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와 간호사, 입장의 동일함
의사와 간호사, 입장의 동일함
  • 안태환
  • 승인 2020.08.12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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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팅게일 선서와 히포크라테스 선서의 내용 유사...간호사들에게 깊은 경의 표시

[안태환 칼럼] 진료실에는 성공회대 고(故) 신영복교수의 한 폭 서화가 걸려있다. 진료 받는 환자의 뒤편에 위치하여 자연스레 마주하게 된다. “입장의 동일함, 그것은 관계의 최고 형태입니다.”온 몸을 휘감아 도는 서화의 구절은 삶의 좌표가 된다. 아파서 찾아온 환자나 그를 돌봐야 되는 의사의 입장은 다를 게 없다. 질병의 고통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환자의 간절함과 치유되길 바라는 의사의 희망은 같은 곳을 바라보는 시선의 일치이다.

응시하는 곳이 같아지면 입장도 동일해진다. 이는 곧 소통의 근원이 되며 배려의 주춧돌로 작동한다. 이심전심(以心傳心) 인술은 그렇게 구현된다. 건강의 결여로 찾아온 환자와 오류가 있을 수 있는 부족한 의사로서의 결여가 교환될 때 참다운 의술로 승화됨을 믿기 때문이다. 플라톤의 작품 중에서 문학적 구성과 내용이 가장 뛰어나다고 평가받는‘향연’에서 잃어버린 제 반쪽을 만나면 완전해진다고 한다.

의사가 그렇다. 부족함을 채워주는 것은 의학서적과 임상 경험만이 아닌 환자로부터의 교훈과 가르침이 있기 때문이다. 나는 평소 완전함과 온전함은 다르다고 생각해왔다. 단언컨대 완전한 인간은 없다. 입장의 동일함으로 환자를 대하는 것이 온전한 인간으로서, 의사로서의 태도라고 굳게 믿고 있기 때문이다.

읽기를 미뤄둔 묵힌 책은 빚처럼 쌓인다, 때로는 묵은 체증으로 다가선다. 현직 간호사가 쓴‘나이팅게일은 죽었다’가 그러했다. 긴 장마에 작정을 하고 읽어 내려간 책은 대한민국 간호사의 삶의 기록이었다. 누구도 예외 없이 간절하지 않은 삶은 없다. 의료인들은 모든 환자의 쾌유를 간절하게 소망한다. 글을 읽으며 내내 가자책했던 것은 간호사의 이름으로 고단했을 이들을 입장의 동일함으로 바라보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책은 대한민국 간호사의 엄혹한 현실을 있는 그대로 전달해준다. 의료현장에서 간호사의 처우와 환경은 애달프다. 책은 추상적이고 두리 뭉실하지 않으니 온전하지 못한 의료현실의 심폐를 찌른다. 부정할 수 없는 진실 앞에 의료인으로서 곤혹스럽기도 했다.

본문의 한 구절을 소개하자면 이렇다. “나름의 우선순위를 정해보려 애썼지만, 결론적으로 오늘 근무도 혼란 그 자체였다. 환자들의 호소와 요구 그리고 다급한 응급 상황까지 그 모든 것들 이 뒤섞여버렸기 때문이다. 걷는 것도 아니고 뛰는 것도 아닌 속도로 쫓기듯 일할 수 밖에 없었다. 몰아쉬는 숨을 참아내지 못하기를 여러 번, 그렇게 하루가 지나가 버렸다. 그래서일까. 퇴근길에 맞이한 새벽 공기를 느끼고 있는 내가 이상하면서도 괜스레 서러웠다.”

그랬다. 그들은 일상은 고단했다. 의사로서 나의 하루도 그러하다. 온종일 환자를 돌보느라 일상적 자유까지 쉬이 허락하지 않는 고된 노동환경 속에 존재하고 있는 것은 간호사나 의사나 마찬가지이다.

간호사로서 가관식이나 핀 수여식에서 응당 해야 될 나이팅게일 선서와 의사 입문의 단계에서 필히 거쳐야 되는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다시 읽어보았다. 놀라우리만치 선서의 내용들은 유사하고 결을 같이 한다. 인류애의 실현, 환자에 대한 사랑, 직업으로서의 자긍심과 결기들이 그렇다. 입장의 동일함이다.

특히 나이팅게일 선서에는 보건의료인에 대한 무한한 신뢰와 연대의 언어가 수록되어져 있다. 그랬다. 간호라는 이름에는 동료 의료인에 대한 무한한 신뢰와 배려가 자리하고 있었다.

플로렌스 나이팅게일처럼 전쟁 통에도 의료현장을 묵묵히 지켜낸 환자들의 수호천사인 간호사들이 행복한 대한민국 의료현장을 소망해 본다. 매일같이 같이 호흡하며 환자를 돌보는 간호사들의 모진 노동에 가슴으로부터의 깊은 경의를 표한다.

그들은 충분히 존경받아 마땅하고 훌륭하다. 의료인으로서의 입장이 동일하기에.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필자소개

안태환

▪ 강남프레쉬이비인후과의원 강남본원 대표원장

▪ 이비인후과 전문의

▪ 한양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 한양대학교 의과대학 대학원 의학박사

▪ 한양대학교 의과대학 외래교수

▪ 서울 삼성의료원 성균관대학교 외래교수

▪ 대한이비인후과 의사회 전 학술이사

▪ 대한이비인후과 학회 학술위원

▪ 대한미용외과 의학회 부회장

▪ 대한레이저피부모발학회 부회장

▪ 2017년 ‘한국의 명의 100인’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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