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세로 원금 보장 뉴딜펀드...'펀드 포퓰리즘' 논란 속 혼선 가중
혈세로 원금 보장 뉴딜펀드...'펀드 포퓰리즘' 논란 속 혼선 가중
  • 최영준 기자
  • 승인 2020.09.05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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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보장 범위 놓고 오락가락...이명박근혜 '녹색성장', '창조경제' 전철 밟는 것 아니냐 우려도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1차 한국판 뉴딜 전략회의에서 뉴딜펀드 조성 방안을 보고하고 있다.

[서울이코노미뉴스 최영준 기자] # 뉴딜펀드 손실을 왜 국민 세금으로 메울까. 현 정부 임기가 끝나면 뉴딜펀드도 사라지지 않을까. 도대체 뉴딜이 뭐고, 어디에 투자한다는 걸까.

지난 3일 정부가 5년간 20조원의 ‘정책형 뉴딜펀드’를 조성한다는 계획을 발표했지만, 뉴딜펀드에 대한 궁금증과 논란은 커지고 있다. 뭐가 뭔지 모르는 ‘깜깜이 투자’이고 국민 혈세로 투자 손실을 메우는 ‘펀드 포퓰리즘’이라는 비판마저 나온다. 금융권의 팔을 비틀어 내놓는 '관치 펀드'란 비판까지 나온다.

이런 가운데 금융당국 수장들이 35%까진 손실이 나도 공공부문 재정을 통해 보전을 해주겠다고 밝혔다가, 뒤 늦게 '기본 10%'로 정정하는 등 혼선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정부가 지난 3일 발표한 '뉴딜 펀드 조성 및 뉴딜 금융 지원 방안'에 따르면 뉴딜 펀드는 향후 5년간 총 20조원 규모로 조성된다. 이 중 35%인 7조원을 정부·산업은행·성장사다리펀드가 출자해 모(母)펀드를 조성하고, 나머지 13조원은 은행·연기금 등 민간자금을 매칭해 자(子)펀드를 만드는 구조다. 이 자펀드를 통해 뉴딜 관련 기업, 프로젝트 등에 투자해 수익을 얻는 구조다. 정부가 사실상 원금과 최소 1.5%의 수익률을 보장하는 내용이 '정책형 뉴딜펀드'다.

7조원의 모펀드는 자펀드의 후순위 출자자 역할을 맡는다. 만약 손실이 발생할 경우 이 7조원 내에서 손실을 우선 흡수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발표 이후 투자 손실을 국민 '혈세'로 메운다는 비판이 제기되자, 정부는 서둘러 말을 바꿨다. 기획재정부는 보도 참고자료를 내고 "재정의 우선적인 부담비율은 10% 수준을 기본으로 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원금 보장'이다. 앞서 정부와 여당은 '한국판 뉴딜펀드 조성 방안'을 처음 발표할 당시 '원금 보장과 연 3%대 수익률'을 제시했다. 그러나 이는 투자 상품에서 손실이 날 경우 이를 보전해주는 행위를 금지하는 자본시장법 위반이라는 논란이 일자, 정부는 한 발 물러섰다.

단 이번 발표에 원금 보장이나 수익률에 대한 구체적 내용이 모두 빠졌지만, 명시하지 않았을 뿐 뉴딜펀드는 사실상 원금을 보장한다고 정부는 설명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3일 관련 브리핑에서 "정부와 정책금융이 평균적으로 35% 정도를 커버해주기 때문에 즉, 투자를 해서 손실이 35% 날 때까지는 이 35% 손실을 다 흡수한다는 얘기"라며 "수익률의 경우 국고채 이자보다는 높은 수준일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일반 예금 이자는 연 0.8%, 국고채가 3년이 0.923%, 10년이 1.539% 수준이다.

예컨데 1000억원 규모의 정책형 뉴딜펀드 자펀드에 정부와 정책금융이 350억원을 출자한 경우, 30%의 손실이 나더라도 재정에서 먼저 손실분을 차감하기 때문에 투자자는 650억원 원금 전액을 돌려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은 위원장과 홍 부총리는 "정부가 커버하는 것이 꼭 35%인 것은 아니며 자펀드의 성격에 따라 20%가 될 수 있고, 어떤 것은 40%가 될 수도 있다"고도 했다.

금융위는 이와 관련한 예시로 장기투자가 필요하고 투자위험이 높은 '그린에너지 펀드'에는 민간자금이 60%, 정책자금이 40% 투입되며, 중기투자이면서 투자위험이 중간 정도인 '스마트물류 펀드'는 민간자금 70%, 정책자금이 30% 들어간다고 설명했다. 또 단기투자이며 투자위험이 낮은 '이차전지 펀드'에는 개인투자를 선순위로 민간자금 85%, 정책자금이 15% 투입된다.

하지만 발표 이후 시장 안팎에서는 사실상 원금과 수익률을 사실상 보장하는 것은 반시장적일 뿐 아니라, 만약 손실이 날 경우 국민 세금으로 메우는 것은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정책형 뉴딜펀드와 관련한 지적 중 하나가 펀드 손실을 정부 재정으로 떠안는다는 점이다. 정책형 뉴딜펀드는 총 20조원 중 7조원이 정부(3조원)와 정책금융기관(4조원) 출자다. 그런데 이런 정책자금이 후순위 투자자가 돼, 펀드에 손실이 나면 이를 우선 떠안게 된다. 결국 국민이 낸 세금으로 펀드 손실을 메워주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에 금융위원회는 “민간자금을 원활히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안전장치가 필요하다”며 “투입되는 재정 이상의 효과를 거두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뉴딜펀드의 투자매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손실을 세금으로 메워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금융위는 “재정이 후순위 위험부담 역할을 하는 건 통상적 정책으로 선례가 있다”며 스마트대한민국펀드, 기업구조혁신펀드를 그 예로 들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지난 7월 발표한 ‘스마트대한민국펀드’의 경우엔 펀드 손실의 10%까지는 정부가 우선 부담하는 구조다. 2018년 출범한 기업구조혁신펀드는 정부의 손실부담 비율이 7.5%이다.

금융위원회는 5일 배포한 보도참고자료에서 7문7답 형식를 통해 뉴딜펀드에 대해 제기되고 있는 의문점에 대해 해명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이번 뉴딜펀드가 과거 이명박 정부의 '녹색성장'이나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와 비슷한 전철을 밟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 2009년 이명박 정부 당시 금융권은 정부의 '녹색성장' 기조에 발맞춰 환경과 연계된 다양한 녹색 관련 예·적금, 대출, 펀드 상품을 앞다퉈 출시했었지만, 예상보다 실적이 부진해 정권이 바뀌면서 자연스럽게 자취를 감췄다. 박근혜 정부의 창조금융 관련 상품들도 마찬가지였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손실위험이 없는 펀드란 것은 있을 수 없고 만약 손실이 날 경우 그 책임은 오롯이 국민 세금과 금융권이 떠안게 되는 구조"라며 "새로운 산업과 투자처를 육성한다는 취지는 좋지만, 임기가 후반기에 접어든 정권이 연속성조차 담보할 수 없는 중장기 사업에 과도하게 재정을 쏟아 붓는 것에 대한 보다 신중한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5일 금융위가 발표한 뉴딜펀드 관련 일문일답 전문

-왜 국민의 세금을 동원한 펀드를 만들었는가? 손실을 국민 세금으로 메우는 펀드를 처음으로 만든 이유는?

▲정부는 지금까지 코로나19 위기대응에 집중해 왔는데 코로나19 종식 이후, 새로운 경제질서 형성이 불가피하다.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글로벌 경쟁에서 뒤쳐지지 않으려면 미래 경제질서 변화 대비가 긴요하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는 미래 대응의 핵심 키워드가 '디지털'과 '그린'이라고 판단하고, 재정 160조원을 투입해 '한국판 뉴딜'을 추진키로 했다.

'한국판 뉴딜'의 성공적 추진을 위해, 시중의 과잉유동성을 활용해 정책형 펀드 20조원을 조성하는 것이다.

다만, 민간자금을 원활히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안전장치가 필요한 만큼, 일정수준의 재정을 투입하는 것이며, 이 경우, 투입되는 재정(3조원) 이상의 효과(민간자금 17조원 유입)를 거둘 수 있다.

참고로, 재정이 후순위 위험부담 역할을 하는 것은 민간자금 유입을 위한 통상적인 정책 수단으로, 이미 스마트대한민국펀드·기업구조혁신펀드 등 다수의 선례가 있다.

창업?벤처기업에 집중 투자하는 스마트대한민국펀드(위험부담비율 10%), 기업구조조정 기업에 투자하는 기업구조혁신 펀드(7.5%) 등에는 공공부문이 매칭투자와 함께 일부 손실을 우선부담하고 있다.

-정부가 금융권을 동원해 관제펀드를 만들고 뉴딜분야에 투자하도록 팔을 비튼 것 아닌가?

▲유동성이 늘어나고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금융회사도 투자할 곳이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다수의 금융회사들이 디지털, 그린 등 뉴딜분야를 '수동적 지원 대상'이 아닌, '새로운 기회'로 인식하고 있다.

금융회사 입장에서는 재정의 위험분담을 활용해 투자기회도 얻고, 프로젝트 분석·투자 등의 경험을 쌓을 수도 있을 것이다.

참고로, 금융회사들이 발표 중인 뉴딜분야 투자 계획은 자체적인 경영전략에 따른 것이다.

-과거 정부가 주도한 관제펀드들이 모두 실패했는데, 이번에도 실패하는 것 아닌가?

▲과거 녹색펀드, 통일펀드 등은 사업의 실체가 상대적으로 부족했다. 이에 반해, 한국판 뉴딜은 다음 측면에서 차별화된 강점이 있다.

디지털·그린은 전세계적으로 각광받고 있는 신산업 분야이며, 관련 예산사업이 선정되어 사업의 구체성이 상당 수준 갖춰졌고, 과거 펀드와 달리 재정이 후순위 위험부담도 맡고 있으며, 최근 수년간 정책펀드 운용의 경험도 상당 수준 축적됐다.

-이번 정부 임기가 만료되면 뉴딜펀드도 없어지는 것 아닌가?

▲앞서 밝혔듯이, 글로벌 경제질서가 급격히 변화하는 과정에서 그 핵심은 디지털·그린 경제다. 이러한 글로벌 추세는 정부가 바뀐다고 쉽게 변화하기 어렵다.

이번 정부 임기가 만료돼도 뉴딜분야의 중요성과 성장성은 지속될 전망이며, 금융권에서도 그러한 흐름 하에 자체 경영전략에 따라 뉴딜분야에 대한 투자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뉴딜 범위가 불명확하고, 투자할 수 있는 프로젝트가 사실상 없는 등 아직 구체성이 없는데?

▲'한국판 뉴딜'에는 향후 5년간 총 160조원의 재정이 투입될 예정이며, 지난 1일 발표된 2021년 예산안에 21.3조원이 포함돼 있다. 구체적으로 데이터댐 구축, 5G·AI 기반 지능형 정부 등 DNA 생태계 강화(5.4조원), 지능형 스마트그리드 구축, 신재생에너지 지원 등 저탄소·분산형 에너지 확산(4.3조원) 등이다.

예산안을 통해 뉴딜 사업내역들이 제시된 만큼, 자산운용사 등이 관련 투자 프로젝트들을 본격적으로 제안할 것이라 생각된다. 또한, 투자대상을 사전에 확정하지 않고 자금을 모집하는 방식(블라인드펀드)으로도 투자가 이뤄질 것이다.

-뉴딜펀드의 투자매력이 없다. 뉴딜펀드만으로 시중유동성 흡수가 가능할 것인가?

▲뉴딜분야 성격상 불확실성이 크고 투자기간이 길어, 민간자금이 선뜻 투자에 적극 나서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이에 재정 지원을 통해 정책형 펀드의 위험분담을 낮추고, 세제 지원을 통해 인프라펀드 투자를 유도하는 것이다.

아울러, 정책금융기관을 통해 투자자에게 적정시점에 투자금을 회수(exit)할 수 있는 장치도 마련하겠다. 예를 들어 회수시장(Secondary Market) 조성방안 등이 있다.

시중 유동성이 풍부한 반면, 저금리 기조(올 7월 기준 정기예금 1년 0.94%, 9월3일 기준 국고채 3년물 0.92%/10년물 1.52%)가 지속되면서 금융상품의 수익률이 매우 낮은 상황이다. 위험을 분산하면서 조금 더 높은 수익률이 제공된다면, 충분히 민간자금을 유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뉴딜펀드 투자자들이 최근 문제가 된 일부 사모펀드들처럼 과도한 손실을 입게 되는 것 아닌가?

▲일반 국민이 참여할 수 있는 정책형 펀드, 인프라펀드, 민간 뉴딜펀드는 모두 자기책임 하에 투자를 하는 것이며, 펀드투자 과정에 따라 손실을 입을 개연성도 있다.

정책형 뉴딜펀드(20조원 규모)는 재정(3조원), 정책금융기관등(4조원), 민간금융회사등(13조원)으로 구성되며, 민간금융회사의 대부분은 은행·보험사·연기금으로 구성되고 일반국민들의 참여는 최대 1조원(예) 규모로 예상된다.

다만, 정책형 펀드의 경우 재정에서 후순위를 부담하고, 인프라펀드도 건설사·IB 등이 관련 프로젝트의 지분투자자로 들어갈 경우, 위험분담장치가 전혀 없는 사모펀드들과 성격이 다르다.

한편, 뉴딜관련 기업 주식이나 ETF에 투자하는 민간 뉴딜펀드의 경우 전형적인 공모형 펀드로서 투자자들은 주가하락 위험에 노출돼 있다.(high return, high risk)

따라서, 최근 문제가 된 일부 사모펀드와 같은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뉴딜펀드의 경우에도 투자자들에게 펀드 구조, 투자 유의사항에 대하여 충분히 설명하고 투자의사를 권유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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