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코노미뉴스 최영준 기자] DB손해보험이 유족과의 상해 사망 보험금 소송에서 불리해지자 자사측 자문의사에게 법원에 제출할 사실조회서를 작성하게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 보험사가 사망 원인에 대한 전문가의 의견을 듣자며 사실조회를 신청했으나 알고 보니 이 의견을 보내온 전문가가 알고 보니 보험사 측 자문의사였다는 것이다.
12일 ‘KBS’ 보도에 따르면 지난 2017년 강원도 인제군 한 계곡에서 익사한 60대 남성 김모씨 유족들은 고인이 가입했던 DB손보에 상해 사망 보험금 5억원을 청구했지만 거절을 당했다.
당시 DB손보는 고인의 사인이 심전도계 장애로 인한 급성 심장사지 외부 요인에 의한 상해로 숨진 게 아니라는 익명의 의사가 작성한 의료자문서를 근거로 유족측의 보험금 청구를 거절했다.
이에 유족들은 소송을 제기했고 1심에서 패소한 DB손보는 2심에서 다시 전문가의 의견을 듣자며 서울대 의대에 사실조회를 신청했다.
하지만 도착한 의견서에는 처음에 보험금 지급 거절의 근거가 됐던 의료자문서와 문체·글씨·인용 문언·각주·사실조회 결과 등 모든 내용이 거의 동일했다.
특히 재판 과정 중 사실조회에 회신한 의사가 앞서 DB손보측에 의료자문서를 작성해 준 인물과 동일인인 것으로 밝혀졌다.
결국 2심 재판부인 서울고등법원은 사실 조회서 및 자문의견서의 작성자가 동일한데도 불구하고 DB손보측이 이를 제대로 밝히지 않았고 의견서도 DB손보가 제출한 일부 자료만 반영돼 신뢰할 수 없다며 유족 측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대해 DB손해보험은 자문한 의사 관련 정보를 모른 채 서울대 의대에 사실 조회를 했을 뿐이라며 동일 인물이 사실조회에 응한 건 우연의 일치에 불과하다고 해명했다.
DB그룹, 김준기 전 회장 성추행 의혹이 불거진 2017년 사명을 동부에서 DB로 변경
DB손보는 DB그룹 지배구조의 중심 축이다. DB손해보험이 DB생명·DB금융투자·DB캐피탈을 보유하고 있고, 김남호 회장이 DB손해보험의 지분 9.01%를 보유해 금융계열사들을 경영하는 구조다. DB그룹 전체에서 금융계열사는 매출액의 92%, 영업이익의 81% 가량을 차지한다.
DB그룹이 지난 7월 김남호 회장 취임 10여일만에 그룹 지배구조 핵심인 DB손해보험의 인사를 단행했다.
김준기 전 DB그룹 회장의 장남인 김남호 회장은 김준기 전 회장이 2017년 사임한 지 3년 만인 지난 7월 1일 그룹 경영권을 물려받았다. 기존 다수의 회장단이 이끄는 구조에서 이번 체제 개편을 통해 김 회장과 5인의 부회장이 그룹을 이끌어가는 구조로 바뀌었다.
지난해 의료자문에 지출한 수수료는 손보업계와 생보업계가 각각 115억5500만과 44억8000만원으로 추산했다. 금융소비자연맹은 공시된 작년 하반기 보험사별 의료자문 현황에 2를 곱해 연간 의료자문 의뢰량을 추정하고, 의료자문 1건당 평균 의뢰비용 20만원을 곱해 수수료를 산출했다고 설명했다.