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코노미뉴스 유경진 기자] 국내 저비용항공사(LCC)들의 보유 현금이 반년 사이 절반 이상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국제선 운항이 막힌 상황에서 인건비, 항공 유지비 등 고정비 절감으로 유동성 극복에 나섰지만 역부족이다. 지금 추세대로라면 하반기에 몇몇 항공사들은 자금이 바닥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제주항공, 진에어, 티웨이항공, 에어부산 등 국내 상장 LCC(저비용항공사) 4곳의 상반기 현금성 자산(현금 및 현금성자산·금융자산 합산) 규모는 3517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말 기준 7503억원 대비 53.1% 급감한 수치로 6개월 만에 현금 보유액이 반토막 난 것이다.
국토교통부 항공통계에 따르면 올해 1~6월 국내 항공사 9곳의 국제선 여객수는 871만8565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71.9% 줄었다. 코로나19로 인한 여객수요가 감소가 주된 이유다.
진에어는 1292억원으로 전년 말(2970억원) 보다 56.5% 현금 보유액이 감소했다.
LCC 1위 제주항공도 973억원으로 전년 말 2151억원에 비해 54.8% 급감했다. 티웨이항공은 전년 대비 44.1% 줄어든 1021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중에서도 에어부산의 현금 보유액이 152억원으로 가장 낮았다. 462억원이었던 전년 말 대비 67% 줄어들면서 감소폭이 가장 컸다.
이외에 비상장사인 이스타항공, 에어서울, 플라이강원 등도 모두 보유 현금이 바닥난 상황이다.
제주항공과의 인수합병이 무산된 이스타항공의 경우 밀린 임금, 협력업체 대금 등이 1700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말 취항한 플라이강원도 코로나19로 재정난을 겪고 있어 강원도의 재정지원을 기다리는 중이다.
코로나19로 사업량은 줄어든 반면, 인건비·리스료 등 고정비는 지속적으로 지출되고 있어 현금보유액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 업계 설명이다. 5~6월을 기점으로 LCC들이 국내선 확장에 나섰지만 기본운임이 낮고, 경쟁도 치열해 수익을 확보하기엔 충분치 않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올 상반기 LCC 업계는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다. 상장 LCC 4곳의 손실 규모만 4023억원에 달한다. 하반기 역시 여객수 회복은 요원한 상황으로 항공사들의 재무 악화는 누적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항공사들도 운영자금 마련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15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추진 중인 제주항공은 지난주 진행된 우리사주 및 구주주 청약에서 90.1%의 청약률을 기록하며 현재까지 1350억원을 확보했다.
진에어도 이달 초 운영자금 1092억원 조달을 위한 유상증자를 결정했는데, 한진칼이 신주 물량을 얼마나 소화하는지에 따라 성공 여부가 결정된다.
티웨이항공도 최근 500억원 유상증자를 통해 운영자금 조달에 나섰지만 최대주주의 청약률 저조로 무산되며 유동성 위기가 심각해졌다. 일단 자체 보유 현금과 국내선 운항으로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자금확충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에어부산의 경우 유동성 위기가 심각하다. 오는 10월 1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만기가 돌아오지만 채무상환이 힘든 상황이다. 일반적으로 회사채 상환을 위해선 차환발행이나 자체 현금을 활용하는데 현재 에어부산이 보유한 현금성 자산이 넉넉하지 않고, 아시아나항공 역시 매각절차가 지연되고 있어 도움을 받기도 쉽지 않다.
대형항공사인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과는 달리 주로 단거리 노선을 운항하는 LCC는 화물유치도 어렵다. 보유 항공기가 대부분 소형 항공기라서 높은 화물 운임의 수혜를 누리기도 어렵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그나마 유급·무급휴직, 임금 반납 등으로 인건비를 최소로 줄이고 줄여 이 정도 버틸 수 있는 것"이라며 "하지만 비용 절감에도 한계가 있는 만큼 코로나19 상황이 지속되면 하반기 자금이 바닥날 항공사도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