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진 자만 배불리는 공모주...일확천금할 BTS 주식도 서민은 먼 꿈
가진 자만 배불리는 공모주...일확천금할 BTS 주식도 서민은 먼 꿈
  • 권의종
  • 승인 2020.09.11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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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익부 빈익빈' 심화...증시-부동산 맴도는 부동자금을 생산적 부문으로 돌리는 지혜를
일반투자자에 공모주 배정 늘리면 국민과 기업, 국가경제 모두에 유익되는 ‘일석삼조’

[권의종의 경제프리즘] 공모주 청약이 광풍이다. 기업이 공개를 통해 증권시장에 상장하는 경우 일반인에게 주식을 배정하는 공모주가 폭발적 인기다. 카카오게임즈가 일반 투자자에게 320만 주의 공모주를 배정했다. 청약증거금이 자그마치 58조5542억 원이 몰렸다. 내년 예산 556조 원의 10분의 1을 넘는 금액이다. 경쟁률이 1524.85대 1에 달했다. 청약자 수는 총 41만7000여 명. 1인당 평균 1억4000여만 원이다.

최다 주식 배당자는 20억 원을 넣고 112주를 받았다. 10억 원을 넣고도 50여 주밖에 배정받지 못했다. 4만여 명은 1천만 원을 넣고도 단 한 주도 못 받았다. 소문난 잔치치고는 먹을 게 별로였다. 그래도 저금리 시대에 이만한 돈벌이가 없다. 청약 후 2영업일 뒤 증거금이 환불되는바 짧은 기간에 짭짤한 수익을 올릴 수 있다. 가족이나 지인에게 돈을 빌리거나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도 이자비용을 제하고 차익 시현이 가능하다. ‘돈 놓고 돈 먹는’ 알짜 비즈니스다.

공모주 청약 때마다 대출 시장이 출렁인다. 역대 최대 증거금을 끌어 모은 카카오게임즈 공모 때도 예외는 아니었다. 청약이 진행된 이틀 동안 5대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잔액이 4조7000억 원 가까이 폭증했다. 사상 최대치를 보인 8월 한 달간 이들 은행의 신용대출 증가분인 4조여 원을 넘는 규모였다.

자기 돈 내고 합법적으로 돈을 벌겠다는 데 누가 뭐라 하겠는가. 자본주의의 꽃으로 불리는 증권시장에서 주식에 투자하는 행위는 오히려 권장될 사항이다. 투자자는 자본 이익을 얻을 수 있고 기업은 필요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순기능이 지대하다. 공모주 제도의 목적과 취지는 더없이 좋으나 운영 방식에서는 문제점이 여기저기서 산견된다.

‘돈 놓고 돈 먹는’ 공모주 제도...제도의 목적과 취지는 좋으나, 운영 방식에서 문제점 많아

공모주로 가장 이득을 보는 쪽은 대주주다. 기업 소유자가 자기 회사 주식을 증시에 상장시켜 경제적 이익을 취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다만 누리는 혜택이 과다하다는 의견이 없지 않다. 실제로 SK바이오팜의 대주주가 일약 돈방석에 올랐다. 카카오게임즈의 주요 주주도 갑자기 횡재를 했다. 청약이 임박한 BTS 소속사인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대주주는 천문학적 수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사들이 거두는 수익도 크다. 엄청난 수수료 수입을 챙기고 거액을 며칠간 무이자로 활용할 수 있다. 위탁계좌도 크게 늘리게 된다. 환불금의 상당액이 예탁금으로 남게 됨에 따라 이를 재투자로 유도할 경우 추가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실제로 증권사 예탁금이 SK바이오팜 청약 후 50조 원을 돌파했다. 카카오게임즈 청약 뒤에는 63조 원을 넘었다. 우리사주 직원들도 큰돈을 만진다. 배정받은 주식을 조기 처분하기 위해 회사를 떠나는 직원들까지 생겨날 정도다.

가진 자만 배불리는 공모주 청약제도. 개선이 시급하다. 일반 투자자 참여비율부터 늘려야 한다. 현행 배정비율은 일반공모 80%, 우리사주조합 20%이다. 일반공모는 기관투자자 60%, 일반투자자 20% 비율로 배분되고 있다. 증권인수업무 등에 관한 규정 제9조에 따르면 ‘일반 청약자에게 공모주식의 20% 이상을 배정한다’라고 되어있다. 그간 하한선으로 짜게 운영되어 온 것이다.

청약증거금 비율은 낮춰야 한다. 현행 증거금 비율 50%는 너무 높다. 단 이틀 간 활용을 위해 거금을 끌어들이는 무리수를 두게 한다. 청약기간이 끝나면 곧바로 증거금의 거의 전부가 도로 환불되는 돈이다. 이런 비정상과 비효율이 없다. 돈 많은 사람에게는 기회일 수 있으나, 가진 게 없는 서민들로서는 언감생심이다. 불특정 다수를 위해 만들어진 공모주 제도가 특정 소수만의 전유물로 전락했다.

일반투자자 배정 높이고, 증거금 비율 낮춰야...기관투자자·고액자산가에 유리한 구조 손봐야

계산상으로 볼 때 현행 청약증거금 비율 50%는 2대1 경쟁을 가정한 것이다. 청약경쟁률이 수백 대 1에 달하는 상황에 비춰볼 때 비현실의 극치다. 100대 1만 가정해도 1%의 증거금이면 족하다. 그 정도만 돼도 국민 누구나 공모주 청약에 나설 수 있다. 사전 수요예측을 통해 기업별로 증거금 비율을 차등화 할 수도 있다. 설사 청약이 미달된다 해도 추가 모집을 하거나 주관사가 잔여분을 인수케 하면 된다.

기관투자자와 고액자산가에게 이로운 구조도 함께 손봐야 한다. 현행 배정방식은 기관투자자가 우선이고, 증권사와 거래가 많은 고액자산가에게 유리하다. 복수계좌 허용과 우대고객 추가 청약한도 부여의 혜택이 과도하다. 복수계좌 허용이란 공모청약 신청을 받은 증권사들 모두에 계좌가 있으면 중복 청약이 가능함을 뜻한다. 여기에 본인 외에 가족이나 친척 계좌를 동원해 신청 계좌를 더 늘릴 수 있다.

우대고객 추가 청약 한도 부여는 증권사들이 자신들과 평소 거래가 많은 고객에게 더 많은 청약 한도를 부여하는 것을 말한다. 그런 점에서 일본, 홍콩, 싱가포르의 사례는 벤치마킹감이다. 일반 청약자 의무배정을 복수계좌 청약 금지를 전제로 소액청약 우대, 추첨 등으로 투자 기회 확대하고 형평성을 높이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참고할 부분이다.

코로나 19와 경기침체 지속으로 국민의 삶이 고단하다. 실물경제는 어려운데 주식시장이 뜨겁고 부동산 시장이 불패 신화를 이어간다. 부익부 빈익빈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증시와 부동산 시장을 맴도는 부동자금을 생산적 부문으로 물꼬를 돌리는 지혜를 짜내야 할 때다. 일반투자자 공모주 배정 비율을 늘려 우량 주식을 널리 보급하면 국민과 기업, 국가경제에 공히 유익이 된다. 일석삼조다. 빚내서 주는 재난지원금보다도 낫다.

필자소개

권의종(iamej5196@naver.com)

- 논설실장

- 부설 금융소비자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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