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코노미뉴스 최영준 기자] 가습기살균제 노출 피해자 규모가 정부에 신고된 6천800여명을 훨씬 뛰어넘는 95만명에 이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에 따르면 사망자는 2만여명에 이른다. 현재 정부에 신고된 피해 규모는 6800여명에 불과하다.
3일 '가습기살균제 사건과 4·16 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와 고려대·서울대 등 보건대 연구진들이 전날 한국환경보건학회 학술지에 발표한 '가습기살균제 노출 실태와 피해규모 추산' 논문에 따르면, 국내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는 약 95만명(최소 87만명~최대 102만명)이며 사망자는 약 2만366명(최소 1만8801명~최대 2만1931명)으로 추산된다.
연구진은 연구를 위해 2019년 10~11월 사이 전국 5000가구 1만5472명(만 19~69세 성인 남녀 1만5472명, 신뢰수준 95%, 표본오차 ±1.414%p)을 방문과 면접방식으로 조사했다.
조사대상 중 가습기살균제에 노출된 이는 2844명이었고, 이 가운데 건강 피해 경험자는 10.65%인 303명으로 나타났다. 병원 진료 경험자는 8.8%인 249명이다.
연구팀은 이를 토대로 가습기살균제가 국내에 처음 출시된 1994년부터 집단 피해로 제품회수가 진행된 2012년까지 전국 규모의 가습기살균제 노출 인구는 약 894만명(최소 825만명~최대 963만명), 건강 피해 규모는 약 95만명으로 추산했다.
이 가운데 1994~2012년 임산부나 8세 미만의 자녀가 있었던 가구는 각각 168만가구와 205만 가구로 추정된다.
연구팀은 사망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2만366명에 대해 천식이나 비염, 간질성 폐질환 등 가습기살균제로 인해 발생하는 일부 질환 관련 사망자만 포함된 것이라고 했다. 다른 질병으로 숨진 이들까지 합할 경우 사망자는 더 늘어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연구진은 이번 발표가 지난 7월 기자회견을 통해 발표했던 내용을 정밀 분석해 정확도를 높였다고 했다.
연구진은 기자회견 때 건강 피해 경험자는 약 67만명(최소 61만명~최대 73만명), 사망자를 약 1만4000명(최소 1만3000명~최대 1만6000명)으로 추산했는데, 숫자가 늘어난 이유는 가구원수의 비율을 적용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결론 및 제언에서 "조사 결과 추산된 가습기 살균제 건강피해 경험자는 약 95만명인데 반해, 지난 9년(2011~2020년)간 환경부, 보건복지부 등 정부가 접수한 건강피해 신고자는 6833명으로 약 0.72%에 불과하다"며 "또 특정질병 관련 사망자 추산치는 2만여명이지만 2020년 8월7일 기준으로 정부에 접수된 사망자는 1558명"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건강질환의 인정과 보상은 건강피해 신고의 가장 큰 유인이며 참사의 진상규명을 위해 필수적으로 진행돼야 하는 사안"이라고 밝혔다.
논문의 교신저자인 최예용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 부위원장은 "가습기살균제의 피해실태 조사가 본격 추진된 이래 가장 큰 규모의 표본을 확보한 연구"라며 "여전히 보수적인 수치지만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와 사망자 규모가 그만큼 컸다는 추정이 가능하다"고 의미를 설명했다.
그는 "이렇게 나온 피해 규모를 단순히 통계 수치로만 남겨둬서는 안 된다"며 "우리 사회가 노력해 피해자를 찾고 피해 대책 마련과 진상 규명에 힘써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는 사참위와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이 2019년 진행한 전국 피해조사사업의 결과로 한국환경보건학회지 최근호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