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지사님, 법정 최고 이자율 내리면 서민 이자 부담 낮아질까요?
이재명 지사님, 법정 최고 이자율 내리면 서민 이자 부담 낮아질까요?
  • 권의종
  • 승인 2020.08.15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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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리 대출은 못 막고 되레 신용공급 줄이는 해를 볼 수도...‘금리 제한’ 보다 ‘대출 경쟁’이 나아
불공정·불평등 금융구조 구원투수, 고리 대출 막는 골키퍼 역할 ‘온라인 대출장터’ 다시 살려야

[권의종의 경제프리즘] 정치와 경제가 다른 점 하나. 정치는 힘의 논리가 득세하나 경제는 시장 원리가 지배한다. 정치인은 이를 간혹 혼동한다. 법으로 시장을 이기려 든다. 최근에도 그런 일이 생겼다. 국회에서 법정 최고 이자율을 10%로 낮추는 법 개정안이 잇달아 발의되었다. 이를 어기면 3년 이하 징역이나 1억 원 이하 벌금에 처하는 처벌 규정도 포함되었다. 10만 원 미만 금전대차에도 최고이자율 24%를 적용하도록 하자는 이자제한법 개정안을 발의한 국회의원도 있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민주당 국회의원 모두에게 편지를 보내 등록 대부업체의 법정 최고 금리를 10%로 제한해줄 것을 건의하고 나섰다. 논지가 일견 타당해 보인다. 연평균 경제성장률이 10.5%에 달하던 1970년대 박정희 정부 시절에도 이자제한법상 법정 최고금리가 연 25%였음을 상기시킨다. 기준금리 0.5%의 저금리·저성장 시대로 접어든 지금의 연 24% 이자율은 터무니없다는 강변이다. 옳은 말씀이다. 백번 공감이 간다.

최근 경기불황 지속과 코로나19로 인한 서민경제 침체로 제1·2금융권 이용이 힘든 저소득자 및 저신용 금융취약계층의 이자 부담이 가중되는 실정이다. 정작 본질은 따로 있다. 법정 최고 이자율을 10%로 낮추면 서민들의 이자 부담이 과연 낮아질 수 있느냐의 문제다. 장담하기 어렵다. 법이 개정되면 당장은 고리 대출이 자취를 감출지 모르나, 결국은 이로 인한 역작용이 더 클 것으로 다들 내다보고 있다. 세상 물정에 어두운 일부 정치인들만 빼고는.

아시아개발은행이나 세계은행의 연구보고서 역시 같은 입장이다. 이자율 상한 정책(IRR)의 폐해를 지적하며 신중한 접근을 권한다. 세계은행 보고서는 두 가지 시나리오를 상정해 명쾌한 결론을 내린다. 하나는 시장 금리보다 높은 수준에서 설정된 이자율 상한은 전체 시장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며, 약탈적 고리 대출을 막는 방법이 될 수 있다는 내용이다. 또 다른 하나는 시장 수준보다 훨씬 낮은 이자율 상한은 전체 신용공급을 줄일 수 있다는 의견이다.

시장 수준보다 훨씬 낮은 이자율 상한... 세계은행, “고리 대출 못 막고 신용공급 감소 우려

세계은행 기준대로라면 우리나라는 후자에 속한다. 정하려는 이자율 상한 10%가 시장 금리를 상회한다. 고리 대출은 못 막고 되레 신용공급을 줄이는 해를 볼 수 있다는 얘기다. 현재 중저신용자 대출 금리는 10~20% 수준이다. 신용등급 7~10급 소비자가 카드업체 장기대출 신청 시 14~19%, 캐피털업체 대출 신청 시에는 14.2~23% 이자를 물어야 한다. 저축은행 신규대출 금리도 18% 수준이며, 시중은행 중금리 대출 금리도 10%를 훌쩍 넘는다.

업계가 어이없어하는 이유다. 현실감각 부재를 비웃는 눈치다. 저신용자를 불법 대부업체로 내모는 풍선효과를 우려한다. 서민의 급전 창구를 틀어막는 역효과가 생길까 걱정한다. 중·저신용 차주가 주로 찾는 저축은행이나 신용카드사는 은행과 견줘 자금조달 비용이 높다. 이자 상한을 내리면 역마진이 나는 구조다. 고객 상당수가 담보가 없거나 다중채무자로서 대손 위험이 높아 대출 금리가 높아지는 측면도 있다.

이자율 상한 무용론으로 오해를 사면 곤란하다. 우리나라를 포함해 대다수 나라들에서 방법과 형태는 다르나 이자율 상한을 제한하고 있다. 세계은행 자료에 의하면 세계 76개국에서 이자율 상한을 규제하고 있다. 실제로 필요하고 유용한 조치임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 다만 이자율 상한을 통제하는 방식이 실효적이고 합리적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럴 때 국가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얼까. 한마디로 ‘제한’보다 ‘경쟁’이 낫다. 시장 금리보다 턱없이 낮은 수준에서 최고 금리를 법으로 정하는 것은 바른 선택이 못된다. 대신 금융회사의 진입장벽을 낮추고 경쟁을 부추기는 것이 유효한 대안일 수 있다. 시장 원리도 거스르지 않는다. 새로운 시도가 아니다. 우리나라가 2011년 1월부터 신용보증기금을 통하여 전 세계 금융시장에서는 최초로 역경매 방식의 ‘온라인 대출장터’를 도입해 운영한 바 있다.

은행들 금리 비교, 대출 선택하는 ‘대출장터’...금리인하 효과 컸으나 관심부족에 조기 폐쇄

은행 등 금융회사의 우월적 지위와 높은 협상력으로 인해 이론적인 수준보다 대출 금리가 높게 형성되는 것을 막아 금리를 인하시키려는 취지에서였다. 시장의 반응이 좋았고 금리 인하 효과도 양호했다. 대출장터 도입으로 은행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기업이 은행들의 금리 조건을 비교해 대출을 선택할 수 있게 되면서 금리가 내려가는 효과가 있었다.

강맹수, 권의종 & 이군희(2012) 연구가 이를 실증 분석했다. 대출장터 시행으로 인한 직·간접적 금리인하 효과가 최대 73bps(0.73%)까지로 나왔다. 대출장터는 최우수 금융상품으로 대한민국 금융대상에 선정되었고, 국내외 금융, 산업, 학계로부터 첨단의 혁신 사례라는 극찬을 받았다. 호사다마였을까, 기업과 은행의 관심과 신보의 의지가 시들해지면서 3년을 넘기지 못하고 장터 문이 닫히고 말았다. 지금 와서는 이를 기억하는 사람조차 드물 정도다.

공급자 주도의 한국 금융환경에서 역경매 대출의 실효성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될 수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기우에 불과하다. 정보통신기술의 발달과 보급은 공급자 주도의 일방적인 시장에서 수요자와 공급자가 상호작용하는 양방향 시장으로 변화하는 계기가 되었다. 공간적 제약이 사라지고 정보가 자유롭게 유통됨으로써 수요자의 협상력과 시장에서의 지위가 이전에 비해 향상된 덕분이다.

일반적인 상품이나 서비스 시장에 비해 금융시장, 특히 대출시장에서는 수요자·공급자 간의 관계에 큰 변화가 일어나기 힘들 수 있다. 수요자와 공급자 간의 정보 비대칭성과 소수의 공급자와 불특정 다수의 수요자가 존재하는 특성 탓이다. 하지만 금융회사가 시장가격 즉 금리를 결정하는 일방적 구도만큼은 최소한 역경매 대출을 통해 변화시킬 수 있다. 불공정·불평등 금융구조의 구원투수, 고리 대출 막는 골키퍼 역할의 ‘대출장터’. 어서 다시 살려내야 한다.

필자 소개

권의종(iamej5196@naver.com)

- 논설실장

- 부설 금융소비자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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