택자·법인 매물이 매매시장에 풀리면 정부 의도대로 가격안정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서울 등 규제지역의 다주택자들이 세금 부담으로 보유세 과세기준일(6월1일) 전인 내년 상반기에 매물을 내놓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8·4 공급대책에서 서울 인기 지역에 공급이 예고되면서 집값 급등으로 '패닉 바잉'에 나섰던 30대 일부가 청약으로 돌아서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서울 성동구에 사는 30대 신혼부부는 최근 주택 매매를 알아보다가 청약을 노리기로 마음을 바꿨다. 이들 부부는 "올해 들어 집값이 너무 뛰어 지난해 신혼집을 전세로 구한 것을 엄청 후회했다. 그래서 6월부터 급하게 집을 보러 다녔는데, 집값이 일주일 사이에 또 수천만원씩 오르더라. 정부가 과천과 강남에 아파트를 공급한다고 하니 아이를 낳고 청약 가점을 쌓아 도전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고 말했다.

◇전세 품귀속 월세 가속화…공급 물량은 3년 뒤에나

8·4 공급대책 이후에도 전월세 강세는 지속되고 있다. 계약갱신청구권제와 전월세상한제가 전격 도입되면서 전세 계약기간이 4년으로 늘고,보증금 인상률이 5%로 제한되자 집주인들이 서둘러 보증금을 올린 영향이다.

정부가 서울을 중심으로 13만2000가구 추가 공급계획을 밝혔지만, 민간의 참여가 없이는 충분한 공급을 담보할 수 없고, 이마저도 3년 이후에나 실제 공급이 이뤄지기 때문에 당장 임대차 시장을 안정시키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게 시장의 분위기다.

송파구 신천동 W 공인 관계자는 "이쪽 전세는 꾸준히 가격이 올라 고점을 유지하고 있는데, 지금은 아예 전세 물건이 없다. 8·4대책이 나왔지만, 집 짓는 데 시간이 걸리니 그때 가봐야 할 것 같고, 서초·강남 쪽은 영향이 제한적일 것 같다"고 말했다. 성동구 S 공인 대표도 "전세는 품귀"라며 "연초와 비교하면 1억∼1억5000만원이 올랐는 데도 다 나가고 남은 물건도 많지 않다. 일단 기존 세입자가 특별한 이유 없으면 4년 동안 거주하려 하니  매물이 더 없어져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는 집주인도 늘고 있다.

강동구 S 공인 관계자는 "전세가 오른 만큼 월세도 따라 오르고 있고, 전세로 내놨던 물건을 보증부 월세로 전환하는 집주인들도 있다"며 "보증금 6억원에 내놨던 전세가 7억원까지 오르자 
이 물건을 보증금 4억원에 월세 80만원으로 돌려달라는 집주인이 있다"고 말했다. 압구정동 H 공인 대표도 "세금 부담으로 현금을 확보하려 집주인들이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려 한다. 세입자가 나가는 경우 원래 전세를 월세로 돌리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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