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거래분석원'...규제 만능주의 치닫나
'부동산거래분석원'...규제 만능주의 치닫나
  • 윤석현 기자
  • 승인 2020.09.02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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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사업자 공적의무 위반여부 점검...자녀 전세금 지원도 단속하나
감독범위 모호,기존 다층적 규제기구 수두룩...감독 '옥상옥' 우려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2일 부동산 불법행위 대응반을 확대개편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이코노미뉴스 윤석현 기자] 정부가 사실상의 부동산시장 감독기구를 설립하기로 했다. 이상·불법 거래를 근절해 과열된 부동산 가격을 떨어뜨리기 위한 조치이다. 이 조직은 개인의 부동산 거래를 좀더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게 된다. 이 과정에서 부모가 자녀에게 전세자금을 일부 융통해주는 등의 관행까지 단속하면 사회적 혼란이 일어날 우려도 적지 않다.

홍남기 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일 제5차 부동산 시장점검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부동산시장 교란행위를 차단하기 위해 불법행위 대응반을 '부동산거래분석원'으로 확대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13명 규모인 대응반을 확대해 개인의 거래를 더 집중적으로 보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금융정보분석원과 자본시장조사단을 참고해 부동산거래분석원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금융정보분석원은 1000만원 이상의 모든 금융거래 정보를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자본시장조사단은 주가조작과 내부정보를 이용한 주식거래 등을 규제한다. 현재 대응반은 9억원이 넘는 주택 거래를 들여다보고 있다.

감독기구에서도 이 기준을 준용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 시내 아파트 중위가격이 9억원을 넘은 것을 감안하면, 절반 이상의 아파트 거래를 정부가 면밀히 들여다보는 것이다. 이같은 지적에 대해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정상적인 거래행위를 모두 점검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금융 거래행위를 감독하고 필요에 따라 지휘까지 하는 금융감독원과는 권한과 규모에서 모두 축소된 형태가 될 것"이라며 "감독기구가 설립된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덧붙였다.

부동산거래분석원이 부동산 거래행위 중 어디까지를 정상으로 판단할지도 관건이다. 원칙적으로는 부모가 자녀에게 전세자금을 융통해주는 행위도 '이상거래' 행위로 처벌대상이 될 수 있다.
증여세 포탈 혐의를 씌울 수 있어서다. 현재 증여세 면제는 성년 자녀는 5000만원, 미성년 자녀는 2000만원까지만 가능하다.  분석원이 전세 거래에도 자금조달계획서를 내도록 하면 이같은 자금흐름이 금방 드러나 처벌될 수 있다. 

정부는 우선 임대사업자의 공적의무 위반 여부를 점검할 계획이다. 주택 임대사업자가 보유중인 등록임대주택의 임대의무기간 준수, 임대료 증액제한(5%이내), 임대차계약 신고 등을 확인한다. 홍 부총리는 "공적의무를 위반한 사업자에 대해서는 과태료 부과, 등록말소 및 세제혜택 환수 등 조치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이 부동산시장 감독기구의 등장을 우려하는 것은 불법행위의 근절이나 주택가격 안정이라는 목표에 동의하지 않아서가 아니다. 해법이 틀렸다는 것이다. 이미 부동산 시장 불법행위 근절을 위한 많은 감시기능이 이미 존재하고 있으며, 감독기구가 기존의 규제 수준으로 작동하는 한 가격에 미치는 영향도 극히 적을 것이란 점이다.

부동산 거래와 관련해 정부는 세금, 대출, 실거래가 여부, 임대차 거래 현황 등을 이미 모니터링하고 있다. 세금은 국세청이, 대출은 금융감독원이 담당하면서 이상거래 여부와 불법 행위 등을 단속할 수 있다. 여기에 자금 흐름 전반을 들여다볼 수 있는 금융정보분석원이 국세청에 이상 부동산 거래를 조사토록 요청할 수도 있다. 

한국감정원에서는 부동산거래질서교란행위 신고센터를 운영하며 문제가 있는 부동산 거래를 단속하고 있다. 청약 전반도 감정원이 책임진다. 불법 전매 등은 지방자치단체가 이미 규제를 하고 있다.

부동산 매매가격과 전월세 등은 다양한 제도와 장치로 파악이 가능하다. 매매가격은 기본적으로 등기부등본에 명시돼 법원에 등록된다. 전세가액은 동사무소에 확정일자를 받는 과정에서 드러나며, 파악이 가장 어려운 월세조차도 세입자의 월세 세액공제 신청을 통해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홍기용 인천대 교수는 "이같은 감시 기능이 충분히 작동하고 있는 상황에서 감독 기구를 새롭게 설치한다는 것은 직접 개입 등 이보다 더 심한 규제를 하겠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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