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이재용 불구속 기소···겹치기 재판, 삼성 ‘오너리스크’ 가중
검찰, 이재용 불구속 기소···겹치기 재판, 삼성 ‘오너리스크’ 가중
  • 김준희 기자
  • 승인 2020.09.01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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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법 위반, 분식회계 등 혐의… 전·현직 임원 10명도 불구속 기소
수사심의위 ‘불기소’ 권고 불수용…“불법행위 확인, 사안의 중대성 감안”
검찰이 1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전후해 각종 불법 행위에 개입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서울이코노미뉴스 김준희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52)이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전후로 주가조작과 분식회계 등 각종 불법 행위에 관여한 혐의로 1일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 수사심의위원회가 지난 6월 불기소를 권고했지만 검찰은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각종 불법 행위를 확인한데다 사안의 중대성 등을 감안했다는 설명이다.

검찰의 이러한 결정에는 참여연대 등 상당수 시민·사회단체의 강력한 요구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이 부회장은 ‘국정 농단 사건’ 파기 환송심을 포함해 2건의 재판을 받는 처지가 됐고, 삼성그룹으로선 상당 기간 ‘오너 사법 리스크’로 어려움을 겪게 됐다.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는 이날 이 부회장을 자본시장법·시세조종·외부감사법 위반 및 분식회계·배임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발표했다. 

이와 함께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부회장),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차장(사장), 김종중 전 미래전략실 전략팀장(사장) 등 삼성 전·현직 임원 10명도 불구속 기소했다. 

이로써 2018년 11월 금융당국의 고발로 시작된 수사는 1년 9개월여 만에 마무리됐다.

검찰, “삼성그룹의 조직적 부정거래 행위, 시세조종 등 각종 불법행위 확인”

이복현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가 1일 삼성그룹 불법합병 및 회계부정 사건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연합뉴스

검찰은 “승계 작업의 일환으로 실행된 제일모직의 삼성물산 흡수합병 과정에서 삼성그룹의 조직적 부정거래행위, 시세조종, 업무상배임 등 각종 불법행위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 부회장 등은 합병 거래의 각 단계마다 삼성물산 투자자를 대상으로 거짓정보 유포, 중요 정보 은폐, 허위 호재 공표, 주요 주주 매수, 국민연금 의결권 확보를 위한 불법 로비, 계열사 삼성증권 PB 조직 동원, 자사주 집중매입을 통한 시세조정 등을 했다”고 설명했다.

검찰이 우선 문제 삼은 것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비율이다. 삼성물산 주식 1주를 제일모직 0.35주와 맞바꾸는 것으로 정해 이 부회장에게 유리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이 부회장은 제일모직 지분 23.2%를 보유한 최대주주였지만 삼성물산 지분은 없었다. 

삼성물산이 삼성전자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이 비율로 합병이 이뤄지면 이 부회장이 삼성전자의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었다는 것이 검찰의 설명이다.

검찰은 제일모직의 가치가 고평가되는 과정에서 분식회계가 동원됐다고 판단했다. 

제일모직의 자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2~2014년 미국 회사의 콜옵션이 있다는 사실을 숨겨 1조8000억원 상당의 분식회계를 저지른 혐의를 받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특히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후인 2015년 말 임의로 회계처리 기준을 변경해 회사 가치를 약 4조5000억원 부풀려 분식회계를 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이 부회장과 삼성물산 소속 이사들이 회사와 주주들의 이익을 보호해야 할 업무상 임무가 있음에도, 삼성물산과 주주들에게 불리한 합병을 실행해 기업가치 및 주주가치 증대 기회 상실의 재산상 손해를 입혔다며 배임 혐의를 적용했다.

수사심의위 권고 2번째 불수용…“명확성, 중대성, 가벌성 등 종합적으로 감안”

연합뉴스

검찰 수사심의위는 지난 6월26일 이 부회장에 대한 수사 중단과 불기소를 검찰에 권고했다. 

이 부회장 측은 이에 따라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은 관련 법 규정과 절차에 따라 적법하게 진행됐다”면서 “검찰은 수사심의위의 결정을 따라 불기소하길 바란다”고 밝혀왔다.

검찰이 수사심의위의 권고를 수용하지 않은 것과 관련, “수사팀은 수사심의위의 불기소 권고 이후 외부 전문가들의 비판적 견해를 포함한 다양한 의견을 청취하고 수사내용과 법리, 사건처리방향 등을 전면 재검토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학계와 판례의 다수 입장, 증거관계로 입증되는 실체의 명확성, 사안의 중대성과 가벌성, 사법적 판단을 통한 국민적 의혹 해소 필요성, 수사전문가로 구성된 부장검사회의 검토 결과 등을 종합해 기소에 이르렀다”고 강조했다.

검찰이 수사심의위의 권고를 따르지 않은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수사심의위는 지난 7월 ‘검·언 유착’ 의혹 사건의 피의자인 한동훈 검사장을 불기소하고 수사도 중단하라고 권고했지만,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는 한 검사장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하며 심의위 권고를 따르지 않았다.

참여연대 등 재판 회부 강하게 요구…“불기소하면 국민적 분노 직면할 것”

이 부회장 기소여부에 대한 검찰의 결정이 임박한 것으로 알려지자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이 부회장을 재판에 넘기라고 강력히 요구했다.

참여연대는 지난 달 28일 논평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 공장 바닥에서 발견된 분식회계 증거나 삼성 계열사 간 합병이 총수 일가의 지배력 강화를 위한 것이라는 정황이 담긴 일명 '프로젝트 G' 문건이 이 부회장의 혐의를 보여주고 있다”면서 "검찰은 좌고우면하지 말고 이 부회장의 경제범죄를 당장 기소하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 사건은 애초 증권선물위원회가 분식회계로 결론 내려 검찰에 고발할 정도로 명백한 증거가 있다”고 지적하고 “이제 와서 불기소 처분을 내린다면, 경제권력과 정치권력의 유착에 분노하여 촛불로 정권을 교체한 국민들의 분노와 심판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재용 부회장은 2017년 2월28일 ‘국정농단’ 사건으로 기소된 이후 3년6개월 만에 다시 사법처리됐다.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한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뇌물을 준 혐의 등으로 이재용 부회장을 구속기소했다. 

이 부회장은 그 해 8월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지만 2018년 2월 항소심에서 뇌물 액수가 줄면서 집행유예로 석방됐다. 

그러나 지난해 8월 대법원이 이 부회장의 뇌물 혐의를 추가로 인정해야 한다는 취지로 항소심 판결을 파기 환송했다. 

파기환송 사건은 현재 서울고법에 계류 중이지만, 특검이 지난 2월 재판장인  정준영 부장판사를 바꿔달라며 재판부 기피 신청을 내면서 공전 상태다. 

특검은 정 부장판사가 준법감시제도 도입을 이 부회장의 유리한 양형사유로 반영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한 것은 이 부회장에게 유리한 재판을 하겠다는 예단을 드러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특검의 기피 신청을 기각했고, 특검은 지난 4월 대법원에 재항고했다. 대법원은 기피 신청 여부를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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