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연기 대출·이자 39조…은행 9월말 재연장 불가피
코로나로 연기 대출·이자 39조…은행 9월말 재연장 불가피
  • 박지훈 시민기자
  • 승인 2020.08.18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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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강력한 요청에 은행권 울며 겨자 먹기 수용할 듯
이자유예 308억 재연장 반대…그래도 당국이 하라면야
지난 4월1일 서울 한 은행에 게시된 코로나19 피해 지원 관련 포스터.
지난 4월1일 서울 한 은행에 게시된 코로나19 피해 지원 관련 포스터.

[서울이코노미뉴스 박지훈 시민기자] 코로나19 사태 이후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돕기 위해 은행권이 원금 상환 만기와 이자 납기를 미뤄준 대출 규모가 39조원에 이른다. 그 유예 시한이 9월 말로 다가오고 있지만 금융당국의 강력한 요청 등에 은행들이 결국 재연장을 받아들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은행권 일각에서는 부실 가능성이 큰 기업들의 '시한폭탄' 대출을 계속 떠안는 데 대한 걱정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적어도 한계기업의 상징인 '이자 유예'라도 재연장 대상에서 빼달라"고 당국에 호소하고 있지만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분위기다.

◇5대 은행, 2월이후 대출 연장·이자 유예 39조원

은행권은 지난 2월부터 정부의 코로나19 금융지원 방침에 따라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대출원금 상환 만기를 연장하고 이자 상환도 유예했다. 연장·유예 기한은 9월말이다.

18일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코로나19 관련 여신 지원실적' 자료에 따르면 2월이후 이달 13일까지 만기가 연장된 대출(재약정 포함) 잔액은 모두 35조792억원으로 집계됐다. 대출 원금을 나눠 갚고 있던 기업의 '분할 납부액' 4조280억원도 받지 않고 미뤄줬고, 같은 기간 이자 308억원도 유예했다.

여러 형태로 납기가 연장된 대출과 이자 총액이 39조1380억원에 이르는 셈이다.

◇당국 "재연장, 은행 불만·부담 없다" vs 은행 "이자 재유예 위험"

현재 금융권과 금융당국은 이렇게 미뤄둔 대출과 이자의 9월말 이후 처리방법을 놓고 논의 중이다. 일단 금융당국이 내놓은 발언에 비춰보면 '재연장·유예' 쪽으로 기울어지는 분위기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 12일 김태영 은행연합회장, 신용길 생명보험협회장, 김용덕 손해보험협회장, 김주현 여신금융협회장, 박재식 저축은행중앙회장 등 금융협회장들과 간담회를 열고
 9월 재연장에 대한 협조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은 위원장은 "대체로 대출 원금과 이자 연장이 필요하다는데 공감대가 형성됐다"며 "좀더 의견수렴을 해서 가급적 이달 안에 (재연장을) 발표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은행권의 속내는 조금 다르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은행들도 비 오는데 우산을 뺏기 어렵다는 기본 취지에는 공감하기 때문에 대출 만기 재연장에는 어느 정도 의견을 모은 상태"라면서 "하지만 이자까지 유예하는 것에는 실무진(대출 실무부서)을 중심으로 반대하는 의견이 많은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은행들은 은 위원장과의 간담회에 앞서 은행연합회에 "특히 이자 유예 재연장은 건전성 측면에서 위험한 조치"라는 의견을 전달했다. 하지만 당국은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은 위원장도 이자 유예 부분에 대한 질문에 "(금융협회장들이) 크게 반대한 부분은 없었고, 이자 유예 규모도 6월까지 줄어들고 있는 만큼 금융권 부담이 걱정하는 것만큼 크지 않다고 생각된다"고 답했다.

◇"이자조차 못내는 기업, 50배 원금 부실 징후지만…당국 결정 따를 수 밖에"

은행이 이자 재유예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이자조차 내지 못하는 기업의 부실 가능성이 훨씬 더 크기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원금 유예는 은행의 건전성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이자까지 못 내는 기업은 악성 연체자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검증이 필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자는 내겠지만 코로나19로 원금을 갚기가 벅차니 좀 미뤄달라'는 경우는 원금 만기 연장으로 숨통을 틔워주면 은행 입장에서도 향후 대출 상환을 기대할 수 있다.  '당장 이자도 못 내겠다"는 기업은 긴급 조치가 필요한데 이자 유예로 '연명치료'만 해도 되는지 면밀하게 조사해볼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다른 관계자도 "은행이 대출 위험성을 판단하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가 '이자 정상납부 여부'인데 그 판단을 당분간 하지 말라는 것"이라며 "더구나 유예기간이 끝났을 때  이자가 목돈이 돼 있기 때문에 기업과 은행 모두에 부담이 더 커지게 된다"고 말했다.

금융 당국은 이자 유예규모(308억원)가 크지 않아 은행 입장에서 부담이 적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은행 실무진의 판단과 거리가 있다.

예를 들어 A 은행의 경우 지금까지 코로나19 관련 누적 이자 유예액이 약 40억원뿐이지만, 이 이자 뒤에 연결된 대출 원금은 2000억원(450여개 기업)이 넘는다. 따라서 기업이 이자 유예 신청을 했다면 이는 내지 못한 이자액의 평균 50배에 이르는 대출 원금이 부실 위험에 놓여있다는 신호로 봐야 한다는 게 실무진들의 설명이다. 물론 최악의 경우에도 보증과 담보 등으로 은행이 원금 100%를 날리지는 않겠지만 건전성 지표 악화는 피할 수 없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들은 또 당국이 결정을 내리면 군말 없이 따라야 하는 입장"이라며 진퇴양난의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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